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섭 안 받으며 뒤따라가는 지자체 방만·부실도 만만찮아
“지역 공공시설, 운영적자만 年1조” 한국공공자치연구원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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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4억(億)원이 아니라, 604조(兆)원이다. 이번에도 '초슈퍼'라는 2022년 정부 예산안이 막오른 정기 국회에서 과연 어떻게 될까. 조금이라도 줄어들까? 경험치로 보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부처 담당 현장 기자할 때 경험을 돌아보면, 국회 심의 때 증액에 대비해 1급 중의 1급이라는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따로 1조원 정도는 떼어뒀던 게 공공연했다.

내년 예산안에는 604조라는 숫자와 더불어 ‘1000조원’이라는 숫자가 신문 지면마다 큰 활자로 부각됐다. 한국 정부의 국가채무가 1000조원 시대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넓은 의미의 나라빚인 공기업 부채, 지방부채 등은 빠져 있다. 정부가 채권 발행 등으로 직접 갚아야할 채무만으로 내년에는 1000조원을 넘어선다.
중앙도, 지방도 “차기가 알아서” ‘한국형 NIMT’
정부가 빚내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니, 각급 지방자치단체도 그대로 따라 한다. 중앙 정부가 ‘한국형 NIMT(not in my term, 내 임기 중엔 불가)’하니 시·도는 물론 시·군·구까지 지방 정부도 그대로다. 가뜩이나 책임은 간 곳 없고 권리만 강조되는 지방자치시대, 간섭할 의지도 없고 능력도 안 된다.

만년 빈약한 지방재정, 심해지는 지역별 격차, 대도시 특정지역과 지역 간의 양극화 같은 문제가 심각해지지만 지방재정은 어디에서라도 정색을 하고 개선하려는 데가 없다. 어디서나 ‘내 임기 중엔 모르겠다(NIMT)’가 만연해 있다.
‘공공시설 863 군데 중 761 곳이 적자’ 한국공공자치硏 분석
이런 재정 문제와 관련해 주목해 볼 만한 연구 보고서 하나를 입수하게 돼 간략히 소개한다. 간섭과 지도가 제대로 미치지 못하는 지자체의 방만 재정의 한 단면이다. 지자체의 ‘공공시설 운영 실태’에 관한 한국공공자치연구원의 최근 분석 결과다. 지자체의 공공시설은 문화 체육 복지 기타 시설로 분류된다. 이런 시설에 대해 건립비용 기준으로 기초단체가 세우는 것은 100억원 이상, 광역단체 것은 200억원을 넘을 때 행정안전부 심의를 거친다.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중앙투자심사위원회가 그것이다. 건설 때는 나름 엄격한 심사를 거쳐도 지자체가 운영을 하는 과정에서 부실이 쌓여가는 게 일반적 특징이다.

연구원 집계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에는 총 863개(2019년 기준)의 공공시설이 있다. 체육 문화 시설이 전체의 80%를 차지하는 데, 인구가 많은 경기도가 210개로 압도적으로 많다.

핵심 관심사는 운영 수지다. 각 지자체마다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한 시설들인데, 과연 경제적으로 어떤 수준일까. 공공시설의 목적이 영리는 아니지만, 최소한 ‘세금 잡아먹는 하마’는 면해 있을까.

863건의 공공시설 건립에 들어간 비용은 모추 27조8772억원이다. 2019년 기준으로 이 시설에 들어간 운영비가 1조8127억원이고, 거둔 수익은 8191억원이다. 연간 적자는 9936억원이다. 이 만큼의 국민 세금이 시설물 운영에 투입됐는데, 문제는 해마다 되풀이 된다는 것이다. 직접적으로는 지방재정에서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적자폭이 매년 커지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4년 4849억원이던 적자는 2015년 6037억원, 2016년 6874억원, 2017년 7663억원, 2018년 8410억원으로 커졌다.

적자가 나도 필요한 시설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어떻든 그만큼 비용 지불은 뒤따른 다는 얘기다. 그 비용이 어떤 경로로 가든, 결국 누구의 몫으로 가든, 원리는 분명히 그렇다.
이기헌 한국공공자치연구원장은 "이웃 일본의 경우 완공 후 운영부실 문제 해소 차원에서 '중장기 운영계획'을 중앙 정부에 제출토록 하고 있다"며 "우리도 이런 방안 등을 포함해 적자와 부실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예술회관 하나 적자가 275억? 지속가능하려면 비용계산하고 긴장해야
지자체가 이런 데서도 허리띠를 조금 더 죌 필요가 있다. 시·도, 시·군·구 집행부 뿐 아니라 각 지방의회도 좀 더 긴장해야 한다. 그래야 애물단지를 면하게 되고, 공공시설이 주는 혜택이 지속가능해진다.

중앙 정부의 선심 퍼주기가 초래한 국가채무에 비하면 지자체의 부채는 아직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라고 할만도 하다. 하지만 공공시설의 88%인 761곳이 적자 속에 운영되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문제는 된다. 안전도 편리도 주민 혜택도 비용 계산, 누가 어떻게 지불할 것이냐에 대해 외면한 채로는 지속가능할 수가 없다. 매년 증가하는 적자폭을 이대로 내버려 두기는 어렵다. 지역의 문화예술회관 한 곳의 연간 적자가 275억원(광주) 234억원(인천)에 달한다면 정상일 수는 없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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