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대신 MAU로 싸운다 [슬기로운 금융생활]
"요즘 누가 MS 경쟁 하나요? 이제는 MAU죠"

금융권 경쟁 지표가 바뀌었습니다. 금융의 비대면화, 디지털화를 넘어 이제는 플랫폼화로 발전하면서 기존 시장점유율(Market Share, MS)로 '잘 나가는 금융사'를 책정하던 시대는 지난 분위기입니다. 금융사들의 새로운 경쟁지표, 바로 월간활성화이용자수(Monthly Active Users, MAU)입니다.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는 금융사들의 전략, 슬기로운 금융생활에서 다뤄보겠습니다.

◆ 400개 넘는 금융사…무한경쟁 시대

국내에서는 수많은 금융사가 있습니다. 신한과 KB, 우리, 하나,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을 비롯해 지방은행, 저축은행,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카드사와 캐피탈사, 여기에 금융투자회사까지. 400개가 넘는 금융회사들이 국내에 있습니다. 상호금융사까지 더해지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나죠.

이렇게 많은 금융사들이 있다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보면, 금융소비자들 역시 어떤 금융사를 이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죠. 가장 먼저 고려하게 되는 부분은 바로 '자산규모'입니다. 보통 '업계 1위'라는 명칭을 붙일 때 자산규모를 비교하게 됩니다.

자산규모가 크면 클수록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 역시 높겠죠. 금융소비자들 역시 보다 믿음직한 금융사에 내 자산을 맡기기 위해 시장점유율, 즉 MS를 파악해보기도 합니다. 점유율을 산정하는 기준은 업권에 따라 다릅니다. 특히 상품종류가 다양한 보험업권의 경우 보험종류별 신계약이나 보유기준에 따라 금융사별 점유율이 엎치락뒤치락 하기도 합니다. 카드사는 그 회사의 카드를 얼마나 많은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지가 지표가 되겠죠. 신용판매 규모가 점유율 지표로 사용됩니다.

금융사 입장에서 점유율은 매출은 물론 순익과도 직결됩니다. 동시에 소비자들에게는 금융사에 대한 믿음, "나 말고도 수많은 사람들이 이 금융사를 이용하고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효과도 있죠. 때문에 금융사들은 오늘도 치열하게 점유율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 순수이용자 집계 'MAU'가 더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 금융권에는 MS보다 더 자주 쓰이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월간활성화이용자수, MAU입니다. MAU는 한 달 동안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순수한 이용자 수를 의미하는 지표입니다. 이 용어는 원래 게임별 인기 순위를 책정할 때 유저들의 현황 파악 지표로 사용됐는데, 빠른 디지털화로 인해 결국 금융권까지 안착했습니다.

왜 금융권에서 MAU가 새 지표로 쓰이고 있을까요? 바로 금융앱의 '플랫폼화' 때문입니다. 그간 금융사들은 일반적으로 창구를 통한 오프라인 영업에 주력해왔는데, 비대면 시대가 도래하면서 금융앱을 통한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네이버와 카카오 등 플랫폼 서비스들이 금융권에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금융권의 플랫폼 경쟁 신호탄을 터뜨렸습니다. 지점이 없는 인터넷은행의 출범도 MAU 경쟁을 더 부추긴 셈입니다.

이렇다보니 금융사 입장에서는 상품 판매도 판매지만 일단 '우리 앱을 더 많이 설치하고, 더 많이 들어오게 해야 한다'는 것이 1차적인 전략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단순히 판매실적으로 비교했던 기존 MS 지표보다, 이용자를 사로잡은 지표인 MAU가 더 중요해진 겁니다.

그렇다면 금융사들은 왜 MAU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을까요. 먼저, MAU가 의미있는 것은 '중복집계'가 포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한 사용자가 해당 앱을 여러 번 사용했다고 해도 이는 '한 명'으로만 집계됩니다. 말 그대로 '순수한 이용자수'를 나타내기 때문에 그 경쟁력을 더 인정받을 수 있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또 한 가지, MAU 경쟁력은 곧 플랫폼 경쟁력입니다. 실제 해당 금융사의 앱 이용자 수가 많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매출과 직결되는 것은 물론, 앱에 탑재된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이 고객을 직접 만나지 않고도 장기고객, 충성고객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락인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MS 대신 MAU로 싸운다 [슬기로운 금융생활]
◆ 금융사, 플랫폼 혁신 속도낸다

실제로 금융권의 MAU 경쟁은 상당히 치열합니다. 금융사들은 소비자들을 자사 앱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빠른 속도로 '플랫폼화'를 추진 중입니다. 금융서비스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활서비스 등을 탑재해 금융앱 하나만으로도 여러 업무를 볼 수 있게 하는 전략입니다. 최근 한 은행에서 여러 계좌 조회가 가능한 오픈뱅킹이 가능해진 것도 플랫폼화를 더 가속화했습니다.

이에 따라 MAU 1,000만 달성 금융사들도 늘기 시작합니다. 한 빅데이터플랫폼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토스 MAU는 1,427만명, 카카오뱅크 1,315만명, KB국민은행 1,150만명으로 높은 수준을 나타냅니다. 최근 뱅킹앱을 개편한 신한은행도 MAU 1,000만 달성을 앞두고 있습니다.

국내에 8개나 있는 카드사들도 MAU 늘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카드의 경우 소비자들이 직접 결제하는 지불수단이기 때문에 그 민감도가 더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비대면으로 바코드 등 결제가 가능하도록 한 앱카드에 이어, 한 카드앱에서 여러 카드사의 카드를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오픈페이'도 출시를 앞두고 있죠.

일단 앱으로 소비자를 끌어오기만 하면, 다양한 금융상품 비교서비스나 추천까지 자연스럽게 가능해집니다. 실제로 메신저인 카카오톡의 경우에도 4,000만 명이라는 MAU를 달성한 이후 광고나 쇼핑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접목해 수익을 내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금융앱을 플랫폼처럼 활용 가능해졌습니다. 금융앱 설치 하나만으로 음식 주문에 커피배달, 운세보기, 중고거래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들이 가능해졌고 그 서비스는 지금도 계속해서 늘고 있습니다. 금융앱에서 이용자들을 더 오래 머물게 하기 위한 금융사들의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입니다.

★ 슬기로운 TIP

빠른 플랫폼화로 금융사들의 경쟁 지표는 꾸준히 변화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MAU 외에 'DAU' 역시 최근 금융권에서 자주 등장합니다. MAU가 월간활성화이용자수를 나타낸다면 DAU(Daily Activity Users)는 일간활성화이용자수, 즉 하루동안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순수한 이용자수를 의미하는 지표입니다. DAU 역시 MAU와 마찬가지로 한 명이 여러 번 앱을 방문하더라도 1명으로 집계되는 숫자입니다. MAU보다 더 세밀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금융사들은 최근 DAU 연구에 더 집중하기도 합니다.
MS 대신 MAU로 싸운다 [슬기로운 금융생활]
장슬기기자 jsk9831@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