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SK가 하이닉스를 품은 지 오늘로 10년이 됩니다.

떠돌이 적자회사가 글로벌 초우량 기업으로 성장해 온 과정을 오늘 이슈플러스에서 집중 조명해 보겠습니다.

먼저 신용훈 기자가 SK하이닉스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 봅니다.

<기자>

국도건설을 모체로 1983년 창립된 현대전자산업.

종합전자회사로 출발한 현대전자산업은 1986년 반도체 연구소를 세우고 1993년에는 유명 하드 업체인 맥스터를 인수하는 등 반도체 분야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이어갔습니다.

1996년 거래소에 상장된 현대전자산업은 1999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4위였던 LG반도체를 합병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게 됐습니다.

하지만 수조 원 규모의 반도체 빅딜은 우리나라 인수합병 역사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남게 됩니다.

중복 투자로 합병 시너지는 반감됐고, 수조원의 인수자금 부담에 반도체 불황까지 겹치면서 기업의 입지가 급격히 약해진 겁니다.

2001년에는 하이닉스 반도체로 사명을 바꾸고 메모리 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부를 전부 분사시켰고 같은 해 8월에는 하이닉스 자체가 현대그룹에서 분리됐습니다.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지 2개월 후 워크아웃에 들어간 하이닉스는 거대 부채기업이란 오명을 쓴 채 10년 넘게 주인 없이 은행의 지배를 받게 됩니다.

당시 채권단은 무려 42개 업체에 '하이닉스 인수 의향'을 물었지만 답변이 돌아온 곳은 효성 한 곳뿐이었습니다.그마저도 대통령 사돈 기업이라는 특혜 시비가 불거지면서 인수는 무산됐습니다.

그러다 2012년 2월 미래의 운명을 뒤바꿀 새로운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바로 재계 3위 SK그룹의 품에 안긴 겁니다.

적자 기업 인수를 두고 SK그룹 내부에선 강한 반대가 있었고 인수 후에도 '승자의 저주'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반도체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생각한 최태원 회장은 과감한 투자를 결정합니다.

실제로 인수전인 2011년 3조5천억 원이었던 투자액은 2020년에는 9조 9천억 원으로 늘었고, 연구개발비는 2011년 8천억원 수준에서 2020년 3조3천억 원까지 증가했습니다.

또 인수 이후 이천과 청주에 4개의 국내 공장을 준공하고, 중국 우시와 충칭에서도 생산라인 확장에 공을 들였습니다.

[최태원 회장(2018년 M15 청주공장 준공식) : 유서 깊은 역사의 도시 청주에서 SK하이닉스의 M15준공을 하게 돼서 매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향후에도 저희는 기술리더십 확보를 위한 투자를 계속 할 것이며 고용확대와 반도체 전문가 육성을 통해서 국가 경제에 이바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최태원 회장(2018년 M16 이천공장기공식): 1달전에 저희가 M15을 준공했죠. 그 감동과 열기가 끝나기도 전에 또 땅 파냐 이런 말도 들립니다만 저희가 하고자 하는 하드웨어는 거의 다 지어졌습니다. 우리의 도전은 이 첨단 하드웨어 속에 얼만큼의 기술을 넣고 가느냐]

2020년 10월에는 인텔 낸드 사업부를 인수하며 사업 영역을 D램에서 낸드플래시와 대용량 저장장치, SSD로 확대하게 됩니다.

이밖에 반도체제조용 특수가스 기업인 OCI머티리얼즈(2015년), 웨이퍼 회사인 LG실트론(2017년), 국내 파운드리 기업이 키파운드리(2021년)를 인수하고 반도체 설계회사인 사피온을 설립하며 반도체 생산뿐 아니라 설계와 소재 분야까지 아우르는 수직계열화를 일궜습니다.

과감한 결단과 적기에 이뤄진 투자로 회사의 면모를 탄탄히 한 SK하이닉스는 실적에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게 됩니다.

2011년 10조3천억 원이던 매출액은 2021년 42조9천억 원으로 4배로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천600억 원에서 12조4천억 원으로 34배가 증가했습니다.

편입당시(2012.2.14) 16조원에 불과했던 시가총액은 2022년 2월 현재 96조원으로 커졌습니다.

명실공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으로 우뚝 선 셈입니다.

경제적 가치 외에도 사회적 가치 창출에 있어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뤘습니다.

2018년 전담 조직을 신설한 SK하이닉스는 매해 경제간접 기여성과와 비즈니스 사회성과, 사회공헌 성과를 수치화하고 이를 발표 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분석력과 일관성 있는 경영전략, 그리고 구성원들의 성취도를 높이는 리더십은 하이닉스를 글로벌 리딩 컴퍼니로 키운 일등공신이었습니다.

10년 동안 이룬 다양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SK하이닉스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용인시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대한민국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414만m²부지에 들어서는 클러스터에는 SK하이닉스를 포함해 50여 개 협력업체와 연구소 등이 지어집니다.

이를 통해 대중소 기업이 한데 어우러져 시너지를 내는 한국형 실리콘 밸리를 구축한다는 계획입니다.

SK는 용인 클러스터에 향후 10년간 120조원을 투자합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SK의 도전이 앞으로 10년 후에 쓰여질 스토리에는 어떻게 기록될까요.

한국경제TV 신용훈 입니다.
SK하이닉스 10년...반도체 역사 다시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