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다시 1220원대로 복귀했다. 미국 중앙은행(Fed) 안팎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야한다는 매파적(통화긴축 신호) 발언이 나오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대된 영향이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7원 오른 1222원에 개장했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8.7원 오른 1216.3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에 지난주 1240원대를 돌파했다. 이후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다시 1210원대로 올라왔다.

달러 강세가 재개된 것은 Fed에서 금리인상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Fed는 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는 2018년 12월 이후 첫 인상으로, 올해 남은 6차례 정례회의 때마다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Fed 인사들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발언을 내놓았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연내 기준금리를 3%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은 이사는 한 번에 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도 "(인플레이션 기대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시 0.50%의 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한다"고 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도 높은 물가에 대응해 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인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21일(현지시간) 파월 의장은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컨퍼런스에서 "필요할 경우 한 번이나 여러 회의에서 50bp로도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연방기금금리를 한 번의 회의나 여러 회의에서 0.25%보다 더 많이 인상함으로써 더 공격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다면,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가로 우크라이나 러시아간 협상이 지지부진 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지난 14일부터 4차 평화회담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양국 정상이 문서화할 합의까진 도달하지 못한 상태다. 최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최후통첩을 이행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결사항전의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사진=뉴스1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사진=뉴스1
당분간 달러 강세 기조가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Fed 관계자들의 매파적 발언도 달러 인덱스 상승을 견인하고 있어, 시장이 긴축 스탠스에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하락 반전이 단기간에 일어나진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 침공이 지속되고 있고, 러시아의 디폴트 우려 및 향후 경제 회복 지연에 대한 우려도 달러화 강세 재료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향후 유가가 원·달러 환율의 추이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가가 오르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간밤 국제유가는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원유 수입금지 검토에 급등했다. 2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7.42달러(7.1%) 오른 배럴당 112.12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8일 이후 약 2주 만에 최고가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물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 대비 7.69달러(7.1%) 오른 배럴당 115.62달러를 기록했다.

정용택 연구원은 "글로벌 원유 공급 우려 및 그에 따른 경제 공급난 우려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지정학적 불안 국면에서 유가와 달러화가 커플링(동조) 현상을 보인 것처럼, 달러화가 재차 강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판단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95달러 수준까지 하락했던 유가가 재차 104.7달러로 반등한 가운데 향후 유가가 환율의 추이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