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웠던 시절을 배경으로 한 복고풍 드라마에서 아역탤런트의 깜직한 연기와 캐릭터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쉽게 잡아끈다.

SBS의 주말극장 "덕이"(연출 장형일, 토.일 오후8시50분)의 아역배우 신지수(귀덕,16.석촌중 3)와 이정윤(귀진,13.등촌초등 6년)이 주말이면 어김없이 중.장년층 시청자들을 TV앞으로 불러 모은다.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심성고운 귀덕이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울고 웃는다.

귀덕의 운명에 사사건건 끼어들고 훼방놓는 언니 귀진에 대한 눈흘김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 8일 촬영장에서 만난 신지수와 이정윤은 얼굴부터 대조적이다.

야외촬영이 많아 까무잡잡하게 그을린 신지수와 달리 하얀피부의 이정윤은 영락없는 새침떼기의 모습이다.

극중 심마니, 요릿집 부엌데기, 웃방애기를 전전하는 귀덕과 군수집 양녀로 들어가 호강하는 귀진의 운명과도 닮은 꼴이다.

신지수는 중3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3살이나 어린 이정윤과 나란히 앉자 마치 친구같다.

드라마의 억척스럽고 당찬 이미지와 달리 처음만나는 사람앞에서 얘기할 때는 수줍음을 많이 탄다.

"할머니들이랑 아줌마들이 "잘 보고 있데이"하며 칭찬해줄 때가 제일 기분 좋다"며 몸을 꼬는 모습이 귀엽다.

"왕과 비"에 성종의 부인으로 잠깐 출연한 적이 있는 신지수는 요즘 "덕이"로 중.장년층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

속깊고 심성고운 귀덕이 무능한 아버지나 못된 어른들 때문에 고생하는 모습이 눈물샘을 자극한다.

"감독님이 전 실제로 우는 모습이랑 연기로 우는 모습이 너무 다르다고해서 촬영때는 맨날 진짜로 울어요"

너무 잘 울어서 최노파에게 산삼을 빼앗기는 첫회때는 우는 장면이 아니었는데 울어버렸다.

드라마 촬영중 제일 힘들었을 때가 언제냐고 묻자 판소리란다.

"선생님은 소리가 배에서 나와야 한다는데요. 제가 잘 못해서 많이 혼나요"라고 솔직하게 말할 정도로 티가 없다.

신영희 명창에게 5개월째 배운 "심청가"를 지금까지 3회정도 보여줬지만 부를때마다 힘들단다.

거지패와 떠돌아다니는 이번 주부터는 "심청가"보다 한결쉬운 "각설이타령"을 불러 고민이 덜하다며 씩 웃는다.

드라마 중반 이후 자신의 성인역을 맡을 김현주 언니가 좋아하는 탤런트라 다행이란다.

"언니가 "햇빛속으로" 출연했을 때 너무 멋있었어요. 연기도 잘하고 예쁘잖아요"

귀덕을 괴롭히는 언니 귀진역을 감쪽같이 소화해내는 이정윤은 요즘 주위의 눈총에 시달린다.

"동네 할머니들이 귀덕이 좀 그만 괴롭히라며 야단치면서 머리까지 쥐어박아요. 조금 속상하지만 실제 제 성격은 안그러니까 괜찮아요"

"은실이"에서 의사집 딸 유정으로 나왔던 이정윤은 네살때부터 연기를 시작해 촬영장이 놀이터나 다름없다.

지수 언니를 위해 자기만의 우는 방법을 귀뜀해 주기도 한다.

"착한 역은 흔한데다 언제나 할 수 있지만 악역은 안그렇잖아요"라며 "저 너무 구박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모습이 애교스럽다.

<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