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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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추석 연휴 이후 가계대출과 관련한 추가 대책을 발표한다. 이 같은 예고에 전세대출 실수요자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전세대출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까지 적용하진 않겠지만, 차주가 전세금을 스스로 조달할 수 있는데 추가로 대출을 받는 지 등 심사를 꼼꼼히 진행하는 방식으로 대출 문턱을 높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부 은행들의 전세대출이 중단된 데 이어 금융당국이 전세대출도 관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시기까지 못 받아 놓은 상태다.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추석 이후에 여러 상황을 보며 보완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구체적 언급을 할 수 없지만 실무적 단계에서 20~30가지 항목을 두고 세부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추석 이후 보완대책 예고했는데…

은행권에서는 이미 대출 문을 잠그고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24일부터 오는 11월말까지 신규 부동산 담보대출을 비롯해 전세대출을 중단한다. 최근 우리·국민은행은 신잔액 코픽스 기준 전세대출 상품 취급을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신잔액 코픽스 연동 대출의 경우, 신규취급액 코픽스보다 금리가 낮다는 점을 고려해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 추가로 국민은행은 전세자금대출 중 생활안정 자금 대출에 대한 DSR 비율도 100% 이내에서 70%이내로 조정했다.

주담대에 이어 전세자금 대출까지 규제까지 나서는 배경은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목표치를 6% 이내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추가 방안을 시사한 만큼, 전세대출도 제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 위원장은 최근 "가계부채 관련해선 여러 차례 말한대로 강력히 관리를 해야하는 상황"이라며 "추가적으로 보완 과제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사진=한경DB
고승범 금융위원장. 사진=한경DB
집값 상승이 전세값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전세대출도 늘어나자, 전세대출도 제한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8월 전세대출 증가 규모는 2조4007억원으로, 지난 1월(2조6514억원) 이후로 두 번째로 컸다. 전세대출의 경우, 차주의 원금 상환 능력을 반영한 DSR 규제에 제외돼 있다보니 대출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금융당국이 전세대출에도 DSR을 반영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이와 관련해 정부는 "전세대출 등 가계부채 관리방안은 전혀 확정된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해명에도 무주택자나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전세대출이 막히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미 정부도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추가 방안을 시사한 바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3일 "올해 하반기 전세 대출은 스퀴즈(쥐어짜다) 할 수 밖에 없다"며 "다주택자이거나 투기 의심 대출은 강하게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수요자 대출에 지나치게 피해가 가지 않는 방향으로 (대출 관리) 방안을 만들고 있고, 금융위에서 검토하고 있다"며 "창구 지도가 중요한데, 현장에서 실수요자인지 아닌지를 잘 판단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이나 지원 방안 등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전세대출 금액 줄어들까 걱정"…대출 심사 강화 택할 듯

전세대출 실수요자들은 혹시라도 원하는 금액만큼 대출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세종시에 살고 있는 30대 이 모씨는 "예전엔 세종에도 1억원 초중반대 전세가 있었지만, 지금은 1억~2억원은 다 올랐다"며 "좀 더 넓은 아파트의 전세를 구하는 중인데 대출이 안 되면 조치원으로 가거나, 인근 빌라라도 가려고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40대 한 모씨도 "11월 이사를 위해 이미 계약서까지 썼는데 전세대출까지 제한될 것이라는 소식에 빠르게 대출 심사를 넣었다"며 "혹시 대출 금액이 다 안 나오면 10년 넘게 부었던 청약 통장도 깨서 넣어야 하는 거 아닌가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전세대출 규제와 관련해 해명한 이후에도 영업점으로 전세대출을 앞당겨서 받아야 돼냐 등 관련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이 팽배한 것 같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추석 이후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여기에 전세대출을 포함하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자칫하면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저소득 및 청년층의 불만이 폭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권 안팎에선 당국이 전세대출 관련 규제를 내놓기 보다는 은행을 통해 전세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방식을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차주가 전세금을 직접 부담할 수 있는지 없는 지 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시행하는 방안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규제를 하더라도 전세자금대출 중 생활안정 대출 등과 같이 타격이 적은 대출을 제한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