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3년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3년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올해 첫 기준금리 결정 회의에서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3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1월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5%로 인상했다. 지난해 4·5·7·8·10·11월에 이어 사상 첫 일곱 차례 연속 인상이다.

시장에서도 이달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국내 채권 전문가 10명 중 6명 이상이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점친 것. 높은 물가오름세와 미국과의 금리 차이에 대한 우려가 작용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109.28)는 1년 전보다 5% 상승했다. 상승률은 지난해 7월(6.3%)을 정점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8개월째 5%대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향후 1년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3%대 후반(12월 3.8%)으로 높은 수준이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신년 인사회에서 "국민 생활에 가장 중요한 물가가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므로, 올해 물가안정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 기조를 지속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말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회의에선 최종금리(연 3.5% 전망) 상향 조정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미국과의 금리 차가 커진 점도 한은이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밖에 없는 배경이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4.25~4.5%다. 이날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금리 차는 1%p로 줄었지만, Fed가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만큼 다시 벌어지는 건 시간 문제다.

한미 간 금리 역전 폭이 커지면 자본 유출 우려가 커지게 된다. 당장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 해도 장기간 지속될 경우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최근 Fed의 고위 인사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5%를 조금 넘는 수준까지 올려야 한다며, 2·3·5월 3연속 0.25%포인트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가 최근 현지 12개 투자은행(IB)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7개사가 미국 최종금리 상단을 5.25%로 전망하기도 했다.

Fed가 최종금리 상단을 연 5% 이상으로 높이고, 한은이 최종금리를 연 3.5%로 잡을 경우, 한미간 금리 격차는 1.5%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지게 된다. 이는 2000년 10월 1.5%포인트를 기록한 이후 두 나라 사이 가장 큰 금리 역전 폭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3년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3년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다수 전문가들은 미국이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이상 국내 최종금리 수준도 연 3.75%까지 올라설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다만 국내외 경기가 침체 국면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부동산 경기가 다시 하락할 수 있는 점 등을 미뤄볼 때 한은이 금리인상을 신중히 고려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은의 금리 정책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규제 완화책이 동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는 이전 인상과 달리 동결의 소수의견이 1명 이상 나올 것"이라며 "경기둔화, 금융불안에 대한 불확실성을 인정하는 정도에서 중립적 스탠스가 확인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기준금리 인상분은 곧바로 대출금리 인상폭에 반영돼 가계의 이자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p 오르면 연간 가계 이자부담이 3조3000억원 늘어난다. 이미 주요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8%를 넘어선 상황이다. 전세대출 및 신용대출 역시 금리 상단이 7% 안팎에서 형성돼 있는 상황에서 긴축 기조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 기조는 지속될 전망이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