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성 온브릭스 대표
허재성 온브릭스 대표
“가락시장은 꼭 새벽에 가야 합니다”

허재성 온브릭스 대표는 가락시장에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산다. 벌써 7년째다. 허 대표는 “새벽에 가야 전국 각지에서 들어온 상품들을 산지와 직접 교감하듯이 살펴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현대백화점에서 상품 전문가로 10년 가까이 상품과 함께 하며 감각을 익혔다. 직장 생활하던 때나 스타트업 대표인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은 점은 산지와 새벽시장과 늘 함께 하고 각 상품의 이야기를 매일 기록하는 것이라고 했다.

온브릭스는 브릭스(Brix), 농산물 표준규격 등을 기준으로 상품을 선별해 고객에게 믿고 먹을 수 있는 과일을 제공하고, 신념있는 농부에게 안정적인 판매 활로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Q: 과일 전문가인데

A: 현대백화점에서 국내외 최고의 과일 및 가공품을 안정적으로 소싱하는 업무를 했다. 당시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상품들이 있다. 샤인머스켓, 납작복숭아, 스윗사파이어포도, 캔디포도시리즈 등이다. 그런 경험 덕분에 온브릭스에서는 맛있거나 새로운 과일을 선보이는 것이 아주 당연하고 기본적인 일이다.

바이어 시절, “가장 맛있는 과일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주저없이 “산지에서 바로 따먹는 과일”이라고 답했다. 단, 전제조건은 과실을 가지(줄기)에서 최대한 익힌 숙도 95% 내외의 과실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반 소비자는 유통구조상 숙도 80% 내외의 과실을 맛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복숭아, 멜론 등은 후숙과일이니 익혀 먹으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됐다.

Q: 초신선 배송은

A: 과일의 참 맛을 전달하고자 하는 생산자를 모집해 숙도 95%내외의 완전히 익은 상품을 당일 아침에 수확해 12시간 내 고객의 식탁 위에 배송하는 것을 사업모델로 삼았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도입하는 서비스였고, 우수 물류 파트너사와의 협업을 통해 서울경기 1500만 권역의 고객을 대상으로 ‘오전 11시까지 주문시, 저녁 9시 이전까지 당일 수확 상품이 도착하는 서비스’가 탄생하게 됐다.

그렇게 ‘아침 수확, 저녁 식탁 위 도착’ 초신선 배송이라는 슬로건으로 작년 말 초신선 딸기를 출시했고 올 7월부터는 복숭아로 확대했다.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고 딸기는 4개월간 약 5억원, 복숭아는 현재 하루 1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Q: 빠른 배송이 이슈인데

A: 신선식품 업계에서는 빠른 배송 서비스가 수년째 화두다. 다만, 빠른 배송 서비스를 마치 산지에서 갓 수확한 상품을 빠르게 배송하는 것처럼 말해왔는데 이는 일부 기업들이 마케팅 포인트를 거짓으로 잡았던 부분이다.

새벽배송은 물류센터 입고 시간이 낮 시간으로 설정되어 수확 후 익일 센터에 입고된다. 즉 산지 수확한 상품이 고객의 집 앞에 배송되기까지 최소 36시간 이상이 걸리고 고객의 식탁에 오르기까지는 48시간이 소요된다. 그래서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게 됐다.

그래서 상품 본연의 프리미엄을 강조하는 것이 이슈가 됐다. ‘과연 이 상품의 브릭스 즉 당도는 얼마인가?’, ‘농부가 수확하고 고객에게 얼마만에 도착하는가?’ 등의 팩트에 근거한 마케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가락시장은 꼭 새벽에 가야 합니다”

Q: 기억에 남는 일은

A: 초신선 배송을 구상하고 농가와 물류 파트너를 설득해 딸기를 시작으로 서비스를 진행했다. 그 사실이 한 언론에 보도되자, 정말 많은 업계 바이어들한테 연락을 받았다. 내용은 한결같이 저 때문에 “임원과 팀장님들로부터 훈시를 들어야 했다”는 하소연이었다.

모든 유통사 바이어들의 KPI에 늘 존재하는 당일 수확한 상품을 판매하는 ‘새벽OO, 당일OO 서비스’는 보여주기식 서비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온브릭스가 1500만 권역에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니까 다들 난감한 상황이 된 것이다.

Q: 자사몰 준비중이라고

A: 올해말 오픈한다. ‘당도LIVE’ 메뉴를 통해 바이어가 매일 새벽 구매 또는 입고되는 실제 상품의 당도를 이미지와 영상을 통해 실시간 고객에게 공유하고 이를 통해 작업되는 상품을 즉시 구매할 수 있는 고객 환경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런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최초로 시도되는 것이라 고객에게 어떻게 홍보할지 고민이다.

창업 3년차에 매출 220억원을 달성할만큼 성장에만 초점을 두고 달려오다 보니 브랜딩에 대한 가치관이 다소 미흡했다. 그래서 H백화점 본사의 브랜딩 전문가를 CBO로 영입하고 브랜드팀을 신설해 브랜드 리뉴얼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Interviewer 한 마디

허재성 대표는 “판매자로서의 가치만을 내세웠을 때 고객의 반응은 차가웠다”고 회고했다.

그래서 온브릭스 마케터들은 판매자와 고객, 양쪽 관점에서 상품을 이해하고 마케팅 포인트를 잡아 고객에게 전달한다고 했다.

이렇게 누구나 아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 제대로 실행하기 가장 어렵다. 기본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장경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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