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 교향곡 2번의 5악장 합창부분에는 "살기 위해 죽는다"는 가사가 나옵니다.

부활과 승리를 위한 죽음이라는 다소 역설적인 메시지가 담겨있는 거죠.

이번 연주회에서는 이 구문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나설 생각입니다"

오는 30일 말러 교향곡 2번 "부활" 연주회를 앞두고 부천시향 상임지휘자 임헌정씨가 다짐하는 말이다.

삶을 정면에서 마주하고 투쟁해나간 젊은이(교향곡 1번 "거인")가 잠깐 죽음의 상념에 휩싸이다 다시 부활의 믿음으로 거듭나는 과정(2번)을 촘촘하게 그리겠다는 얘기다.

이번 연주회는 지난해 11월 27일 교향곡 1번 연주로 시작한 말러 교향곡 시리즈 두번째 무대.

임씨의 심정은 첫 연주회 못지 않게 경건하기만 하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변하지 않는 그 무엇,바뀌어서는 안될 그 무엇이 분명히 있습니다.

말러의 음악은 인간 본연의 모습,삶의 진정한 가치와 도덕이 허물어지고 있는 현실과 경박화되는 세태에 경종을 울리는 하나의 복음서라 할 수 있습니다"

21세기라는 규정하기 힘든 인류사의 지점에서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말러 교향곡을 굳이 무대에 올리는 이유를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부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5악장의 합창.

임헌정씨는 "2백50명 정도의 합창단이 필요한데 현실적인 문제로 1백50명 밖에 못꾸려 아쉽다"고 토로한다.

4년간에 걸친 말러 교향곡 전곡연주라는 다소 모험적인 기획에 부천시향과 임씨가 노개런티(no guarantee)로 출연하는 데 반해 우리 음악계의 지원과 협력은 부족한 현실을 그는 가슴아파했다.

그렇다고 불평만 늘어놓을 수는 없다.

신선한 아이디어로 관객들의 화답을 이끌어내는 게 급선무였다.

그래서 나온 것이 연주 1시간 전에 펼치는 프렐류드(prelude)콘서트.

임씨는 "말러 클럽에 가입한 관객을 대상으로 2번의 모티브를 직접 들려주고 설명해나가겠다"며 "말러의 피아노4중주 초기작 한곡도 연주할 예정"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첫 연주회는 말러 시리즈의 순항을 알리는 힘찬 고동소리 같았다.

임씨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고 짧게 자평한다.

"이번 연주도 곡의 규모에 맞춰 객원단원을 40명 가량 써야 합니다.

따라서 어떤 평가가 나오느냐 보다는 얼마나 열심히 했느냐에 의의를 둘 생각입니다"

그의 억척스런 고집과 욕심에 박수를 보낼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