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을 더 준다고 해도 예전처럼 주 5일제로 돌아갈 순 없을 것 같아요. 주 3일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돈으로 살 수 없으니까요.”
교육업체 에듀윌에서 파트장을 맡고 있는 장범석 씨(39)는 회사가 시행 중인 ‘주 4일 근무제’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장씨는 늘어날 휴일을 활용해 아홉 살 자녀와 2박3일 캠핑을 자주 다니고 있다. 금요일에는 아내를 대신해 아이의 등하교도 전담하고 있다.
최근 ‘주 4일제’를 도입하는 교육기업이 늘고 있다. 급여를 삭감하거나, 연차를 소진하지 않고 근무시간만 줄이는 식이다. 에듀윌이 2019년 처음 도입한 이후 휴넷, 금성출판사 등도 근무시간 줄이기에 나섰다.
워라밸 중시하는 MZ세대 잡아라
평생교육기업 휴넷은 지난 1일부터 매주 금요일을 휴무일로 정하고 주 4일제를 전면 도입했다. 2019년 말 주 4.5일제를 시행한 후 올해 1월부터 시범적으로 도입했던 주 4일제를 전 직원을 대상으로 확대한 것이다. 교육기업들이 주 4일제 도입에 나선 것은 높은 임금보다 ‘워라밸(일과 삶의 조화)’을 추구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우수인력을 잡기 위해서다. 조영탁 휴넷 대표는 제도를 도입하며 직원들에게 “우리 회사가 업계에서 가장 높은 임금을 줄 수는 없지만, 가장 좋은 복지제도는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급여는 그대로 두고, 주 4일제로 근무시간이 20% 단축되면 근로자에겐 노동 시간당 임금은 25% 상승한 효과가 있다는 게 휴넷 측의 설명이다.
에듀윌은 주 4일제 선구기업으로 꼽힌다. 2019년 6월, 교육업계에서는 가장 처음으로 주 4일제를 도입해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 에듀윌 직원들은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 중 원하는 날 하루를 선택해 쉴 수 있다. 평생교육 기업 금성출판사도 지난 3월부터 주 4.5일제를 도입해 본사 임직원 모두가 매주 금요일이면 오전에 4시간만 일하고 퇴근한다.
주 4일제를 도입하자 우수한 스펙을 갖고도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 육아와 업무를 병행하려는 젊은 부모 직원들의 입사 지원이 부쩍 늘었다. 휴넷의 과장급 여성 직원은 첫 직장이 대기업이었지만 결혼과 출산, 육아를 병행할 수 없는 환경이라 회사를 그만뒀다. 경력 단절 이후 휴넷에 재취업한 후에는 일과 가정을 함께 꾸릴 수 있게 됐다.
에듀윌에서 팀장으로 일하는 워킹맘 김선옥 씨(40)는 “주 4일제를 하고 나서 처음으로 학부모 위원회에 참석해봤다”며 “워킹맘은 학교 행사에 참여하기 어려워 엄마들 모임에 끼지 못했는데, 이젠 그럴 걱정이 없다”고 했다.
실적 우려도 불식
교육기업들이 처음 주 4일제를 도입했을 때 일각에선 실적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교육기업들은 실적으로 이런 우려를 불식시켰다. 휴넷은 4.5일제를 처음 시행한 뒤 3년간 매출이 매년 20% 이상 증가했다. 2019년 506억원이었던 매출은 2020년 617억원, 2021년 770억원으로 뛰었다.
직원들은 오히려 업무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에듀윌에서 시행한 사내 설문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95.7%가 ‘주 4일 근무제 이후 업무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답했다. 직원들은 ‘커피타임, 잡담 등 불필요한 시간이 줄어들고 업무에 몰입하는 시간이 많아져 집중도가 높아졌다’ ‘출근에 대한 부담감이 사라져 보다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하게 된다’ ‘정해진 시간 안에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회의가 간소화되고, 업무 프로세스도 개선됐다’는 응답을 내놨다.
에듀윌에서 매니저로 일하는 함동호 씨는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 2박3일 백패킹을 떠난다. 함씨는 “매주 4일간 확실히 업무를 처리하고 나머지 3일은 쉴 수 있으니 일과 휴식이 잘 분리된 느낌을 받는다”며 “자연 속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직장에서 업무를 대하는 태도도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했다.
