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베스트 프랙티스 - 나투라앤코
나투라앤코가 인수한 기업.사진 제공=나투라앤코
나투라앤코가 인수한 기업.사진 제공=나투라앤코
나투라앤코(Natura & Co)의 시작은 1969년 브라질에서 설립된 화장품 기업 나투라였다. 아마존 열대우림을 지척에 둔 자연주의 성향이 근본이다. 나투라는 2014년 공시 기업 최초로 비콥 인증을 받았다.

2016년 캐나다의 이솝, 2017년 영국의 더바디샵을 인수하며 나투라앤코로 거듭났다. 2020년에는 미국의 에이본을 인수하면서 세계 4위 규모의 화장품 회사가 됐다. 자연주의 지속 가능성, 윤리적 기업 정신을 표방한 브랜드를 인수하면서 자연스럽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점수도 높아졌다. 나투라, 이솝, 더바디샵이 비콥 인증을 받으면서 나투라앤코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비콥 인증 기업이 됐다.

나투라앤코의 지난해 매출액은 400억1600만 헤알(약 10조7174억원). 순이익은 10억 헤알(약 2678억원)이다. 전 세계 100개국, 매장 3700 여 개를 두고 있다. 직원은 3만5000명, 브랜드 컨설턴트 및 판매 담당자는 800백만 명에 이른다.

세계를 위하는 기업

‘삶에 대한 약속(Commitment to life)’. 나투라앤코가 2020년 기업 병합을 완료한 이후 발표한 지속 가능 비전이다. 세계에서 최고가 아닌 세계를 ‘위한’ 최고 화장품 기업이 되고자 한다. 나투라앤코는 “기업 경영이 선한 것을 위한 힘이 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는 우리 믿음에 충실하면서 목표를 설정했고, 이를 위한 기반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ESG 기본 전략 또한 분명하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동물실험 금지를 지지하고,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소싱을 추구한다. 기업의 영향력을 이용해 인본주의적이고 행동주의적인 캠페인을 진행한다. 여느 기업의 ESG 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고, 비전 선언도 늦은 편이다. 하지만 브랜드의 시작부터 일정했던 브랜드 전략과 신념에서 진정성이 보인다.

나투라앤코의 삶에 대한 약속은 크게 3가지 부문에서 이뤄진다. ▲기후 위기 대처와 생물다양성 보전 ▲인권과 인본주의 ▲순환성과 재생성이다.

먼저 환경 부문에서는 2050 넷제로와 아마존 보존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나투라앤코는 지난해 컨설팅업체 카본 트러스트를 통해 그룹의 탄소배출량을 계산했다. 2020년 기준 나투라앤코의 탄소배출량은 제품 사용 단계를 제외하고 240만 톤CO2eq. 중남미 지역에서 나투라 브랜드 전체 54%, 중남미 제외 에이본 34%, 더바디샵 11%, 이솝 1%로 분석됐다. 나투라앤코는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넷제로를 향한 단계별 목표와 전략을 설정할 예정이다.

나투라앤코는 현재 200만 헥타르 규모의 아마존 산림을 보존하고 있다. 2030년까지 보존 구역을 300만 헥타르로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아마존의 바이오 재료 41개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55종으로 늘릴 예정이다. 또 나투라앤코는 다른 기업과 협력해 아마존의 삼림 벌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플랫폼 플레나마타(PlenaMata)를 출시했다. 2025년까지 산림 벌채를 없애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생물다양성 분야에서는 표준 제정을 위한 선두적 역할을 맡고 있다. 로베르토 마르케스 나투라앤코 대표는 지난 10월에 개최한 유엔 생물다양성 협약에 연사로 초대된 유일한 기업 대표다. 육지, 해양, 담수, 생물다양성에 대한 표준을 개발하는 과학 기반 목표 네트워크(SBTN)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현재 나투라의 특정 제품군으로 방법론을 위한 파일럿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지속 가능 채권 10억 달러를 발행해 주목을 받았다. 라틴아메리카에서 발행된 채권 중 가장 큰 규모다. 이 채권은 2026년 말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13% 감축하고, 포장재 플라스틱 중 재생 플라스틱 이용률을 25%까지 확대하는 목적으로만 사용된다.

