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기획재정부가 오늘 각 부처가 내년 예산한 편성 때 지켜야 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인, 예산안 편성 지침을 발표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마련한 사실상 첫 공식 예산 지침인데요. 내년 나라살림과 정책 흐름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재정운용 기조와 중점 투자 방향 등이 담겨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세종시 전민정 기자 연결해 들어보겠습니다.

전 기자, 먼저 정부가 내년 예산안 편성 때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뒀나요?

<기자>

윤석열 정부가 제시해 온 재정철학이죠, 내년도 예산안은 바로 '건전재정' 기조 유지에 방점이 찍혔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와 민생안정을 위해 '확장재정' 기조를 내세운 것과는 달리,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지출을 철저히 줄여 미래 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겁니다.

경기 둔화로 법인세와 소득세가 줄면서 올해 세금 걷히는 속도는 1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는데요.

공시가 인하로 부동산세까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반도체 세액공제규모를 확대한 'K칩스법'까지 더해져 연말까지 10조원의 세수 펑크가 우려됩니다.

오늘 국무회의에서는 '2023년도 조세지출 기본계획'도 의결됐는데, 올해 정부가 깎아주는 국세마저 70조원에 달해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렇듯 세입 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정부는 건전재정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 긴축 작업에 바짝 고삐를 죄기로 했습니다.

당장 내년 예산 편성 과정에서 지역사랑상품권과 같은 현금성 지원 사업이나 노동조합 보조금 같은 국가보조금 사업부터 대규모 예산 칼질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또한 법정지출과 국채이자 등 의무지출이 아닌 정부가 통제가능한 재량지출은 10% 이상 줄인다는 방침입니다. 재량지출이 보통 100조~120조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10조에서 12조원 이상을 줄인다는 의미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렇게 재정 지출을 최대한 줄이는 방식으로 마련되는 내년 예산은 주로 어디에 쓰이게 되는 겁니까?

<기자>

지금 경기둔화도 걱정이지만, 청년 취업난과 인구감소 문제도 심각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670조원 정도로 예상되는 내년 예산은 청년 일자리를 만들고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하는 데 몰아 쓴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입니다



미래 세대를 위해 과감히 투자해 재정의 지속 가능성, 즉 건전재정 기조를 지켜나가겠다는 겁니다.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수출 살리기에도 예산을 전폭적으로 투입합니다.

새로운 수출동력으로 떠오르는 원전·방산·플랜트 지원을 늘리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기 위해 수입·수출선 다변화와 국산화도 집중 지원합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해선 현금살포 대신 맞춤형 서비스 지원을 확대하고 관련 예산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10% 넘게 늘린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입니다.

다만, 줄어든 세수에 건전 재정 기조까지 지켜야 하는 '빠듯한' 나라살림에 경제 활력을 높이고, 약자복지까지 챙긴다는 건 무리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요.

타이트한 재정 여건 속에 금융과 조세지원, 규제완화와 같이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수단을 적절히 병행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옵니다.



<앵커>

내년에 선거도 다가오지 않습니까. 정부는 건전재정을 유지하겠다지만, 선심성 예산 편성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이야기가 정치권에서 나올 것 같은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단 추경호 부총리는 "전반적 경제상황 등을 검토했을 때 아직 추경을 거론하기는 여전히 이른 시점"이라고 못 박은 상황이고요.

최상대 기재부 2차관도 어제 사전브리핑에서 추경 편성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일축했습니다.

하지만 내년 예산안 편성과 국회 통과는 22대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진행되는 만큼 정부가 국회에서 지역 예산과 선심성 복지 예산을 더 늘리라는 야당의 압박을 견뎌낼 수 있을 지는 미지수입니다.

또 정부 지출 증가율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재정준칙'이 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시행시기는 내년 1월 1일부터 인데요.

이는 연내 추경 편성이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대외 불확실성에 하반기에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을 경우,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추경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다만 추경 편성으로 정부가 적자국채 발행에 나서게 되면 채권시장에서의 수급 부담이 커지고, 이미 1천조원을 넘어선 나랏빚 위험수위가 높아져 대외신인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데요.

이 때문에 '건전재정'을 기조로 내세운 정부는 추경 편성에 신중한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정부세종청사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전민정기자 jmj@wowtv.co.kr
내년 예산도 졸라맨다…경기 살릴 추경론 '점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