카카오가 다음달 8일부터 격주 놀금(금요일 휴무) 제도를 시행한다고 17일 밝혔다.카카오는 놀금 제도 도입에 대해 "함께 일하고 함께 쉬는 문화를 만들어 조직 생산성 높이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놀금 제도는 격주 단위로 금요일을 쉬는 날로 지정해 주 4일만 근무하는 제도다. 만 3년 근무한 임직원에서 30일 제공하는 안식·리프레시 휴가제도는 그대로 유지된다.또 카카오는 같은 달 4일부터 새로운 근무 제도인 메타버스 근무제를 시행한다. 이에 따라 카카오 임직원은 본인이 선택한 장소에서 자유롭게 근무가 가능하다. 단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는 동료와의 효율적인 협업을 위해 필수 근무 시간대로 정했다.아울러 온라인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을 보완할 수 있도록 주 1회 오프라인 만남을 권장한다. 임직원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상호 소통할 수 있도록 음성 채널 활용도 권장하기로 했다.카카오는 이번 근무제를 파일럿(시범) 형태로 운영하고 향후 추이를 통해 근무 형태에 대한 데이터 분석, 임직원 대상 설문조사 등을 진행한 뒤 내부 의견을 듣는다는 계획이다.카카오 측은 "투명하게 소통하며 근무 제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며 "내년 1월 정식 시행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워크-라이브 밸런스)가 최악인 나라는 멕시코라는 분석이 나왔다.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한국이 함께 상위권에 들었다.14일(현지시간) 데이터기업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에 러시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워라밸을 10점 만점으로 환산해 평가한 결과 0.4점을 기록한 멕시코가 세계에서 가장 워라밸이 나쁜 나라로 지목됐다. 2위 콜롬비아, 3위 코스타리카까지 3위권이 모두 중남미 국가였다. 4위는 터키가 차지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일본이 3.4점으로 5위에 올랐다. 한국은 일본과 근소한 차이로 7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워라밸 점수는 10점 만점에 3.8점이었다. 스타티스타는 “한국과 일본에는 과로하는 문화가 있다”고 이유를 분석했다. 워라밸 점수는 2020년 기준으로 근로시간과 여기시간의 비율 등을 통해 산정했다고 스타티스타는 설명했다.반면 워라밸이 가장 좋은 나라는 이탈리아로 조사됐다. 덴마크 노르웨이 스페인 네덜란드 등 상위권을 유럽 국가들이 휩쓸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국민은행 영업점에서 기업대출 업무를 맡고 있는 강모 과장은 요즘 야근하는 날이 크게 줄었다. 얼마 전 도입된 로보틱 사무자동화 시스템(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자동이’ 덕분이다. 기업 신용평가에 필요한 서류 준비나 대출 만기 관리처럼 단순·반복적인 일을 자동이가 대신 처리해 주기 때문이다. 강 과장은 “똑똑한 후배 자동이가 들어온 뒤로 저녁 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자동이 도입 이후 국민은행 직원들의 근무 시간이 1인당 연 170시간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8시간 근무한다고 가정하면 직원 한 명이 한 달간 처리해야 할 업무량이 감소한 효과다.국민은행은 2017년 12월 처음 자동이를 도입했다. 단순·반복적인 일을 자동이에 맡기고 직원들은 남는 시간에 부가가치가 더 높은 일에 집중하도록 한다는 취지에서다. 도입 당시 자동이는 본부 부서 업무 4개를 처리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지금은 본부 부서 179개, 영업점 61개 등 240개 업무에 자동이가 쓰이고 있다.자동이 도입으로 차주의 신용 부실 위험 모니터링, 영업점별 계수 보고서 작성, 대출 실행 전 확인사항 점검, 직장·소득서류 위변조 체크 등 직원들이 일일이 처리해야 했던 일이 자동화됐다. 업무 관련 기사와 시장 정보 수집, 소속 부서별 보고 취합과 경조사 확인도 자동이가 한다.국민은행은 직원들이 직접 본인 업무에 최적화한 ‘맞춤형 자동이’(RPA 퍼스널봇)를 개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자동이를 업무 환경에 완전히 정착시킬 계획”이라며 “인공지능(AI), 광학문자판독(OCR) 등 신기술도 도입할 방침”이라고 했다.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