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의 한 공인중개소에 부착된 매매 및 전세 게시물.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의 한 공인중개소에 부착된 매매 및 전세 게시물. 사진=연합뉴스
시중 A은행에서 전세대출을 받은 직장인 최모 씨는 최근 은행으로부터 '금리 인상으로 전세자금 대출 금리가 2.19%에서 3.11%로 변경됐다'는 문자를 받았다. 그는 "문자를 받고 은행에 전화해 물어보니 기준금리가 올랐다더라. 전세대출 금리도 올라갈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1%포인트나 오를지는 몰랐다"며 "매월 내는 대출 이자가 10만원이나 늘어 부담된다"고 털어놨다.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대폭 오른 가운데 전세대출 금리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세대출에 적용되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대폭 오른 영향이다. 이를 적용받는 청년전세자금대출 금리도 2% 중반대로 상승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 4대 은행(국민·하나·우리·신한)의 전세대출 금리는 3.38~4.88% 수준이다. 올해 1월 초 전세대출 금리 하단이 연 2%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채 1년도 안 돼 1%포인트 넘게 올랐다.

전세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 금리는 11월 기준 신규 취급액 기준 1.55%로 전월 대비 0.26%포인트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12월(1.60%)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11월 상승 폭은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0년 2월 이후 최대 수준이다.

전세대출 금리까지 무섭게 오르네…청년대출도 '한숨'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이 그 재원이 된다. 코픽스가 떨어지면 그만큼 은행이 적은 이자를 주고 돈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고, 코픽스가 오르면 그 반대다.

청년들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청년전세자금 대출에도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를 사용하는 만큼 금리가 오르고 있어서다.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가 보증하는 청년전세대출 상품 금리도 1%대에서 2% 중후반으로 올랐다. 청년전세대출 상품은 만 34세 이하인 무주택 세대주가 이용할 수 있으며, 신청인과 배우자 합산한 연소득이 7000만원 이하여야 받을 수 있다. 임차보증금이 5억원 이하인 주택에 대해 최대 1억원까지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최근 청년전세자금대출을 실행한 직장인 이 모씨는 "7월에 조회해 봤을 때만 해도 예상금리가 1%대(1.928%)였다. 막상 지난달 대출 심사에 들어가니 승인은 2.257%로 났고, 최근 대출이 실행되면서 최종 금리는 2.517%로 더 올랐다"며 "너무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1억원 대출 기준으로 금리가 1.9%인 경우 월 대출이자는 15만원대지만 2.5%로 바뀌면 이자도 20만원으로 늘어난다. 연간으로 따지면 60만원, 전체 대출기간인 2년으로 따지면 120만원이나 더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또 다른 직장인 김 모씨도 "대출 승인은 2.2%로 받았지만 대출 실행일 금리는 2.5%로 나왔다"며 "요즘 금리 수준과 비교하면 낮은 편이긴 하지만 이자가 늘어나 부담스럽다. 6개월 이후 금리가 또 대폭 인상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금리 인상기에 접어드는 만큼, 추가로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최근 한국은행은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영향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시 강화됐지만, 성장 전망이 바뀔 정도의 영향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간담회에서 "경기 흐름, 물가, 금융 안정상황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기조는 바뀐 게 없다"고 언급하면서 금리 인상 시기는 정확히 단언할 수 없지만, 인상 기조는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