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인사이트]대형마트 홈플러스의 신용도가 수직 낙하하고 있다. 변화된 유통 환경에 한 발 늦게 대응해 성장세가 주춤해지고 수익 창출 능력이 크게 약화됐기 때문이다. 대주주 변경 과정에서 나타난 대규모 인수 금융 차입 부담의 영향으로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실적 악화에 잇단 신용 등급 강등신용 평가사들은 올해 2월 홈플러스의 신용도를 강등했다. 한국기업평가는 홈플러스의 장기 신용 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현재 ‘A-’인 신용 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홈플러스는 ‘A급(A-~A+)’의 가장 하단에 자리해 있다. 한 단계만 신용 등급이 떨어져도 ‘BBB급(BBB-~BBB+)’으로 주저앉는다.한 단계 차이지만 자본 시장에서 ‘A급’과 ‘BBB급’ 기업을 향한 대우에는 큰 차이가 있다. ‘BBB급’은 비우량 기업으로 인식돼 금융 시장 환경이 불확실해지면 기관투자가들이 빠르게 투자를 외면하는 경향을 보인다.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자본 시장에 대한 접근성 역시 크게 줄어든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본격화하면서 평가 손실을 우려한 기관투자가들은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 투자를 꺼리고 있다. 회사채 투자 심리 자체가 위축된 상황이어서 신용도가 낮은 기업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공산이 더 크다.홈플러스는 2012년 우량 기업의 상징인 ‘AA-’ 신용 등급을 갖고 있었다. 부정적 등급 전망이 실제 신용 등급 하향 조정으로 이어지면 10년 만에 ‘AA-’에서 ‘BBB+’로 네 단계 강등이 이뤄지는 셈이 된다.장기 신용 등급보다 단기간 내 기업의 사업·재무 상태를 반영한 단기 신용 등급은 이미 하향 조정됐다. 또 다른 신용 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2월 홈플러스의 단기 신용 등급을 종전 ‘A2-’에서 ‘A3+’로 떨어뜨렸다. 2012년 최고 수준인 ‘A1’이었던 홈플러스의 단기 신용 등급은 계속 내리막길을 걸어 결국 ‘A3+’까지 네 단계 하향 조정됐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1월 기준 137개에 이르는 대규모 점포망을 갖추고 있다. 매장 수로 보면 한국의 대형마트업계 2위의 시장 지배력을 갖췄다.익스프레스(SSM)와 365플러스(편의점) 등도 431개나 운영 중이다.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업은 상위권 시장 지위에 힘입어 연간 1조원 안팎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편의점 사업은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 사업이 축소되고 있다.홈플러스는 기존 마트 형태의 하이퍼와 창고형 마트를 결합한 스페셜 매장으로 형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소비 환경 변화에 맞춰 온라인과 물류센터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하지만 신용도 강등의 가장 큰 원인은 영업 실적 저하다. 소비 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바뀌면서 수년째 매출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중심의 소비 패턴은 오프라인 매장의 집객 능력을 빠르게 떨어뜨리고 있다. 또 온라인 전문 기업들이 시장을 잠식하고 기존 오프라인 기업들도 발 빠르게 온라인 시장에 진출하면서 경쟁이 거세졌다.이에 따라 홈플러스는 2021년 들어 온라인 부문의 성장세가 둔화됐다. SSM 부문도 역성장하면서 지난해 3~11월 순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9% 줄어든 4조8928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같은해 3분기에는 추석 등 계절적 요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재난 지원금 사용처 제외가 집객력 급감으로 이어져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7% 줄어든 1조6000억원에 그쳤다.매출 감소에 따른 고정비 부담과 채산성이 낮은 온라인 판매의 비율 확대로 홈플러스의 영업 수익성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오프라인과 온라인 고객 유치를 위해 상시적으로 가격 할인을 단행한 것도 영업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지난해 3~11월 누적 기준 홈플러스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마진은 5.0%에 그쳤다. 2019년 3월부터 2020년 2월까지는 9.2%, 2020년 3월부터 2021년 2월까지는 8.1%였다.암울한 사업 전망에 차입 부담까지 영업 실적 전망도 밝지 않아 보인다. 점차 가성비·가심비·편의성 등을 중시하는 소비 경향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비(非)대면 채널 선호도 상승과 온라인 쇼핑 환경 개선으로 한국 식품의 온라인 매출 비율은 25%까지 높아졌다. 