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 브랜드로 폐기물 늘어…강과 바다 오염 심각
가나 중고의류 시장서 하루에 옷 100t 폐기…EU에 대책촉구
유럽연합(EU) 등에서 버려지는 헌 옷들로 인해 심각한 환경 오염을 겪는 아프리카 가나가 EU에 자금 등 지원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가나 수도 아크라의 칸타만토 중고 옷 시장 상인들은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해 EU 집행위원회와 유럽환경사무국 관계자 등을 만나 EU에서 오는 의류 폐기물을 처리하는 비용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다.

세계 최대 중고 의류 시장 중 하나인 칸타멘토 시장은 1960년대 가나 사람들이 서구의 옷을 받아들이면서 생겼으며 현재 3만명이 이곳에 종사하고 있다.

7만㎡ 규모의 부지에서 일주일에 약 1천500만벌의 헌 옷을 처리하는데 여기서 버려지는 옷은 하루에 100t에 달한다.

상태가 좋은 옷들은 팔리거나 수선되지만 칸타만토로 오는 옷 중 40%는 쓰레기로 버려진다.

이런 가운데 제조·유통 일괄형(SPA)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패스트 패션'이 칸타만토에서 폐기되는 옷의 비율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품질이 떨어지는 SPA 옷들로 인해 더 많은 폐기물이 나오는 데다 상인들의 수입도 감소해 빚을 지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EU를 찾은 가나 상인들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확대해 가나가 매일 처리하는 의류 폐기물에 대한 지원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PR은 제품 생산자에게 그 제품 폐기물에 대해 일정량의 재활용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재활용에 드는 비용 이상의 부과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EPR을 의류 산업에 적용하고 있는 국가는 유럽에서 프랑스가 유일하다.

가나 상인들은 이번 달 제출될 예정인 EU의 EPR 정책 초안에서 한 벌당 현재 0.06유로에 불과한 의류 폐기 수수료를 0.5유로로 올리고 가나와 같은 중고 의류의 최종 종착지에 공정한 금액이 갈 수 있도록 보장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버려지는 헌 옷들로 인해 가나의 환경 오염이 심각해진 다는 것이다.

아크라가 더 이상 의류 폐기물을 감당할 수 없자 현재 당국은 시장에서 나온 폐기물을 칸타만토에서 북쪽으로 50㎞ 떨어진 아데파 폐기장으로 운반하고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전체 의류 폐기물의 30%만 처리되고 나머지 70%는 배수로와 배수구로 들어가 바다와 강을 염료로 침출시키고 해변을 거대한 옷더미로 뒤덮고 있다.

솔로몬 노이 아크라 시의회 폐기물 담당 책임자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환경 박람회 '체인지나우'에 참석해 "거북이들이 해변에 올 수 없고 산호는 죽어가는 데다 어부들은 물고기를 잡을 수 없다"며 "이는 환경적 재앙"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폐기물 처리를 위해 교육과 보건에 필요한 세금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가 북반구의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왜 세금을 내야 하나"라고 반문하며 "우리는 충분히 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