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세입예산 작성 때 증권거래대금 전망치 2천795조, 실제론 두 배
주식·부동산 예측 헛발질에 국세수입 전망도 줄줄이 오차
정부가 지난해 국세수입 전망의 전제로 이용한 증권거래대금, 주택매매량 등 각종 경제지표 전망치가 실적치와 큰 차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뢰성이 떨어지는 전망치를 바탕으로 세입예산을 짜면 나라 살림에도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실이 기획재정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재부는 경상성장률 등 각종 경제지표 전망치를 반영해 세목별로 국세수입 전망을 추계하고 있다.

추계에 사용하는 경제지표 전망치 중 기재부 자체 자료는 경상성장률과 민간소비 증가율, 소비자물가 상승률, 설비투자 증가율, 수출입 증가율 등이다.

국책연구원 지표 전망치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증권거래대금과 회사채 금리, 국토연구원의 주택거래량, 노동연구원의 상용근로자 수와 명목임금 상승률,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에너지소비량 등이다.

기재부는 7∼8월께 이런 지표 전망치들을 이용해 다음연도 세수를 추계한다.

경기 변동 등에 따라 전망치가 실적치와 차이를 보이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문제는 그 차이의 정도가 얼마나 되냐는 것이다.

지난해 주식과 부동산 관련 세수를 보면 차이의 정도가 일상적인 수준을 벗어났다.

기재부는 지난해 세수를 추계할 당시 증권거래대금이 2천795조원일 것으로 전망했는데, 실제 지난해 증권거래대금은 5천707조원에 달했다.

실적치가 전망치의 2배를 웃돈 셈이다.

이에 따라 관련 세목인 증권거래세 전망치와 실적치간 차이도 크게 벌어졌다.

2020년 본 예산상 증권거래세수 예상치는 4조3천848억원으로 제시됐는데 실제 걷힌 세수는 8조7천587억원으로 2배에 육박했다.

부동산 관련 세수 추계의 전제가 되는 주택매매량도 지난해 세입예산 작성 때 기재부가 사용한 전망치는 90만3천건이었으나 실적치는 127만9천건이었다.

그 결과 양도소득세수는 지난해 본예산 편성 당시에 16조7천621억원으로 전망됐지만 실제로는 23조6천558억원이 걷혔다.

기재부는 올해와 내년 국세수입을 전망할 때도 자본시장연구원의 증권거래대금, 국토연구원의 주택거래량 등 기존에 사용하던 경제지표 전망치를 반영했다.

올해 국세수입 실적치는 지난해 기재부가 만든 본예산 기준 수치와 크게 벌어질 것이 이미 확실한 상황이다.

기재부는 본예산을 짜면서 올해 국세수입이 282조7천억원 걷힐 것으로 봤으나 상당한 규모의 초과세수가 예상되자 2차 추가경정예산에서 이를 314조3천억원으로 고쳤다.

올해 1∼7월까지 누적으로 걷힌 세수는 223조7천억원으로, 2차 추경 기준 진도율(연간 목표 대비 수입 비율)은 71.2%에 달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확산에 따른 소비세수 타격과 자산거래 안정화 등을 고려하면 하반기에는 세수 증가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현재의 진도율대로라면 올해는 2차 추경 전망보다 8조원 가량의 세수가 더 들어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경우 올해 세수추계 오차율은 10%대로 뛰어오를 전망이다.

양경숙 의원은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하더라도 세수 추계가 10% 넘는 오차를 보이는 것은 국민 앞에 얼굴을 들기 어려운 결과"라며 "국민의 경제적 기회비용을 줄이고 경제 활성화를 이끄는 전문 경제관료다운 면모를 보일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기재부에 당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