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증권사 지점 수 800곳 아래로…강남 중심 대형·거점화
MTS 등 비대면업무 늘어 지점수요 뚝…고령층 투자 접근성 취약 우려도
증권사 지점, 1년 새 40곳 또 줄어…노인·비수도권 소외 커져
증권사들의 국내 지점 수가 최근 1년 새 또 40곳가량 추가로 줄어 전국 지점 수가 700대로 떨어졌다.

주식 거래 등 비대면으로 가능한 증권사 업무가 점점 늘어나면서 지점들을 거점·대형화한 데 따른 현상이지만, 이 과정에서 노인층과 비수도권 지역 투자자의 소외현상은 불가피해졌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영업보고서상에 명시한 올해 1분기 말 기준 국내 지점 수는 798곳으로 1년 전(835개)보다 37곳 줄어들었다.

지점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삼성증권으로 43곳에서 29곳으로 14개 축소됐다.

신한투자증권과 유안타증권은 각각 5곳을 줄였고, 한화투자증권과 교보증권도 4곳씩 축소했다.

그밖에 한국투자증권(3개), NH투자증권(2개), 대신증권(2개), IBK투자증권(2개)도 지점 수를 줄였다.

증권사 국내 지점 수는 5년 전인 2018년에 처음 1천곳 밑으로 떨어진 뒤 줄곧 감소 추세를 이어오고 있다.

기본적으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사용이 활발해지면서 투자자들이 지점에 방문할 필요성이 작아진 점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예전에는 지점에서 시세도 보고 상담도 받았지만, 이제는 모바일로 확인할 수 있고 유튜브 등으로 주식 정보를 접하고 있다"면서 "현재 운영 중인 지점에도 하루 방문 고객이 10명 안팎에 그친다"고 말했다.

또 과거 브로커리지(주식위탁매매) 수익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증권사 사업구조도 다변화해 굳이 임대료 등 운영 비용을 써가며 지점을 여러 곳 운영할 필요가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이렇다 보니 증권사들은 인근 지점들을 통합해 대형·거점화하고 있다.

주식·채권 등 각 분야에 특화된 프라이빗뱅커(PB)들을 한데 모아 고객이 한 지점에서 손쉽게 다양한 서비스를 받게 하자는 취지다.

고액 자산가 유치에 방점이 찍힌 전략이다 보니 주로 서울 강남지역에서 지점 통합이 활발하다.

실제 최근 1년 사이 NH투자증권은 신사 및 교대역 WM센터를 각각 인근 압구정 및 강남대로 WM센터로 통합했다.

한화투자증권도 기존 강남파이낸스센터(GFC)·잠실 올림픽·반포 지점을 인근 지점과 합쳤고, 신한투자증권도 방배동과 반포동에 있던 센터들을 신한PWM 패밀리오피스 반포센터로 통합시켰다.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외 지역의 지점 축소 사례도 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이 최근 1년 새 축소한 지점 5곳 중 4곳이 부산·울산·창원·광주의 지점이었다.

한국투자증권도 대전·마산의 지점을 1곳씩 줄였고 유안타증권은 대구 지점 2곳과 김해 지점 1곳을 축소하는 등 다수 증권사가 비수도권 지점을 인근 지점과 통합해 줄여나가고 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100억원 이상의 고액 자산가들이 서울에 집중돼 있다 보니, 들이는 돈에 비해 수익이 나지 않는 비수도권 지역의 지점들은 줄여나갈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증권사 지점 축소가 수익성 강화를 위한 경영전략이더라도 이 과정에서 노인층과 비수도권 투자자들의 소외가 심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비록 은행만큼은 아니더라도 포용적 금융의 책임에서 증권사들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며 "비대면 금융거래에 익숙지 않은 노인들로서는 예·적금보다 수익률이 높은 금융상품에 관심이 있어도 지점 축소로 주식투자 접근성이 약해져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