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사실상 '반대' 의견 내…금융위 "효율성-안정성 충분히 살펴야"
비은행권 지급결제 허용안에…한은 "'디지털런' 등 안정성 저하"
금융당국이 은행권 과점 체제 해소를 위해 비은행권 금융회사에도 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가운데 한국은행이 시스템 안정성이 저하될 수 있다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다.

금융위원회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제2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를 열고 이런 비은행권 지급결제 업무 허용안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고 30일 밝혔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과점 체제를 허물기 위해 은행에만 허용돼왔던 계좌 개설 권한을 증권사, 보험사, 카드사 등 비은행 사업자에게도 열어주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 핵심 기능인 수신 및 지급 결제 부분에서 유효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차원이다.

그러나 한은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엄격한 결제리스크 관리가 담보되지 않은 채 비은행권에 소액결제시스템 참가를 전면 허용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 "비은행권 소액결제시스템 참가 확대 시 고객이 체감하는 지급서비스 편의 증진 효과는 미미한 반면, 지급결제시스템 안전성은 은행의 대행 결제 금액 급증, '디지털 런' 발생 위험 증대 등에 따라 큰 폭 저하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비은행권과 은행권 간 규제 차익 발생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은은 "은행과 달리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등 건전성 규제는 물론 금융소비자보호법 등의 적용이 배제되고 예금자보호법 적용도 받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은행권에 대한 소액결제 시스템 참가 허용은 금융 안정 및 금융소비자 보호 등의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돼야 하는 사안"이라며 "특히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과 관련해 결제리스크 관리를 한층 강화해야 하는 현시점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들도 효율성과 안정성 간 상충 관계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경쟁 촉진 측면에서는 은행 예금 계좌가 증권·보험 등의 지급 계좌와 경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방면, 비은행권으로 급격한 '머니 무브'가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도 고려됐다.

소비자 편익 측면에서도 새로운 가치 창출이 가능하다는 의견과 현재 지급결제 구도와 차별화되는 편익 증대가 발생할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부딪쳤다.

안정성 측면에서는 한은 이외에 증권금융이 유사한 대부자 역할을 한다면 지급결제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충분한 안정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편, 김소영 부위원장은 "비은행권의 지급결제 문제는 효율성과 안정성 간 상충관계를 충분히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동일 기능-동일 리스크-동일 규제'의 관점에서 필수적인 금융안정 수준을 전제로 충분한 소비자 편익 증진 효과 등을 살펴보면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