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가 국내 유일의 우주발사체 기지인 고흥 나로우주센터에 ‘우주발사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등 우주산업 육성을 본격화한다.18일 전라남도에 따르면 도는 2035년까지 7705억원을 들여 국가 우주산업 중심지를 구축한다는 15년 장기 목표를 세웠다. 정부의 민간우주산업 육성 정책에 발맞춰 우주발사체 관련 시설 집적화와 함께 기업을 유치하고 우주테마 관광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주요 사업은 △우주개발 핵심 인프라 및 시설 구축 △발사체 시험 인증센터 구축 및 인증 지원 △우주기업 특화 산업단지 조성 △우주기업 지원센터 구축 △우주과학교육 테마파크 조성 △과학로켓교육센터 및 인력 양성시설 구축 등이다.전라남도 관계자는 “국내 우주산업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는 데다 정부의 민간우주기업 육성 의지가 큰 만큼 여기에 발맞춰 우주산업을 키워 나가겠다”고 설명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0년 우주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세계 우주산업 규모는 2019년 3660억달러(약 434조원)에서 2040년 1조달러(약 1186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정부도 힘을 보태고 있다. 오는 21일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 발사 이후 민간우주기업 지원을 위한 발사대 구축사업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2024년 완공을 목표로 국비 496억원을 투입해 나주우주센터에 소형 고체추진 발사대를 건설한다. 국방과학연구소는 2024년 이후 우주발사체 발사가 매년 4~5회 주기적으로 이뤄지고, 장기적으로는 연 10회 이상의 발사체 발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전라남도는 우주센터의 접근성 개선 문제 등을 시급한 과제로 삼고 해결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광주~고흥 나로우주센터(연장 96.6㎞) 고속도로 건설 사업을 조기에 추진해 승용차로 두 시간 걸리는 이동 시간을 한 시간대로 단축하겠다는 방침이다.전라남도 관계자는 “우주산업 관련 시설 집적화를 중심으로 기업과 일자리를 늘려 ‘우주산업 1번지’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무안=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
국산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KSLV-Ⅱ) 누리호가 오는 21일 오후 4시께 우주로 도약한다. 2009년부터 개발해온 누리호는 30여 년간 쌓은 한국 우주항공 기술의 결정체로 평가된다. 발사가 성공하면 한국은 중대형 발사체로 실용 위성을 우주에 보낼 수 있는 세계 일곱 번째 자력 발사국으로 등재된다. 달, 화성 탐사와 같은 심우주 탐사의 전초전이 드디어 시작됐다는 평가다. ‘팰컨’ 못지않은 힘누리호는 3단 발사체다. 1단은 75t 액체엔진 4기, 2단은 75t 액체엔진 1기로 구성됐다. 위성이 탑재되는 3단엔 7t 액체엔진 1기가 쓰인다. 수차례 도전 끝에 2013년 발사에 성공한 2단 발사체 나로호(177t) 추력의 두 배 이상이다. 누리호는 액체연료(케로신)와 산화제(액체산소)를 사용해 고체 발사체 대비 높은 추력을 낸다.1단 4개 엔진을 동시에 점화해 마치 하나처럼 작동하도록 만드는 ‘엔진 클러스터링(묶음)’ 기술이 누리호를 우주로 이끄는 핵심이다. 국내 발사체엔 처음 적용됐다. 그간 시험용 엔진으로 200회 가깝게 실제 연소시험을 거쳤다.누리호 엔진 성능은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의 우주개발 기업 스페이스X의 발사체에 근접했다. 엔진의 연료 효율성을 가늠하는 ‘진공 비추력’이 비슷하다. 진공 비추력은 진공 상태에서 연료 1㎏을 태웠을 때 초당 얻을 수 있는 추진력을 뜻한다. 한영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엔진개발부장은 “누리호 1단의 진공 비추력은 299.5초로 스페이스X의 멀린1C 엔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항우연은 누리호 발사 후 추적 관제를 위해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와 제주도, 태평양 팔라우에 추적소를 완비했다. 