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 인수를 추진 중인 글로벌세아가 산업은행으로부터 인수금융 대출을 조달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은 현재 거래 자문을 맡고 있는 미래에셋증권을 포함한 다른 금융기관에 비해 낮은 대출 금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글로벌세아에 쌍용건설 인수금융 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대출 규모는 약 1000억원 내외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조만간 확약서(LOC)를 발급할 예정이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글로벌세아 측 인수 자문을 담당한 미래에셋증권이 인수금융 대출 주선도 맡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산업은행이 보다 낮은 금리를 제공하며 대출 지원을 약속했다.

한 인수금융 업계 관계자는 “건설업은 업황과 수주 규모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큰 업종이어서 인수금융을 조달하기가 쉽지 않다”며 “산업은행이 정책 금융기관으로서 재무 상황이 악화된 쌍용건설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대출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은이 제공하는 금리는 연 6% 안팎으로 알려졌다. 인수금융 시장에서 금리는 연 7% 안팎까지 가파르게 뛰고 있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낮은 수준이라는 게 IB 업계 설명이다.

글로벌세아는 지난 6월 쌍용건설 인수 추진을 공식화한 후 최근까지 실사를 진행했다. 쌍용건설이 해외 매출 비중이 큰 만큼 아랍에미리트(UAE)와 싱가포르에 직접 실사팀을 보내 건설 현장 등을 실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 양측은 이르면 이달 말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 두바이투자청이 보유한 쌍용건설 경영권 지분(99.95%)와 쌍용건설이 발행하는 신주를 글로벌세아가 인수하는 구조다. 총 거래규모는 25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현재 쌍용건설의 재무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글로벌세아는 두바이투자청 보유지분을 인수하는 금액보다 큰 금액을 신주 매입에 투입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기준 쌍용건설의 부채비율이 635%에 달한다.

섬유 및 의류 제조업에 주력하는 글로벌세아는 건설 자회사인 세아STX엔테크와의 시너지를 염두에 두고 쌍용건설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쌍용건설과 세아STX엔테크 모두 해외 프로젝트 수주에 강점이 있어 글로벌 네트워크 측면에서 협업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글로벌세아와 쌍용건설은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발 건설 경기 불황으로 유동성이 악화됐던 쌍용건설은 2012년 말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후 2013년 워크아웃을 거쳐 2014년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두바이투자청이 쌍용건설을 인수한 건 2015년이다. 주인이 바뀐 쌍용건설은 2016년부터 흑자 기조를 이어왔지만 해외 공사 지연으로 일시적 손실이 발생하면서 지난해 1108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박시은 기자 seek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