앞으로도 오프라인으로 돌아가는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는 마트가 주력이어서 실적 회복 여지가 크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다. 최한승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가격 경쟁 중심의 온라인 매출 비율 증가와 고정비 부담이 큰 마트의 매출 감소로 실적 회복 여지는 크지 않다”며 “다만 점포 구조 조정을 통한 영업 효율화와 거점 점포의 전방위적 개선, SSM의 공격적인 출점을 추진하고 있어 판매 회복과 영업 수익성 개선 여부를 지켜보면서 앞으로의 신용도에 반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과중한 재무 부담도 홈플러스의 고민거리 중 하나다. 홈플러스는 2015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로의 피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대규모 인수 금융 차입금을 떠안은 상황이다. 인수 금융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 수년간 신규 출점 대신 점포 구조 조정과 리뉴얼을 단행했다.자본적 지출을 크게 줄였지만 신리스 회계 기준 도입으로 4조5000억원이 웃도는 리스 부채가 계상됐다. 여기에 MBK파트너스로의 피인수 과정에서 발행한 상환 전환 우선주의 부채 전환 영향까지 더해져 차입금이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기준 홈플러스의 총차입금은 5조5933억원, 순차입금은 5조1226억원에 달한다.홈플러스는 세일앤드리스백(매각 후 재임대)과 매장 매각으로 재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0 회계연도 이후 홈플러스는 시화점·울산점·구미점에 대한 세일앤드리스백을 진행했다. 안산점, 대전 둔산점, 대구점, 대전 탄방점, 부산 가야점, 동대전점을 매각하기도 했다. 매각 대금의 상당 부분은 인수 금융 상환에 활용했다. 그 덕분에 MBK파트너스 인수 초기 4조3000억원에 달했던 인수 금융 잔액은 2021년 11월 기준 약 9400억원으로 줄었다. 한태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계속된 차입금 상환에도 재무 안정성이 저하되고 있다”며 “연간 창출되는 EBITDA 규모가 경상적인 설비 투자나 임차료, 자본 비용 등 자금 지출에 대응하기엔 부족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이어 “자금 조달의 일환으로 활용하고 있는 임차 보증금과 기업 구매 카드 유동화 등을 추가로 감안하면 실질적인 재무 부담은 재무제표에서 보이는 것보다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한국기업평가는 홈플러스의 신용 등급 하향 조정 기준으로 EBITDA 대비 순차입금 11배 초과를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3~11월을 보면 홈플러스의 EBITDA 대비 순차입금은 14.5배로 이미 신용 등급 하양 조정 기준을 충족시켰다.일각에선 홈플러스의 지속적인 점포 매각이 영업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기도 한다. 홈플러스는 자금 유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우수한 입지의 점포를 중심으로 매각을 진행 중이다. 사업 수익성이 양호한 점포도 포함돼 있다.송민준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유통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지금의 제한적인 투자 여력은 장기 성장 동력 확보에 부담 요인”이라며 “온라인 채널의 경쟁력 확보 가능성과 자산 매각에 따른 영업·재무적 영향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김은정 한국경제 기자 kej@hankyung.com
“100년 기업을 만들기 위해 ‘계획된 적자’를 감수하겠다. 물류에 과감히 투자해 매년 2만 명 이상 고용하겠다.”2015년 김범석 쿠팡 창업자가 대대적 투자 계획을 발표했을 당시 국내 유통3사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e커머스업체의 ‘공격 선언’이었지만 대형마트들은 ‘쿠팡은 곧 망할 것’이라며 경계감도 갖지 않았다. 하지만 6년 만에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상황이 바뀌었다. 대규모 투자로 물류 경쟁력을 내재화한 쿠팡의 공세에 유통 3사는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유통3사의 전체 고용 인력이 쿠팡에 뒤처지는 상황까지 맞았다.쿠팡 직원은 전년보다 31% 늘어난 6만5138명(올 1월 말 국민연금 가입자 기준)인 반면 유통3사는 같은 기간 10%가량 인력이 줄었다. 양 유통채널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일자리 줄이는 대형마트의 굴욕1993년 이마트 서울 창동점을 시작으로 국내 대형마트는 빠르게 확장됐다. 고용에서도 효자 노릇을 했다. 