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지 아닌 목적지 되겠네"…'벼랑끝' 고속도로 휴게소의 부활 [하수정의 티타임]
코로나19 이후 경영난에 시달리던 고속도로 휴게소가 올해 2분기를 기점으로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휴가철이 시작된 7월에는 통행량이 증가하며 휴게소의 일평균 매출도 코로나 이전 수준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휴게소 운영사들은 다음 달 추석 대목과 10월 두 차례의 사흘 연휴(1~3일, 8~10일) 등을 맞아 이용객이 급증할 것으로 보고 고객 잡기를 위한 사업 재정비에 나섰다.

○휴게소 매출 뚜렷한 회복

25일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전국 고속도로에 위치한 총 205개 휴게소의 올해 1~7월 매출은 총 723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5901억원보다 22.6% 증가한 금액이다.

월별로 살펴보면 4월부터 매출 증가궤적이 가팔라져 7월엔 사실상 완전 정상화 단계까지 올라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전국 휴게소의 일평균 매출은 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4% 급증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7월(43억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휴게소의 일평균 매출은 3월 만해도 전년 대비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1분기 중엔 부침이 있었다”며 “2분기부터 뚜렷한 회복추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휴게소 운영사들도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 36개 고속도로 휴게소(주유소 제외)를 운영하는 1위 사업자 대보유통은 지난달 처음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7월 매출을 넘어섰다. 이달(22일 기준) 들어서도 전국적인 폭우에도 불구하고 1년 전보다 40% 이상 매출이 늘었다.

‘전국 최대 매출 휴게소’로 꼽히는 SPC삼립의 가평휴게소(서울양양고속도로)는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0% 증가했다. 가평휴게소와 함께 최대 휴게소 중 하나인 CJ프레시웨이의 행담도휴게소(서해안고속도로)도 상반기 매출이 16.5% 불어났다. 한 휴게소 운영사 관계자는 “휴게소 매출은 물동량, 교통량뿐 아니라 소비 경기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며 “지난해까지 화장실만 이용하거나 편의점에서 간단한 끼니를 해결하던 이용객들이 최근 들어 식당을 찾고 휴게소 내 상점에서 쇼핑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적자 휴게소’ 한숨 돌려

고속도로 휴게소는 2019년 말부터 통행량 감소,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상당수 휴게소가 지난해까지 적자를 봤다. 급기야 강원도 최대 휴게소 중 하나였던 내린천 휴게소는 경영난을 겪다 매물로 나와 최근 운영사가 바뀌었다.

코로나 이후 임대료 갈등도 불거졌다. 경기도 중부고속도로에 있는 한 대형 휴게소는 민간사업주와 임차 운영사 간 마찰로 지난해 자진 휴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휴게소 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한 인건비 증가, 고액의 임차 수수료,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겹쳐 최악의 경영난을 겪었다”며 “여전히 오후 7시 전에 식당을 닫거나, 일부 코너를 폐쇄하는 식으로 감축 운영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기업들 시장 공략 강화

기업들은 앞으로 고속도로 휴게소 이용객들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휴게소 시장 공략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이용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휴게소 맛집’을 재정비하고 각종 편의시설을 도입하고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 9곳을 운영하는 SPC삼립 관계자는 “최근 휴게소를 경유지가 아닌 목적지로 삼을 정도로 휴게소 자체를 즐기는 수요도 늘고 있다”며 “반려동물 전용 공원을 만들고 기존 외식 매장을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GRS는 중부고속도로에 있는 하남드림휴게소 환승형 복합휴게시설 컨소시엄에 참여해 휴게소 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2027년 개장하는 하남드림휴게소에 식음시설뿐 아니라 키즈테마파크와 옥상 광장 등 여가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게 롯데의 구상이다.

다만 직원 구인난과 코로나19 확산 추이가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김진경 대보유통 대표는 “대부분의 휴게소가 조리 인력 등 직원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구인난으로 인해 휴게소에도 로봇 도입이 확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