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희 한국페스티발앙상블 음악감독은 클래식 음악계의 아이디어뱅크다.

기발하면서도 참신한 프로그램을 줄기차게 내놓는 그의 "저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바흐를 패러디한 "P.D.Q.바흐-못말리는 음악회"(1997년),모차르트의 신동시절 작품,영화속의 모차르트 등으로 꾸민 "모차르트 일대기"(98년),바흐를 재즈로,바흐를 브라질풍으로 연주한 "바흐2000"(지난 2월)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21세기 음악축제,봄.여름축제 같이 4일이상 공연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기획하다보니 자연스레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게 됐다"며 겸손해 한다.

하지만 넘치는 "끼"와 특유의 "장난기"가 샘솟는 기획력의 원천이라고 보면 정답이다.

클래식에 문외한인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도 한 요인.

프로그램 전단지를 보는 순간 가보지 않고는 못배기게 만드는 것이다.

그가 올해 국내 음악계에 의미있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바흐 서거 2백50주년을 맞아 바흐음악을 테마로 한 기획 프로그램을 연이어 무대에 올리고 있다.

지난 2월의 "바흐2000",다음달 10부터 나흘간 여는 "바흐 패밀리"에 이어 오는 6월의 KBS FM음악회도 "바흐의 날"로 만든다.

8월에는 바흐의 유명 소품과 성가곡,재즈편곡 등으로 여름축제를 가질 계획이다.

올해 서울모테트합창단이 바흐의 칸타타와 모테트 등으로 4차례 연주회를 열 예정이지만 기악곡을 레파토리로 한 바흐 연주회는 사실 많지 않다.

서울바로크합주단이 올들어 매번 정기연주회 때마다 바흐곡을 1작품이상 연주하고 있고 공연기획사 빈체로가 유명 해외 연주자를 초빙해 바흐 독주회를 갖고 있는 정도다.

박은희씨는 "국내 음악인들이 바흐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그속에서 뭔가를 캐내려는 노력을 열심히 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한다.

그는 "사실 우리도 지난 96년 국내 최초로 바흐의 브란덴부르크협주곡 6곡을 전곡연주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설명한다.

2월에 열린 "바흐2000"은 바흐곡을 재즈로 편곡한 무대여서 특히 관심을 모았다.

박씨는 "재즈뮤지션인 신관웅씨가 앙상블 단원이어서 가능했던 일"이라며 "앞으로 클래식에만 연연하지 않고 재즈 국악 무용의 장르도 녹여내는 작업을 진행할 생각"이라고 강조한다.

"바흐 패밀리"는 가족들을 위해 많은 곡을 작곡했던 바흐의 인간적이고 가정적인 모습을 그려보는 프로그램.

친지들에게,아들에게,아들로부터,아내에게란 4가지 테마로 곡들을 배치해 바흐가문의 음악사를 조망하는 무대다.

4월10-13일 여의도 영산아트홀.

(02)501-8477

< 장규호 기자 seinit@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