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가전업계에 빙하기가 찾아왔다고 합니다.

코로나 특수가 끝나고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면서, 소비자와 가장 밀접한 가전산업이 직격탄을 맞은 건데요.

산업부 양현주 기자와 가전 업계 현황 자세히 나눠보겠습니다.

양 기자, 사실 업황이 안 좋을 거란 예상은 모두가 하고 있고, 그래서 어떤 가전이 가장 안 팔리는가가 좀 궁금한데요.

<기자>

네. 최근 가전 수요가 급격히 떨어졌다고 해서 제가 직접 매장에 가 봤습니다.

방문한 매장의 점장에게 특히 어떤 제품의 판매량이 가장 많이 줄었나 물어봤는데요.

전반적인 가전 수요 자체가 감소한 가운데, 그중에서도 특히 스타일러와 같은 신가전 판매량이 절반 이상 뚝 떨어졌다는 설명입니다.

신혼부부같이 판촉 행사를 통해 혼수를 세트로 구매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의류관리기를 따로 구매하는 이용자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경기 둔화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세탁기, 냉장고와 같이 꼭 필요한 가전이 아닌 경우 더 큰 폭으로 수요가 줄어드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코로나19 최대 수혜 품목이죠. 바로 노트북과 태블릿입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늘어났던 노트북과 태블릿 수요 역시 판매량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덧붙였습니다.

팬데믹 시기에 이미 많이 교체했으니, 가전 사용 주기에 따라 아직 교체 수요가 생기지 않은 겁니다.

<앵커>

스타일러, 노트북 등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주력 제품은 아니잖아요? 세탁기, TV 등 주요 가전제품의 판매량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기자>

스타일러 등과 비교하면 나은 상황이지만 좋다고 볼 순 없겠습니다.

주력 제품 중 가장 큰 골칫거리는 바로 TV라는 게 매장 관계자의 설명인데요.

TV 역시 코로나19 대표 수혜 품목인데다 가격대도 높기 때문에 판매 감소가 뚜렷하다고 말합니다.

TV의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1, 2위 기업인 만큼, 전 세계로 시야를 넓혀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TV 시장 상황도 좋지 않습니다. 올해 전 세계 TV 출하량 전망이 불과 세 달 만에 284만 대 줄어들기도 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TV 판매량이 가장 많은 북미지역의 주택 시장이 침체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이사를 하면서 오래되거나 새로운 집의 인테리어에 맞는 가전으로 바꾸는 경우가 많죠.

이 때문에 가전 수요를 예측할 때, 주택시장지수를 참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지수가 높을수록 가전 수요도 함께 올라가는데, 보시는 것처럼 올해 들어 주택시장 지수는 꾸준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보복 소비가 줄어들었는데, 최근 높아진 금리로 주택경기까지 나빠지면서 가전 교체 수요 자체가 위축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추세는 금리가 오르고 있는 국내 시장도 마찬가지라고 봐도 되겠습니다.

<앵커>

정리해보면, 꼭 필요하진 않지만 편리함을 줬던 스타일러와 비대면 특수로 가장 큰 수혜를 봤던 PC 판매가 뚝 떨어졌고. 주력 제품군에선 TV가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군요.

이렇게 수요가 줄어들면 가전회사 실적도 좋지 않을 것 같은데 좀 어떻습니까?

<기자>

네 증권가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올해 가전 부문 실적이 좋지 않을 거라고 전망합니다.

표에서 보시는 것처럼 삼성전자, LG전자 올해 영업익이 각각 9천억 원, 1조 4천억 원가량 줄어들 거라고 추정되는데요.

삼성전자보다 LG전자 가전의 영업이익 감소 폭이 더 큰 이유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유럽 지역 위주로 판매량을 늘려왔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유럽은 LG전자 TV 출하량의 33%, OLED TV 출하량의 48%를 차지했던 지역이기도 합니다.

<앵커>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데, 가전 기업들 불황을 이겨낼 특별한 전략 있을까요?

<기자>

가전기업은 정확한 타깃을 겨냥한 맞춤형 가전과 프리미엄 가전이라는 두 가지 전략으로 대응한다고 합니다.

맞춤형 가전의 대표적인 예는 바로 LG전자의 스탠바이미입니다. 스탠바이미는 일반 TV 보다 크기가 작은 이동형 디스플레이 기기인데요. 1인 가구와 MZ세대를 공략한 대표적인 제품입니다.

하지만 이런 맞춤형 가전은 아직 시장 규모가 크지 않습니다.

따라서 결국 수익성이 좋고 비교적 경기를 덜 타는 프리미엄 가전으로 실적 부진 상황을 버티겠다는 전략이 우세합니다.

실제로 1분기 세계 TV 시장 판매량은 1년 전보다 4.9%가량 줄었지만, 고가 제품인 QLED TV 판매량은 23% 증가했죠.

이 때문에 두 회사는 기존 프리미엄 고객을 넘어 최고가 가전 소비자를 잡기 위해 혈안입니다. 경기 영향을 받지 않는 튼튼한 수요층을 잡겠다는 전략이죠.

실제로 최근 들어 최고가 가전 소비자를 위한 별도 AS 서비스, 프로모션 등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다만 최고가 가전이라도 가전의 교체 주기는 정해져 있는 데다, 글로벌 대외 변수로 인한 경기 둔화가 장기화될 전망이라 앞으로의 상황이 밝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양현주기자 hjyang@wowtv.co.kr
"판매 절반 뚝" 스타일러·PC·TV…파티 끝난 가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