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SWIFT 퇴출…한국 기업, 수출대금 못받을수도
정부가 27일 미국의 대(對)러시아 수출통제에 참여하기로 한 가운데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퇴출하기로 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직·간접 피해도 커질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이미 국내 수출기업의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러시아와 해외 금융기관 간의 자금 거래까지 막히게 되면서 향후 국내 기업이 러시아로부터 자금을 회수하거나 현지에 대금을 보낼 방법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정부와 기업들은 러시아 은행의 SWIFT 퇴출 상황과 함께 이에 따른 국내외 파급 효과를 주시하면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단 실물경제대책본부 산하에 가동 중인 무역안보반을 통해 SWIFT 퇴출을 포함한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가 국내 경제 및 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 중이다.

산업부는 또한 코트라와 무역협회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현지 진출 및 수출 기업의 애로사항을 접수하는 동시에 이를 실물경제대책본부와도 공유함으로써 범부처 공동 대응 태세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코트라와 무역협회는 현재 전담 상담창구를 운영하면서 국내 관련 기업의 애로 해소를 지원하고 있다.

산업부는 이와 함께 미국과도 신속한 협의를 추진해 대러시아 제재로 인한 우리 기업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러시아의 SWIFT 퇴출은 국내 주요 산업에 다각도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러시아에는 현재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을 포함해 40여개의 기업이 진출해 있다.

러시아에 공장을 가동 중인 기업들은 당장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 같다면서도 사태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 지역 공장에서 TV를, LG전자는 모스크바 외곽 루자 지역 공장에서 가전과 TV를 각각 생산 중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일정 등급 이상인 우량은행을 결제은행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러시아 은행과 거래 자체는 미미하다"면서 "휴대폰 등을 현지에서 팔면 매출 채권 보험을 들기 때문에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러시아 현지 매출 자체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작은 데다 러시아에서 생산된 제품은 현지에서 판매되는 구조라 피해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제재에 따른 영향을 예의주시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현지 공장에서 생산된 물량으로 러시아 내수 시장 점유율 20%대를 차지하고 있어 제재 시 직접적인 피해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 공장에 부품을 수출하는 한국부품업체들까지 연쇄 타격이 우려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면전이 발생하면 현지 자동차 내수 판매 규모가 최대 30%가량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조선업계도 대책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모색 중이다.

조선업체들은 주로 헤비테일(선수금을 적게 받고 인도 대금을 많이 받는 형태의 계약) 방식으로 장기 건조계약을 맺기 때문에 대러시아 금융제재가 장기화하는 최악의 경우에는 나머지 대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빅3' 조선업체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2020년 말 이후 러시아 선주로부터 LNG 운반선 총 7척(3척·3척·1척)을 수주한 바 있다. LNG선 1척의 가격이 2천400억원 정도임을 고려하면 총 규모는 1조7천억원 정도다.

이 밖에 대우조선해양은 러시아와 1조원 가량의 LNG 설비 계약도 체결했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러시아가 추진하는 대규모 LNG 개발 사업인 'ARCTIC(아틱·북극) LNG-2' 프로젝트에 투입될 쇄빙 LNG선을 건조하기 위해 2019년부터 현지 즈베즈다 조선소와 설비 공급 계약을 맺었는데 총 계약금액은 43억달러(약 5조1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의 계약금액을 모두 합하면 7조원에 이르는 규모다.

하지만 건조기간 수주금액의 일부를 이미 수령했고, 제재의 직접적 여파가 아직 미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제재로 국내 조선업계가 7조원 이상의 피해를 볼 것이라는 전망은 과도한 우려라는 게 조선업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사진=연합뉴스)


이영호기자 hoya@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