우리 전통가락으로 만든 뮤지컬이 선보인다.

이윤택이 대본을 쓰고 연출도 맡은 ''도솔가''.

록 테크노 힙합 등의 음악도 우리식 화성으로 재창조해 내는 작품이다.

굳이 말하자면 "크로스오버 뮤지컬"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그 속내를 살펴보면 우리의 가곡체계와 율격을 살린 서사시극이라 함이 옳다.

어쨌든 "우리 가락" "서사시극"이란 말에서부터 가슴이 턱 막힌다.

우리 것이라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친숙하지 않아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이 작품에 관한 한 안심해도 괜찮다.

오히려 "이런 음악이 있었나","우리 가락이 뮤지컬에서 이렇게 달라질 수 있나"란 탄성을 지를 준비를 해야 할 정도다.

지난해 뮤지컬 "태풍"을 시작으로 대극장 음악극을 만들고 있는 이윤택의 저력이 느껴진다.

"도솔가"는 새로운 세기를 맞아 이윤택이 꼭 하고 싶었던 얘기를 총체적으로 그린 작품.

이윤택은 "현재는 20세기 사상과 지식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혼돈기"라고 규정한다.

그래서 눈이 간 곳이 향가 "도솔가"라고 그는 말한다.

"해가 둘이 나타난 사태를 타개하기 위해 지어졌다는 전설을 갖고 있지만 실상은 신라중기의 시대적 혼돈상을 극복하고자 한 승려 월명의 구원사상을 담은 작품이죠.

월명은 동양의 짜라투스트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솔가의 문학적 지향점이 니체의 인간중심사상과 맥이 통한다고 봤죠.

그래서 작품의 줄거리 구조를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차용하게 됐습니다"

이야기는 속세를 떠나 고행중이던 "짜라"가 다시 세상속으로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마침 테크노음악이 휩쓸던 광장(세상)은 군대를 이끈 독재자에게 장악된다.

짜라는 군중과 함께 혁명을 일으키지만 새로운 지도자로 부상한 "테크노"는 광장을 이미지의 천국으로 만든다.

광장은 게임방으로 바뀌고 모두 게임과 오락에만 열중하는 세상으로 변한다.

이 와중에 컴퓨터 바이러스가 도시를 전염시키고 해가 둘로 나뉘어지는 이변이 발생한다.

이 작품의 특징은 대부분 노래로 이어진다는 점.

대사는 몇마디 밖에 없다.

무려 39곡의 노래가 나온다.

영가 정가 범패 등 우리의 전통양식과 그레고리안 성가,록,힙합 등 다양한 음악형식을 동원해 만들어졌다.

이 노래들은 우리말의 사성체계와 4.4조 리듬을 새로운 느낌으로 살려 재창조된 곡들이다.

이중 하이라이트는 아리아 "도솔가"와 합창 "해를 먹다".

"도솔가"는 옛 선비들이 즐겨불렀던 영가를 현대적으로 되살린 곡이다.

목을 사용하지 않고 배와 머리만으로 공명시키는 창법을 선보인다.

자신을 "철지난 인본주의자"라 표현하는 이윤택은 "새로운 세기에는 잃어버린 자연을 회복하고 일상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는 생각을 이 작품에 담았다"고 전한다.

7월7-22일 LG아트센터.

(02)2005-0114

<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