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 "SM 인수전, 승패로 볼 수 없어…플랫폼 합의에 만족"(종합)

"시장 과열은 예상 밖…시장 질서 흔들면서까지 인수할 수는 없어"
이수만은 "이길 수 있는데 왜 그만하느냐" 반문
K팝, 한국적인 것을 넘어 확장돼야…"라틴·미국 시장 주요 레이블 인수 검토"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지난 약 한 달간 우리나라를 뒤흔든 SM 인수전을 두고 "인수(결과)를 승패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우리 미래에 가장 중요한 축인 플랫폼에 관해 카카오와 합의를 끌어내 개인적으로는 아주 만족하고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방 의장은 15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포럼에서 "시장 질서를 흔들면서까지 인수를 할 수는 없었다"고 인수 중단 배경을 말했다.

◇ 방시혁 의장이 직접 털어놓은 인수전 '막전 막후'
방 의장은 이날 인수전 관련 질문이 나오자 작심한 듯 지난 2019년부터 이어진 SM 인수 시도 뒷이야기를 소상히 들려줬다.

그에 따르면 하이브는 2019년부터 SM 인수를 검토해 두 차례에 걸쳐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러던 중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에게 지분 인수 의향을 묻는 연락이 갑작스레 왔고, 내부 검토 후 SM 인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다.

방 의장은 "내부적으로는 글로벌 성장 동력 일환으로 K팝의 덩치를 키울 필요가 있다는 찬성 의견이 있었고, 그 정도의 돈을 글로벌 시장에서 좀 더 미래적·혁신적으로 쓰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반대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내부에서 짧게 토론이 있었지만, 우리가 과거 인수를 반대한 요인이 많이 사라졌다고 생각해 지금은 '가도 좋겠다'고 보고 인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하이브로서도 SM 주가가 폭등하면서 SM 현 경영진·카카오와 치열한 '쩐(錢)의 전쟁'이 벌어진 것은 예상 밖이었다고 했다.

방 의장은 "시장 과열이나 생각 이상의 치열한 인수전은 우리의 예상 밖이었던 게 사실"이라며 "우리는 오랜 시간 SM이라는 회사에 대해 생각했기에 (정해 놓은) 명확한 가치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가치를 넘어서는 순간이 있었다.

그 순간 고민이 시작됐고, 끝끝내 인수하는 게 맞느냐는 논의가 치열하게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고민 끝에 지난 12일 SM 경영권을 갖지 않는 대신 카카오와 플랫폼 협력에 나서기로 결단을 내렸다.

방 의장은 "처음 인수전에 들어갔을 때 생각한 가치를 넘어서려 하는 상황에서 시장이 이리 과열됐는데 주주 가치를 훼손하고 시장 질서를 흔들면서까지 전쟁으로 바라보고 들어갈 수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인수 중단 배경을 밝혔다.

또 "인수하는 입장에서는 인수에 들어가는 유·무형의 비용이 훨씬 크게 느껴진다"며 "기업의 통합 과정에서는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라는 리소스(자원)가 들어가고 구성원의 감정 노동이 들어가는데 이것까지 감내하고 이 선택(인수)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래 로드맵에 있던 대로 글로벌로 나가자, 조금 더 혁신 기업에 투자하는 의사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의 본질은 아티스트와 팬의 행복인데 '이렇게까지 아티스트와 팬이 괴로운 상황이 되는 게 맞는가'라는 고민에 슬펐고 밤잠을 설쳤다"며 "그분들(아티스트·팬)에게 미안하다고 이야기하는 게 도리"라며 개인적인 감정도 털어놨다.

방 의장은 SM 인수전 뒷이야기를 전해주는 도중 최근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를 연 SM 소속 가수 보아에게 축하의 뜻도 전했다.

◇ 이수만 "이길 수 있는데 왜"…SM 지분은 "도리에 맞게"
방 의장은 카카오와 협상이 타결되자 SM 지분을 판 이수만에게도 그 과정을 소상히 설명했고, 이를 들은 이수만은 "이길 수 있는데 왜 그만하지"라고 반응했다고 한다.

하이브가 SM 경영권을 포기하면서 보유 중인 지분 약 15.8%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지만, 방 의장은 "합리적으로 도리에 맞게 선택하려고 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또 카카오와의 플랫폼 협력의 내용에 대해선 "아직은 말씀드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이른 시일 안에 실질적 협력이 되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방 의장은 이날 이수만과 맺은 계약 가운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원 항목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약정 형태로 개인(이수만)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것은 없다"며 "이사회의 승인을 받은 예산을 바른 곳에 쓰겠다는 것이 다였다.

(인수전 과정에서) 억울한 부분이 있었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우리 이사회에는 이미 ESG 담당 이사가 있어서 그때 나무 심기를 계획했지만, 세계 이상 기후 때문에 원래 심으려던 곳에 심지 못해 미루다가 이수만이 ' 내가 나무 심기를 하려는 것을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 BTS의 아버지가 진단한 K팝의 위기…미국 시장 존재감 키운다
방 의장은 K팝이 당면한 위기와 그 돌파구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방 의장은 "K팝의 위기와 관련해 지표 둔화는 명확하다.

숫자가 거짓말을 할 방법은 없다"며 "그 첫 번째 이유는 방탄소년단의 부재"라고 진단했다.

그는 "방탄소년단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가 뭔가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K팝이 '한국적인 것'을 넘어 확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 의장은 이를 타개하기 위한 하이브의 계획으로 라틴·미국 시장 주요 레이블 한두 개를 인수해 미국 주류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며 "미국 음악 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내에 거점을 둔 주요 K팝 회사들의 글로벌 음반·음원 시장 전체에서의 매출 점유율은 2% 미만"이라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이 있고,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현대가 있듯이 K팝 시장에서도 현 상황을 돌파해 나갈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등장과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글로벌 유통사를 상대로 협상력을 키워나가려면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 의장은 방탄소년단의 앞날에 대해선 "우리도, 멤버들도 2025년 정도에는 (완전체 활동을) 재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정말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양자가 합의했다"며 "계약 기간은 아직 좀 남아 있어 그 기간에 이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