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금융안정 어느 쪽도 확신 못 줘" 불만…시장 불확실성 확대 전망
'모호한 파월'에 기대꺾인 증권가…금리인상 막바지 전망속 경계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지켜본 국내 증권업계는 23일 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고 보면서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모호한 태도'에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불만을 표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시장이 바라는 정책 전환 시그널도 주지 않았고, 그렇다고 최근 불거진 은행 시스템 위기를 조기 진정시킬 수 있다는 강한 신뢰도 주지 못해 경계심을 키웠다는 게 증권가의 주된 평가다.

미 연준은 22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현재보다 0.25%포인트 높은 4.75∼5.00%로 올렸다.

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은 "회의 참석자들이 올해 중 금리 인하를 전망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라고 밝혔고, 최근 은행권 리스크에 대해선 "은행 시스템의 안전과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긴축 완화 시그널을 기대했던 국내 증권가의 반응은 실망에 가까웠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이 올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해주기를 바랐던 금융시장에 실망감을 줬다"며 "(은행권) 신용 리스크 확산 우려에 대해서도 원칙론적 입장만 견지해 이 위기를 조기에 진정시킬 수 있다는 강인한 인상도 던져주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이 지난달 FOMC에서 '디스인플레이션'을 언급했지만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의 꺾이지 않은 상승세가 확인됐고, 이후 미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금리 인상 기조를 강조한 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가 발생한 과정을 비판했다.

그는 "올해 파월 의장의 발언 이후 정반대 상황이 전개돼 온 만큼 이달 FOMC와 파월 의장에 대한 시장의 신뢰 회복이 중요했는데 성공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증권가는 미 연준으로부터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에 대한 확신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면서 이런 점이 향후 시장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시장이 어떤 재료든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국면으로 진입할 것"이라며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좋으면 금리 인하 기대감 후퇴, 경제지표가 부진하면 고강도 긴축 후폭풍에 대한 경계심리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막바지라는 증권가의 관측은 흔들리지 않았다.

박상현 연구원은 연준 성명서에서 그동안 써왔던 '지속적인 금리 인상' 표현 대신 '약간의 추가적인 정책 강화'가 적절할 것이라고 명시된 데 주목하며 "기대했던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은 줄었지만 5월에 금리 인상 사이클 중단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5월 FOMC에서 금리 동결 또는 25bp(1bp=0.01%포인트) 추가 인상 후 금리 인상 기조가 마무리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투자자들에게는 당분간 시장 변동성 확대에 유의할 것을 조언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결국 연준은 금융안정과 물가안정이라는 이해 상충적 목표 달성을 위해 시간을 벌고 싶어 한다.

이 모호한 방향성에 투자자들만 우왕좌왕하고 시장 변동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며 "당분간은 전형적으로 소음이 많은 장세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채권시장의 경우,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전문위원은 "FOMC도 금융 안정성이 흔들린 데 대해 부담을 느끼고 금리 인상에 자신감이 다소 떨어진 느낌을 받았다"면서 "많은 변동성이 있겠지만 큰 틀에서 채권금리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