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성 아워홈 전 부회장(좌)과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우)
구본성 아워홈 전 부회장(좌)과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우)
단체급식 2위업체인 아워홈의 형제간 분쟁이 코로나19 이후 본격 회복될 급식시장 판도를 바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아워홈 창립자 구자학 회장의 장녀 구미현 씨 지분 20%의 향배에 따라, 아워홈의 경영권이 매각되거나 또는 막내인 구지은 부회장의 백기사가 등장할 수 있어 주목된다.

○PEF 등 40여곳 투자안내문 받아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구 회장의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 지분 38.56%와 구미현 씨 지분 20.06%의 매각 자문을 맡은 라데팡스파트너스는 지난달 말 지분 인수에 관심이 있는 40여곳에 투자안내문(티저레터)를 배포했다.

MBK파트너스, H&Q,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칼라일, 텍사스퍼시픽그룹(TPG), 글렌우드 등 대형 사모펀드(PEF) 운영사 대부분이 티저레터 배포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기업들의 인수자문을 맡게 될 다수의 금융투자회사와 회계법인도 티저레터를 받아갔다. 아워홈 지분 인수에 관심이 있는 기업 후보군으로는 풀무원, 농심, 동원, 대상, CJ, 신세계 등이 거론된다.

단체급식 위탁시장은 2020년 4조3000억원에서 올해 5조7000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시장은 개인사업자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4500개가 넘는 업체들이 경쟁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삼성웰스토리가 28%(2020년 기준) 정도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아워홈(15%), 현대그린푸드(14%), CJ프레시웨이(10%), 신세계푸드(6%) 등이 상위권에 포진해있다.

특히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 주도로 삼성·LG·현대자동차 등 8개 그룹이 사내식당 급식을 외부에 개방하기로 약속한 만큼 올해 이후 본격적으로 대기업 급식 경쟁입찰이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LG그룹의 급식을 상당부분 확보하고 있는 아워홈은 대기업이 아닌 PEF나 중견기업들에겐 매력적인 매물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급식업계 관계자는 "급식사업은 마진이 높지 않아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데다 대기업 급식 물량을 따내기 위해선 하루 1000식 이상의 노하우가 필요하다"며 "아워홈의 경쟁력만 본다면 PEF나 중견기업들이 충분히 군침을 흘릴만 하다"고 했다.

○장녀 지분, 오빠와 동반매각 또는 동생 백기사 '갈림길'

하지만 형제간 분쟁에 휩싸인 아워홈의 매각작업은 순탄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지분 매각에 나선 구본성 전 부회장과 현재 경영권을 장악한 구지은 부회장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장녀 구미현 씨가 돌연 태도를 바꾸는 등 돌발상황이 생기고 있어서다.

구본성 전 부회장과 함께 지분 매각에 나서며 오빠와 손을 잡은 것으로 비춰졌던 구미현 씨는 최근 구지은 부회장을 축출하려는 움직임에 동참한 적이 없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구미현 씨는 아워홈 측에 "주주총회소집 허가 신청을 한 사실이 없고 추가로 선임될 이사를 지정한 적도 없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그러면서도 구미현 씨는 구본성 전 부회장의 지분과 합산해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아직 유지하고 있는 상황으로 전해진다. 매각 자문사인 라데팡스 관계자는 "아워홈 지분 매각 위임 계약이 철회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구미현 씨가 구본성 전 부회장의 지분과 합산해 총 58.62% 지분의 매각 작업을 진행중인 것과는 별도로, 중소PE들에게 구미현 씨 보유 지분 20.02%의 단독 매각을 물밑에서 타진하는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구지은 부회장 측에서 구미현 씨의 보유 지분을 PE에 단독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안다"며 "이 방안이 성사되면 구지은 부회장은 경영권 방어에 우군이 되는 백기사를 확보하게 된다"고 말했다.

구미현 씨가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지은 부회장 양 측 모두에 다리를 걸치고 있는 전략을 취하는 것은 지분 매각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형제간 신뢰가 높지 않다는 점도 구미현 씨의 이 같은 태도 변화를 부추긴 것으로 전해졌다.

IB업계 관계자는 "구지은 부회장이 언니들과 함께 의결권을 공동 행사해 구본성 전 부회장을 해임시킬 당시, 세 자매가 함께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에 합의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구지은 부회장은 지분 매각 대신 경영을 선택했고 자매간 약속이 지켜지지 않자 구미현 씨가 구본성 전 부회장 편으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구미현 씨가 캐스팅보트를 쥔 만큼 그 향방에 따라 아워홈의 경영권 뿐 아니라 급식시장의 판도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워홈은 구 회장의 1남3녀가 99%에 가까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장남 구본성 전 회장이 38.56%로 가장 많고 장녀 구미현 씨가 자녀 지분 0.78%를 포함해 20.06%, 삼녀 구지은 부회장이 20.67%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차녀이자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의 부인인 구명진 씨도 19.60%의 지분을 갖고 있다. 구명진 씨는 지난해 주총에서 구지은 부회장과 손 잡은 바 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