인권경영과 브랜드 정체성 탐구

나투라앤코는 지난해 사회 주요 이슈에 대한 캠페인과 주요 정책에 5900만 달러를 투자했다. 2021년 나투라앤코의 관리직급 여성 비율은 50.4%로, 절반을 넘어섰다. 젠더 임금 격차는 1.19%로 2023년까지 임금 격차를 0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브랜드별로는 고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각기 다른 분야에 집중한다. 에이본의 경우 젠더 이슈와 여성 임파워먼트 캠페인을 수행한다. 언어 폭력에 노출된 여성에 대한 연구와 피해 여성을 위한 지원 등이다. 여성 간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여성 서사를 강화한다.

교육 분야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특정 제품군의 판매 수익으로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멕시코에서 공립 고등학교를 설립하거나 개선하는 데 투자한다. 나투라앤코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기업의 교육 지원 혜택을 받는 학생 수는 현재 230만 명에 이른다.

더바디샵은 사회·정치적 사안에도 과감히 행동한다. 지난해 영국에서는 ‘시위제한법’에 반대하며 시위에 참여하고 청원서를 냈다. 유럽연합의 동물실험 반대 캠페인을 주도하고, 호주에서는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위한 비자 확대를 정부에 요구했다. 이솝은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토론토 매장 3곳을 한 달 동안 퀴어 도서관으로 바꾸었다. 제품 대신 퀴어 작가가 쓰거나 퀴어에 관한 도서로 매대를 채웠다.
더바디샵의 리필스테이션.사진 제공=나투라앤코
더바디샵의 리필스테이션.사진 제공=나투라앤코
순환성과 재생성

나투라앤코의 순환성은 화장품 포장재 순환성과 성분(포뮬러)의 순환성으로 나뉜다. 나투라앤코 제품의 포장 재료 중 81.2%는 재사용이나 재활용 혹은 분해가 가능하다. 2030년까지 100%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나투라앤코는 2030년까지 현 포장재의 20%를 절감하고,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률은 50%로 확대할 예정이다.

나투라앤코는 인도의 거리에서 수거한 폐플라스틱을 공정 거래로 사들이고 있다. 지난해에만 782톤을 수입했다. 이를 통해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를 해소할뿐 아니라 인도의 폐기물 수거업자 수천 명에게 개선된 작업 환경과 공정한 거래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나투라앤코는 유니레버, 로레알 등과 함께 화장품의 환경영향 평가를 위한 에코 뷰티 스코어 컨소시움(Eco Beauty Score Consortium)에도 참여한다. 화장품 원료부터 포장, 사용 단계까지 소비자에게 좀 더 정확하고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기업별, 제품별로 비교 가능한 공통의 기준이 만들어지면 나투라앤코의 지속 가능성은 더욱 돋보일 수밖에 없다.

나투라앤코는 여러 기업이 합병한 만큼 지배구조가 복잡한데,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이사진 13명의 역할과 임무, 이력, 세부 위원회 등을 모두 공개했다. 글로벌 협의체에 대표로 참여하는 임원진의 정보, 기업의 윤리 위반 등에 관한 정보도 찾을 수 있다.

나투라앤코는 지속 가능 브랜드의 시너지 효과를 증명한다. 나투라앤코는 2021년 글로브스캔과 서스테이너빌리티가 선정하는 지속 가능성 리더십 기업에 유니레버, 파타고니아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2020년에 비전을 선언하자마자 지속 가능 리더로 훌쩍 올라섰다. 지속 가능성 포트폴리오와 기업 규모를 확대하면서 고유의 브랜드 가치와 독립성을 유지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베를린(독일)=이유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