팔라우 추적소는 7.3m급 대형 원격 수신 안테나와 위성 통신망을 갖췄다. 이를 기반으로 나로우주센터에서 약 3000㎞ 떨어진 적도 근처 거리까지 누리호 비행 상황을 세세하게 살필 수 있다. 마하 22 속도로 위성 분리적정 고도와 속도에서 단 분리가 이뤄지는 게 발사의 성패를 가른다. 누리호는 발사 후 127초인 고도 59㎞에서 1단을 분리한다. 233초에 페어링(위성 덮개)을 분리하고, 258㎞ 지점(274초)에서 2단 분리 후 700㎞ 고도(967초)에서 위성을 쏘아낸다. 이때 속도는 무려 초속 7.5㎞(마하 22)에 달한다. 일반 여객기는 통상 초당 250m를 간다. 1단 로켓이 연소될 때 온도는 3500도까지 치솟는다. 폭발적인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선 다량의 연료가 필요한데, 누리호에 실리는 연료는 총 5만4400㎏에 달한다. 연료를 보관하는 추진체 탱크는 영하 183도에 이르는 액체산소를 견뎌야 한다.누리호는 이번에 더미 위성을 싣고 발사된다. 초도비행인 만큼 성능 검증을 위해서다. 내년 5월 2차 발사 때 실제 위성을 탑재할 계획이다. 누리호 발사는 심우주 탐사 로드맵의 전초전이란 성격도 있다. 액체엔진 클러스터링 개수를 늘리고 고체엔진으로 추력을 보강해야 심우주로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지난 5월 한·미 미사일지침 해제로 고체엔진 개발의 물꼬가 트였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미국 국제무기거래규정(ITAR)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ITAR을 통해 자국 고체엔진 기술 등의 수출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탐사선이나 위성은 중국을 제외하고는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으로 촘촘히 연결돼 있다”며 “미사일지침 해제를 계기로 미국으로부터 전략적 규제 완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이시은/이해성 기자 see@hankyung.com
누리호는 국내 우주항공 관련 기업 300여 곳이 힘을 모아 만든 합작품이다. 나로호(160여 곳) 때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기업이 참여했다. 1단 엔진을 러시아에서 통째로 들여왔던 나로호와 달리 누리호는 한국의 힘만으로 개발한 것이라 그만큼 많은 기업의 힘이 필요했다.누리호 개발의 가장 큰 도전 과제는 로켓의 핵심인 엔진 국산화였다. 이를 주도한 기업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이 기업은 엔진 총조립은 물론 터보펌프, 주요 개폐밸브 등 부품 제조를 담당했다. 세계적 수준인 항공기용 엔진 조립 기술을 누리호에 접목한 게 국산화 성공 비결로 꼽힌다. 스페이스솔루션은 영하 200도 극저온 환경에서 작동하는 솔레노이드 밸브, 프로펠런트(추진체) 탱크 등을 제작해 납품했다. 극한 환경인 우주에서 누리호가 단계별 목표 지점으로 차질 없이 날아가도록 하는 핵심 요소다. 3000도 이상 화염을 견뎌야 하는 1단 연소기엔 비츠로넥스텍 기술이 들어가 있다. 이 밖에 에스엔에이치, 네오스펙, 삼양화학, 하이록코리아 등도 엔진 개발에 힘을 실었다.누리호는 원래 올 2월 발사될 예정이었으나 8개월 연기됐다. 누리호 최하단인 1단 로켓과 2단 로켓을 연결하는 전방동체에 문제가 생겨서다. 이때 구원투수로 나선 게 한국화이바다. 이 회사는 두께가 1㎜ 정도로 얇으면서도 강한 압력을 견딜 수 있는 탄소복합소재 개발에 일가견이 있다. 한국화이바 복합소재로 만든 전방동체는 합격점을 받았고, 누리호 개발도 다시 정상 궤도를 찾았다.누리호가 발사되는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 가면 45m 높이의 초록색 구조물 ‘엄빌리칼 타워’가 눈에 확 들어온다. 발사체에 연료(케로신), 산화제(액체산소)를 주입하는 주요 구조물이다. 탯줄을 뜻하는 엄빌리칼이란 단어가 들어간 이유다. 엄빌리칼 타워를 비롯한 지상 발사대 제작은 현대중공업이 주도했다.두원중공업은 산화제 탱크와 연료 탱크 사이를 연결하는 구조체 제작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엔진을 비롯한 모든 부품, 구조물이 오차 없이 작동하도록 조립을 총괄하는 역할을 했다.누리호엔 발사와 이동 제어를 위해 각종 컴퓨터 장치가 들어간다. 이런 장치들끼리 신호를 주고받는 데는 전선 다발인 ‘와이어하네스’가 필요하다. 와이어하네스 납품은 카프마이크로가 했다. 로켓 내 두뇌인 전자컴퓨터(에비오닉스)는 단암시스템즈 등이 제작했다.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