점포가 급증하면서 매장 운영에 필요한 인력 수요도 커졌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2000년대는 연평균 10개씩 출점하던 시기였고 점포 한 곳을 내면 500~1000명씩 고용했다”며 “고임금 직종은 아니지만 중저소득 가정에 큰 도움이 되는 일자리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고용은 2010년대에도 이어졌다. 2011년 1만5089명(사업보고서 기준)이던 이마트의 근로자는 2017년 2만7608명으로 6년 만에 83% 증가했다. 유통업의 고용유발계수가 10.41로 제조업을 두 배가량 웃도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대형마트 업황은 2010년대 중반부터 꺾이기 시작했다. 2012년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가 시작된 데 이어 출점 규제까지 나오며 직격탄을 맞았다. 2015년 8조5470억원에 달하던 롯데마트 매출은 지난해 5조7160억원에 그쳤다. 6년 동안 33.1% 쪼그라든 것이다. 2019년 125개이던 롯데마트 점포는 지난해 말 112개로 줄었다. ○쿠팡, 매출에서도 유통3사 추월 전망대형마트가 움츠러든 틈을 타고 팽창한 것은 쿠팡 등 e커머스업체들이다. 2019년 7조1530억원이던 쿠팡 매출은 2020년 14조3100억원, 지난해 22조원(추정)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쿠팡 직원 6만5138명은 국내 기업 중 삼성전자(11만1073명)와 현대자동차(6만8187명)에 이은 고용 인원 3위로, 2위를 조만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정연승 한국유통학회장(단국대 교수)은 “전통적으로 온라인은 고용이 적다는 고정관념이 있지만 온라인 쇼핑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물류창고 운영, 상품 배송, 정보기술 등 엄청나게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며 “쿠팡의 고용 규모는 이를 입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쿠팡은 지난해 성장률을 유지할 경우 올해는 매출 30조원을 거뜬히 돌파하며 대형마트 3사 전체 매출(약 28조원)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쿠팡은 대형마트의 ‘아성’으로 여겨지던 신선식품 분야까지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17일 1800억원을 들여 대전에 저온 풀필먼트센터를 착공하는 등 빠른 신선식품 유통을 위한 전국구 콜드체인 물류망을 구축하고 있다.대형마트들도 반격에 나선다. 기존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을 강화하며 맞대응하는 형태다. 업계 1위 이마트가 지난해 3조5000억원을 들여 e커머스업계 3위 업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는 인수 당시 “압도적인 경쟁력으로 쿠팡을 넘겠다”며 쿠팡을 콕 집어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해 거래액이 전년보다 22% 증가(5조7174억원)한 자회사 쓱닷컴도 이마트의 반격 무기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점포 리뉴얼로 반전을 노리고 있다.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쿠팡의 직원 수가 지난해 처음으로 대형마트 3사(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를 뛰어넘었다. 신흥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가 오프라인 유통 간판인 3대 대형마트의 근로자 수를 앞서는 고용 창출 ‘역전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올해는 유통 3사의 매출마저 쿠팡에 역전될 전망이다. 국내 유통시장의 주도권 재편이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1월 말 국민연금 가입자 기준으로 쿠팡 직원은 6만5138명으로 이마트(3만70명) 홈플러스(2만156명) 롯데마트(1만1636명) 직원을 합친 6만1862명을 능가했다.쿠팡의 고용 인원이 대형마트 3사를 뛰어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쿠팡 직원은 2020년 말 4만9915명에서 지난 1년 새 무려 31% 급증했다. 한때 고용 창출의 효자 역할을 하던 유통 3사의 인력은 감소 추세다. 점포 폐쇄 등 구조조정을 한 롯데마트는 2020년 1월 1만3129명에서 2년 만에 11.3% 줄었다. 이마트도 정점이던 2017년 대비 인력이 10.7% 감소했다. 출점 규제 등으로 발이 묶인 데다 e커머스업체의 진격에 고전하고 있어 유통기업의 인력 감소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쿠팡은 올해 대형마트 3사 매출 합계마저 추월할 기세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53% 증가한 약 22조원으로 추정된다. 롯데마트(5조7160억원) 홈플러스(6조9662억원)와의 격차를 벌린 데 이어 이마트(15조538억원)까지 단숨에 제쳤다. 쿠팡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고려할 때 올해는 대형마트 3사의 매출 합계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