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마트에서 현지 소비자가 오리온 제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오리온
베트남의 마트에서 현지 소비자가 오리온 제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오리온
오리온이 베트남 시장에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베트남 국민간식으로 자리잡은 '초코파이'와 현지 생감자스낵 1위에 올라선 '오스타(한국명 포카칩)' 등을 필두로 연 매출 4000억원을 돌파했다.

오리온은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매출액이 40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다고 22일 밝혔다. 2005년 베트남에 법인을 설립한 오리온은 2016년 매출 2000억 원을 돌파 후 지난해 3000억 원을 넘어섰다. 올해는 11월까지 집계치임에도 지난해 연 매출액인 3414억 원을 뛰어넘으며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오리온의 대표 제품 초코파이는 베트남에서 단일 품목으로만 연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베트남에서 초코파이는 결혼식 하객 답례품으로 쓰이거나 각 가정에 조상을 기리기 위한 제단에 올라갈 정도로 인기다.
베트남 한 가정에 차려진 제단에 오른 초코파이.
베트남 한 가정에 차려진 제단에 오른 초코파이.
오스타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생감자스낵은 현지 카테고리 1위에 올랐다. 신제품 ‘오스타징(한국명 콰삭칩)’, ‘스윙(한국명 스윙칩) 갈릭쉬림프’ 등이 더해지며 생감자스낵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9% 늘었다. ‘쿠스타스(한국명 카스타드)’, ‘붐젤리(한국명 마이구미)’, 쌀과자 ‘안’ 등도 현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오리온 제품이다.

이 같이 오리온이 베트남 시장에서 성공한 비결은 두 가지가 꼽힌다. 우선 철저한 현지화다. 2006년 호치민, 2009년 하노이에 각각 공장을 설립해 현지 생산체계를 갖췄다. 최근 판매량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하노이와 호치민 공장 증설과 함께 제 3공장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제품의 레시피를 고집하지 않고 현지인이 좋아하는 맛을 적용한 것도 특징이다. 초코파이는 수박맛을 내놓는가 하면, 마시멜로 대신 아몬드 크림층으로 채운 제품을 내놓는 등 현지 Z세대의 입맛에 맞췄다. 심지어 베트남 전통 쌀밥인 '꼼(Cốm)'을 적용한 카드타드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또 다른 성공비결은 바로 ‘정(情)’ 마케팅이다. 베트남엔 한국식 정과 유사한 ‘띤깜(정감)’ 문화가 있다. 영업 밑바닥부터 친밀함을 쌓기 위해 노력하며 거래처를 뚫어 베트남 전역에 170여개 딜러를 개발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거래처를 방문할 때마다 진열대를 청소하는 등의 '정' 영업 전략이 베트남에서도 통했다"고 설명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