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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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은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사람들의 선택원리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선택이라는 경제현상은 인류가 탄생하면서부터 있었다고 할 수 있지만 경제학에서 다루는 대상은 자본주의에서 발생하는 선택행위다. 따라서 경제학을 이해하는 첫 출발은 선택행위가 발생하는 장소인 시장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조선시대에도 있었던 장터와 같은 비상설시장은 자본주의 이전 시기에도 있었지만 자본주의가 도래한 이후로는 상설로 존재하는 시장이 폭넓게 자리잡았다. 따라서 자본주의를 시장경제라고도 부른다.

희소한 자원과 경제문제

사람의 욕망은 매우 크지만 이런 욕망을 충족시켜줄 자원이 희소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희소한 자원을 어떻게 이용할지에 관한 선택의 문제에 항상 마주하게 된다. 선택을 통해 더 많은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사람들이 해결해야 할 주요한 과제를 경제문제라고 한다. 결국 가장 핵심적인 경제문제는 사람들의 욕망을 더 많이 충족시키기 위해서 희소한 자원으로 무엇을, 어떻게, 누구를 위해 만들 것인가이다. 시장경제 이전에는 이 경제문제를 풀기 위해 노예경제나 봉건경제라는 방식이 순차적으로 나타났었지만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어 결국 붕괴되고 시장이 등장하게 됐다.

산업혁명과 시장의 등장

시장의 등장에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해준 것은 산업혁명이다. 산업혁명으로 기계가 등장하면서 산업혁명 이전의 도구 중심 생산에 비해 생산성이 매우 크게 증가해 대량생산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산업혁명 이전에도 자원은 희소했지만 산업혁명으로 대량생산 시스템이 자리잡으면서 사람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자원의 희소함을 더욱 크게 느끼게 돼 경제문제에 대한 최적의 해결에도 큰 관심을 두게 됐다. 이때 시장이 자생적으로 등장, 희소한 자원을 이용해 무엇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준 것이다.

이는 시장이 어떤 물건을 얼마나 만들어도 되는지에 관한 정보를 준다는 것으로, 시장이 주는 정보에 따라 상품을 생산하면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하게 된다. 처음으로 경제를 연구한 학자인 애덤 스미스는 자신이 저술한 최초의 경제학 책 《국부론》에서 이와 같은 시장의 작동원리를 ‘보이지 않는 손’이란 표현으로 설명했다. 근래 들어 시장이 주는 정보만 이용해 상품을 생산하는 것이 희소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이 아닌 사례도 많이 생겨나고 있지만 산업혁명 이후의 근대 초기 시장은 자원의 효율적인 이용과 관련한 매우 정확한 정보를 줬다. 현재의 시장이 초기 시장인 만큼 완벽하지는 않아도 지금까지 자원의 효율적 사용에 대해 좋은 정보를 주고 있으며, 시장체제를 대체할 더 좋은 방식이 등장하기는 아직은 쉽지 않아 보인다.

사유재산제도

이처럼 좋은 경제 시스템인 시장이 계속해서 잘 작동되도록 하려면 개인의 재산권이 잘 보장되는 사유재산제도가 잘 마련돼야 한다. 사유재산제도가 지켜지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열심히 일할 유인이 사라지게 되고, 시장을 통한 거래로 돈을 벌고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힘센 사람이 손쉽게 무력으로 남의 물건을 빼앗게 되므로 시장 거래는 사라지고 상품 생산량도 함께 줄어들게 될 것이다. 따라서 시장이 유지되고 발전되기 위해 사유재산제도가 동전의 앞과 뒤처럼 시장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어야만 한다. 한때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계획경제라는 경제체제가 나타나 시장경제와 경쟁하던 시기가 있었다. 계획경제는 경제 관련 계획을 잘 시행하기 위해 사유재산제도가 아니라 국가 중심의 소유체계를 갖춘다. 이런 소유방식하에서는 열심히 일해도 자기 것을 가지지 못하게 되므로 사람들은 열심히 일할 유인이 없어 국가경제의 생산성이 매우 낮아지고, 이들 국가는 낙후된 경제상태에 계속 머물다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처럼 시장경제가 잘 작동되고 자원의 효율적인 이용이 보장되려면 시장경제와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 사유재산제도를 잘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상으로 경제학의 연구 대상인 시장에 대해 살펴봤다. 다음 시간에는 시장에 참여한 사람들의 선택 원리를 알아보도록 하겠다.

√ 기억해주세요

김형진 서울대 경영학과 강사
김형진 서울대 경영학과 강사
사유재산제도가 지켜지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열심히 일할 유인이 사라지게 되고, 시장을 통한 거래로 돈을 벌고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힘센 사람이 손쉽게 무력으로 남의 물건을 빼앗게 되므로 시장 거래는 사라지고 상품 생산량도 함께 줄어들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