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방역 노동자 현장 실태 고발 증언대회
"송아지에  갈비뼈 으스러져…가축방역 인력 노동 여건 열악"
"시료 채취를 위해 송아지를 모는 과정에서 날뛰는 송아지에게 옆구리를 밟혀 갈비뼈가 으스러졌습니다.

얼굴이 밟혔으면 대형 사고로 이어졌을 겁니다.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방역본부)지부는 24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증언대회를 열고 가축 위생방역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현장 실태를 고발했다.

김기철 방역사는 "시료 채취는 2인 1조 근무가 원칙이지만 인력이 부족해 2020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0건 중 1건은 1인 근무로 진행됐다"며 "2019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이후 업무량이 폭증해 인력은 더 부족해졌지만 2019년 이후 단 한 명도 충원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업무 특성상 질병 오염 위험성이 있어 독립된 공간이 필요하지만, 사측에서는 돈이 없다고 해 마을회관을 사무실로 쓰고 있다"며 "어떤 곳은 예산 때문에 이곳저곳 옮겨 다니다 결국 원룸을 사무실로 쓰는 곳도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고유 업무 외에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ASF 점검 등 정확한 매뉴얼이 없는 업무와 방역본부·지자체·농림축산식품부 간 중복된 업무지시로 인해 가축 위생방역 노동자의 업무가 과중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방역본부지부가 지난 20∼23일 조합원 438명(방역사 213명·위생직 139명·예찰직 84명·기타 2명)을 상대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조사에 참여한 방역사 213명 중 122명은 소뿔에 받히거나 뒷발에 차이는 등의 사고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역사 가운데 소나 돼지를 보정하다가 줄에 쓸려 화상이나 찰과상을 입은 경우는 67건이었고, 시료 채취 중 주사기에 찔렸다는 응답은 54건이었다.

검사원 가운데 해체·지육 검사 과정에서 칼을 사용하다가 베이거나 도축 과정에서 가축의 피 등 부산물로 인해 도축장에서 미끄러지는 사고를 당한 경우도 빈번했다.

이들은 ▲ 현장 인력 충원 ▲ 열악한 처우 개선 ▲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의 정상적 운영 ▲ 국가 방역시스템 전면 개편 등을 요구하며 이달 20일부터 27일까지 파업을 하고 농식품부와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앞 등에서 집회를 벌일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