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의 빅테크 플랫폼'과 '은행권 독자 플랫폼' 사이 은행들 의향 갈려

은행팀 = 금융소비자가 기존 대출보다 유리한 조건의 신규 대출로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10월 출범을 목표로 추진하는 '대환대출(대출 갈아타기) 플랫폼'이 시작도 전에 '반쪽'이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민간 빅테크·핀테크에 종속될 것을 우려하는 시중 은행들이 당국이 추진하는 대환대출 플랫폼과 별도로 '독자적인 공공 플랫폼'을 만들기로 한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은행권 독자 플랫폼에 불참하고 시중 은행들은 당국이 추진하는 플랫폼에 불참할 가능성을 내비치면서다.

더 많은 은행과 금융기관이 참여할수록 금융소비자의 비교 선택지가 많아져 편익이 커지는 구조인데, 논의가 진행될수록 그와 반대로 가는 모양새다.

은행 참여부터 난관…대환대출 플랫폼 시작부터 '반쪽' 우려
◇ 빅테크 기업 모회사로 둔 카뱅·토뱅 "은행권 공공플랫폼 불참"
8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 은행들이 독자적으로 구축하기로 한 대환대출 공공 플랫폼에 인터넷전문은행 3곳 중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 2곳이 불참 의사를 밝혔다.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지난 6월 이후 중단된 대환대출 공공 플랫폼 구축 방안의 논의를 재개한 가운데, 개별 은행에 공공 플랫폼 참여 의사를 물은 결과 국내 소비자금융 철수를 선언한 한국씨티은행과 함께 이들 인터넷은행 2곳이 불참하기로 한 것이다.

인터넷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케이뱅크만 은행권의 공공 플랫폼에 참여하기로 했다.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의 불참을 두고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주도하는 대환대출 플랫폼에 카카오 금융계열사인 카카오페이, 모기업인 토스가 참여하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이들은 카카오와 토스를 모기업으로 둔 까닭에 '빅테크·핀테크 종속'을 우려하는 시중은행과 입장을 달리한다.

은행연합회 의견 조회에서 이들은 카카오페이와 토스 플랫폼에 참여하면서 은행권 독자 플랫폼까지 참여하게 되면 수수료 지불 등에서 '이중 비용'이 발생하는 점, 은행 독자 플랫폼 참여 시 고객 편의가 크지 않을 걸로 보인다는 점 등을 불참 이유로 든 것으로 알려졌다.

근본적으로 은행 독자 공공플랫폼의 활용 가치, 성공 가능성에 의구심을 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은행 참여부터 난관…대환대출 플랫폼 시작부터 '반쪽' 우려
◇ '독자 플랫폼 구축' 은행들, 빅테크 주도 플랫폼 중복 참여 안할듯
반면 은행권의 독자적인 대환대출 공공플랫폼 구축에 나선 시중 은행들은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빅테크·핀테크의 대환대출 플랫폼에 중복으로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은 "은행권의 공동 의견에 따라 공공 플랫폼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당국이 추진하는 플랫폼에 참여할지에 대해서는 '미정' 또는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공통으로 밝혔다.

은행들은 민간 플랫폼에 지불해야 하는 높은 수수료 문제뿐 아니라 빅테크에 종속되지 않고 빅테크와 은행권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부터 우선 마련돼야 한다는 이유에서 내부적으로 빅테크·핀테크의 대환대출 플랫폼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민간 대환대출 플랫폼을 통한 대출 신청이 고착화되면 금융사는 상품 조달 기능만 수행하며 플랫폼 사업자에 종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일반 금융회사도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민간 대환대출 플랫폼 참여는 다른 플랫폼 업체의 영향력과 시장지배력을 키우는 데 일조할 뿐"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공공 플랫폼과 달리 민간 플랫폼의 경우는 수수료가 발생하는 데다, 민간 플랫폼은 전체 대환대출 관련 오너십을 플랫폼 업체가 가져갈 뿐 아니라 관련 데이터 접근 권한까지 다 가져갈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서 시중 은행들이 서로 눈치보기를 하다가 결국엔 제한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은행 참여부터 난관…대환대출 플랫폼 시작부터 '반쪽' 우려
◇ 은행권 공공플랫폼, 연내 오픈 쉽지 않을 듯…당국 주도 플랫폼은 10월 목표
은행연합회는 은행권의 독자적인 공공플랫폼 구축에 속도를 낼 계획이지만, 빨라도 12월에나 오픈이 가능할 전망이다.

은행연합회가 공공플랫폼 구축에 참여 의사를 밝힌 시중 은행들에 공유한 일정표를 보면, 8월 중으로 수수료, 비용, 구축 방향 등 기본 요건에 대해 협의를 마치고 9월에는 제휴 금융사 간 계약 체결, 전산 시스템 구축·연동에 들어가 12월 초까지 모든 절차를 끝낼 계획이다.

플랫폼 서비스 오픈 시기는 12월로 예상했다.

다만 은행권 공공 플랫폼의 경우에도 마이데이터 허가를 획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면 3개월의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환을 하려면 차주 A가 가진 대출 현황을 보여주고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가 없으면 차주에 대해 보여줄 수 있는 대출 정보가 제한적인 문제가 있다고 한다"며 "은행권 독자 공공플랫폼이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를 추가로 받아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오픈 일정이 더 지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 공공플랫폼은 대환에 따른 수수료는 없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법률 검토를 진행 중이며, 은행들이 시스템 개발과 플랫폼 운영 관련 분담금을 어떻게 낼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이 민간 플랫폼에 내야 하는 수수료가 대출액의 0.6∼2.0%에 이르는 점이 문제가 된 상황에서, 은행권 공공플랫폼은 수수료 비용이 없는 쪽으로 최종 결론이 나면 경쟁력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대환대출 플랫폼은 일단 10월 출시가 목표다.

금융결제원과 각 금융협회 관계자, 이들이 추천한 민간위원으로 실무 협의체 구성을 마친 상태로, 이달 초에는 플랫폼 참여 의사를 밝힌 토스, 카카오페이, 뱅크샐러드 등 10여개 핀테크 기업 중 실제 사업을 맡을 2∼3곳을 결정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