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게 비둘기를 보낸다/그러나 비둘기는 네게 가까이 가지 않으리/위선 가득한 세상을 향해 끓어오르는 분노로 주먹쥘 뿐/.../내가 원하는 건 너를 깨우는 것/널 깨워 틀을 바꾸는 것"

세계 정상의 하드코어 밴드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이하 RATM)"이 1991년 데뷔앨범에서 선보인 "웨이크 업(Wake up)"이란 곡이다.

록음악의 정신이 자유와 저항이고 힙합의 랩이 암울한 현실을 달래주는 꿈이라면 RATM은 이 둘을 결합시킨다.

새로운 사운드(하드코어)를 만들고 음악팬들을 혁신시키려 한다.

기존 정치와 문화권력이 만든 억압적인 시스템(머신)에 분노(레이지)하고 "깨어나라(wake up)"라고 외친다.

RATM이 낸 3장의 정규앨범이 모두 2백만장이상 판매되면서 그 메아리는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지난해 영화 "매트릭스"의 오리지날 사운드트랙에 이 곡이 수록되면서 RATM의 메시지는 위력을 더하고 있다.

그 RATM이 지난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인천 송도에서 열렸던 트라이포트 록페스티벌 무대에 합류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폭우로 끝내 무대에 오르지 못하고 "한국을 다시 찾겠다"는 약속만 남겨야 했다.

그들이 이 약속을 지키러 다시 한국투어에 오른다.

오는 21일 오후8시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 무대에서 하드코어의 진수를 들려줄 예정이다.

하드코어(hardcore)란 헤비메탈 테크노 펑크록 힙합 등이 결합된 일종의 퓨전음악.

RATM을 비롯해 "콘(Korn)" "림프비즈킷(Limp Bizkit)"등의 밴드들이 90년대 초부터 이런 흐름을 이끌어왔다.

RATM은 이들 가운데서도 가장 비판적 메시지를 견지하고 있는 정통 하드코어 밴드.

물론 은유적이지 않은 직설적인 가사와 상업적 성공에 대한 반발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음반사 소니가 자랑하는 비장의 무기"란 비아냥도 있다.

그러나 RATM에 대한 팬들의 찬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사운드의 독창성과 완성도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멜로디없는 랩핑,신디사이저나 건반이 없는 기타-베이스-드럼 세션만으로도 상상을 초월하는 음악을 만들어낸다.

팀의 리더격인 톰 모렐로의 신기에 가까운 기타연주는 기타라는 악기의 한계가 어디인지 의심하게 만든다.

보컬 잭 드 라로차는 카랑카랑하고 탄력적인 음색으로 쉴새없이 랩을 쏟아낸다.

날카로운 랩핑이 듣는 이를 따끔따끔하게 만든다.

단순한 박자의 모티브를 강력하고 화려한 사운드로 변화시키는 비결이 여기에 있다.

이들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자신을 옥죄어오는 온갖 구속들을 깨뜨려나갈 용기가 생기는 듯하다.

그래서일까.

밴드이름과 같은 1집 "RATM",미국 자본주의를 비판한 2집 "악의 제국(Evil Empire.96)",3집 "로스앤젤레스의 싸움(The battle of Los Angeles.99년)"은 모두 발매와 동시에 빌보드 차트 정상을 휩쓸었
다.

(02)508-3252

<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