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2천47억원 과징금, '퀄컴 1조원' 이후 최대 액수
EU·미국·러시아·터키 등 전세계 경쟁당국 구글 겨냥
네이버·카카오 이어 구글…공정위, 국내외 플랫폼 전방위 제재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 기업에 이어 해외 '공룡 플랫폼'인 구글에 대해서도 제제의 칼을 빼들었다.

관련 시장을 장악해 독점적 지위를 구축하고 불공정행위를 저지르는 기업에 대해서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전방위적으로 규제하겠다는 방침이다.

◇ 5년 조사 끝에 제재 확정…"국내외 플랫폼 차별 없이 엄정 법집행"
공정위는 지난 2016년 구글이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에게 자신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탑재를 강요하는 등 불공정 행위를 했다는 정황을 인지하고 직권 조사에 돌입했다.

5년에 걸쳐 조사와 심의를 끝내고 공정위는 14일 구글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2천74억원(잠정)을 부과하는 제재를 확정했다.

국내 시장 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 전체에 미치는 경쟁 제한 효과를 분석해야 하는 데다가 법원 소송 결과까지 고려할 때 장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공정위 설명이다.

공정위는 구글의 'OS 갑질'을 플랫폼 분야 불공정행위로 판단했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모바일 운영체제는 OS사업자를 중심으로 소비자, 앱 개발자들과 기기제조사들이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플랫폼으로 볼 수 있다"며 "이 생태계에서 독점력을 보유한 구글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 네이버·카카오·쿠팡·구글까지 국내외 플랫폼 전방위 제재
공정위는 지난 2019년 11월 정보통신기술(ICT) 전담팀을 출범시키며 거대 풀랫폼 기업의 불공정행위 제재에 주력하고 있다.

몸지을 불린 플랫폼 기업이 시장을 완전히 장악함으로써 생긴 폐해가 결국 소비자인 국민에게 돌아올 수 있다고 봐서다.

지난해 10월 공정위는 쇼핑·동영상 검색 알고리즘을 인위적으로 바꿔 자사 상품이나 콘텐츠는 최상단으로 올린 네이버에 과징금(쇼핑 265억원, 동영상 2억원)을 부과했다.

지난달에는 자사의 '최저가 보장' 정책으로 인한 마진 손실을 줄이려고 납품업체에 갑질을 일삼은 쿠팡에 과징금 32억9천700만원을 매겼고, 현재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를 했다는 혐의도 살펴보고 있다.

이밖에도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 대한 계열사 지정자료 신고 누락 혐의를 조사하는 등 문어발 확장 중인 플랫폼 기업이 기존 대기업처럼 지배구조 감시망을 벗어나기 위해 위법행위를 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공정위는 여기에 더해 해외 플랫폼인 구글까지 겨냥해 제재에 나선 것이다.

현재 공정위는 구글과 관련해 ▲ 앱 마켓 경쟁제한 건 ▲ 인앱 결제 강제 건 ▲ 광고 시장 관련 건 등 총 3건의 사건을 더 들여다 보고 있다.

특히 구글이 게임사 등에게 경쟁 앱마텟에서 서비스를 출시하지 못하도록 방해한 건은 올해 1월 조사를 마무리하고 심사보고서가 전원회의에 상정된 상태다.

◇ 퀄컴 1조 과징금 이어 최대 금액 전망
공정위는 구글의 법 위반 행위가 시작된 2011년 1월부터 자료가 확보된 올해 4월까지의 구글 앱 마켓 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2천74억원으로 잠정 산출했다.

여기에 마지막 심의가 이뤄진 이달까지의 매출액을 포함할 경우 과징금 액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이 같은 과징금 액수는 글로벌 사업자 및 플랫폼 분야 주요 사건 중 '퀄컴 갑질 사건'에 이어 큰 금액이 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지난 2016년 12월 퀄컴과 계열사들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악용해 경쟁 모뎀 칩셋 사업자의 활동을 방해한 혐의 등에 대해 1조31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2009년 12월에도 퀄컴이 국내 주요 휴대전화 제조업체에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을 사용할 때 타사 부품을 사용하면 로열티를 더 받은 혐의와 관련해 과징금 2천731억원을 부과했는데, 대법원 판결을 거쳐 2천245억원으로 재산정됐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구글의 최종 과징금은 퀄컴 1차 사건에서 최종적으로 부과된 2천245억원과 비슷하거나 조금 적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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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U·미국·러시아·터키 줄줄이 구글 겨냥
구글의 불공정 행위를 겨냥하고 있는 것은 해외 경쟁당국도 마찬가지다.

앞서 EU집행위원회(EC)는 2018년 7월 구글이 모바일 OS와 앱마켓 시장에서 시장 지배력을 남용한 행위에 대해 과징금 약 5조7천억원 상당을 부과한 바 있다.

구글이 플레이스토어 탑재 조건으로 구글 검색 앱 및 크롬을 먼저 탑재할 것을 요구하고, 경쟁 포크 OS 기반 모바일 기기를 제조·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한 것이 문제가 됐다.

미국 법무부(DOJ)는 지난해 10월 구글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검색엔진을 먼저 탑재하는 행위로 검색서비스 시장 등에서 시장의 경쟁을 저해했다며 반(反)독점법 위반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유타주 등 37개 주는 인앱결제 강제 등 혐의에 대해 지난 7월 반독점 소송을 내기도 했다.

이외에 러시아, 터키 경쟁당국은 러시아 기업 얀덱스의 신고로 조사를 개시해 검색앱 선탑재 이슈 중심으로 시정명령을 각각 부과했다.

이중 러시아는 취소소송을 거쳐 처분을 취소하고 2017년 4월 구글이 마련한 시정방안에 동의하는 형식으로 구글과 화해계약을 맺었다.

국내에 진출한 대표적인 해외 빅테크 기업인 구글과 애플코리아(애플)의 갑질 행위에 대한 공정위 제재 수준 차이도 눈에 띈다.

다만 이는 조사 대상 기업이 동의의결 제도(조사 대상 기업이 소비자·거래상대방 피해구제를 위해 자진해 내놓은 시정방안을 공정위가 타당하다고 인정할 경우 법 위반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를 신청했는지 여부에 따라 갈린 것이라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애플의 경우 국내 이동통신사에 광고와 무상수리 비용을 떠넘기는 등 '갑질'을 한 혐의를 받았는데, 공정위는 애플의 신청을 받아들여 지난 2월 동의의결 내용을 확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