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은 잇단 인수합병(M&A)과 연구개발(R&D) 등을 통해 우주산업 및 그린에너지 등을 앞세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겠다는 계획이다.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일상의 회복을 넘어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대전환의 발걸음을 재촉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김 회장은 “100년 한화의 도약을 위해 추진 중인 신사업의 성과를 앞당기고, 신규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한화는 올해 그룹 창립 70주년을 맞는다. 김 회장은 △항공우주 △그린에너지 △디지털금융 등의 사업은 단기간 내 핵심 사업으로 성장시켜야 한다고 임직원에게 당부했다. 그는 “항공우주, 그린에너지, 디지털금융과 같은 미래사업은 단기간 내 핵심 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확신과 목표 의식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김 회장의 주문에 따라 한화는 인류의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으로 불리는 우주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역점 추진하고 있다. 한화그룹의 우주산업을 총괄하는 스페이스 허브는 KAIST와 공동으로 우주연구센터를 설립했다. 한화시스템은 미국 오버에어와 함께 도심항공교통(UAM)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에어택시 상용화의 열쇠가 되는 전기추진시스템 테스트를 연내 완료할 계획이다. 활주로가 필요 없고, 이착륙 공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 에어택시의 상업 운행 실현을 위한 핵심 기능이다. 한화시스템은 작년 8월엔 영국 위성통신 서비스 업체 원웹 주식 25만 주(지분 8.8%)를 3465억원에 매입하는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위성·안테나 기술을 앞세워 세계에 초고속 인터넷을 제공하는 우주 인터넷 분야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민간 주도의 우주 사업이 펼쳐지는 뉴스페이스 시대에 본격적인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사업부문인 한화큐셀은 태양광 모듈 사업에서 벗어나 정보기술(IT) 기반을 차별화한 서비스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방침이다. 세계 최초로 차세대 고효율 태양광 모듈인 페로브스카이트 탠덤셀 생산도 계획하고 있다.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인 그로잉에너지랩스(GELI) 인수를 통해 전력 소비 패턴 관련 데이터를 인공지능(AI) 기술로 분석해 잉여 전력을 통합 판매하는 분산형 발전 기반의 가상발전소(VPP)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한화는 수소에너지 사업 분야에서도 밸류체인 구축에 속도를 내며 탄소중립 전환을 선도하고 있다. 수전해 기술을 기반으로 한 그린수소 공급부터 압축, 운송, 충전, 발전 및 활용에 이르는 수소 밸류체인을 이미 그룹 내에 갖춰가고 있다. 한화임팩트(옛 한화종합화학)는 가스터빈 성능 개선 및 수소혼소 개조 기술을 보유한 미국 PSM과 네덜란드 ATH를 지난해 인수했다. 수소혼소 가스터빈 개발과 실증을 통해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친환경 민자발전 사업에 진출할 계획이다. 한화에너지는 작년 1월 프랑스 석유기업 토탈과 손잡고 미국에 신재생에너지 합작사(JV)를 설립하기도 했다.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한화가 한국석유공사, 원익머트리얼즈와 ‘친환경 수소·암모니아 밸류체인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20일 발표했다.암모니아는 부피당 수소를 저장하는 밀도가 높아 수소를 경제적으로 저장·운반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는 물질이다. 3사는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암모니아 도입, 저장 인프라 구축, 암모니아 분해를 통한 수소 생산·공급 등에 협력할 예정이다.한화는 1992년부터 암모니아를 활용해 화약 원료인 질산을 생산해온 만큼 고도의 암모니아 취급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암모니아를 도입할 수 있는 해외 고객 네트워크와 국내 수소 저장·공급 인프라를, 산업용 특수가스 제조 전문 기업인 원익머트리얼즈는 핵심 촉매 기술 등 암모니아 분해 시스템 설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한화와 원익머트리얼즈는 지난해 10월 MOU를 맺고 암모니아에서 청정수소를 추출하는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충북 충주 규제자유특구에서 암모니아 기반 그린수소 생산·활용 실증사업도 함께 진행 중이다.김맹윤 한화 글로벌부문 대표는 “이번 사업 협력이 발전소, 산업시설 등 대규모 수소 수요가 예상되는 수요처에 친환경 암모니아 기반 청정수소를 공급하는 발판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한화디펜스와 LIG넥스원, 풍산 등 국내 방산업체들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잇달아 대규모 방산 계약을 체결했다. 지대공미사일 천궁Ⅱ와 K-9 자주포에 이어 올 들어 중동에서만 세 번째로 조(兆) 단위 무기 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9일 외신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지난 8일 사우디 국방부와 30억리얄(약 9846억원) 규모의 방산계약을 맺었다. 사우디 국방부가 이날 국내외 방산업체들과 체결한 전체 계약금액(70억리얄) 중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다. 한화그룹의 다른 방산 계열사인 한화디펜스가 지난달 이집트 정부와 2조원 규모의 K-9 자주포 계약을 맺은 데 이어 한 달 만에 조 단위 계약을 또 따냈다. ㈜한화는 한화디펜스와 함께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6일부터 9일까지 열린 중동 최대 국제방산전시회 ‘WDS 2022’에 참가해 각종 첨단 무기를 선보였다.양측 모두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화 관계자는 “사우디 국방부와 방산계약 관련 세부 내용을 일절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수출 품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화디펜스는 사우디 정부와 고성능 복합대공화기 비호Ⅱ 수출계약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군용탄, 스포츠탄을 제조하는 풍산은 사우디 국방부와 4억6000만리얄(약 1500억원) 규모의 탄약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LIG넥스원도 보안시설을 방호할 수 있는 요격체계 시스템과 관련해 2억5000만리얄(약 820억원) 규모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LIG넥스원은 사우디 정부와 천궁Ⅱ 수출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사회의 수출·금융 제재를 받게 되면서 천궁Ⅱ가 1순위 후보로 떠올랐다는 관측이 나온다. LIG넥스원은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UAE) 정부와 35억달러(약 4조3000억원) 규모의 천궁Ⅱ 공급계약을 맺었다.방산업계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세계 2위 방산대국인 러시아의 무기 수출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러시아제 무기를 주로 도입하던 중동에서 국내 무기 점유율을 높일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중동의 ‘큰손’인 사우디가 미국산 무기를 수입하지 못하게 되면서 국내 방산업체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사우디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직후인 작년 2월 예멘 내전 참전을 이유로 미국산 무기 수입이 금지됐다.정부와 방산업계는 올해 ‘K방산’ 수출액이 1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방산 수출액은 2010년부터 2020년까지는 연 30억달러 안팎에 머물렀다. 하지만 작년 말 호주 정부와 체결한 1조원 규모의 K-9 자주포 계약 등 굵직한 수주가 이어지면서 작년 수출액이 70억달러로 급증했다.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