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국방부 등 '국가항행계획' 확정…항공사 최적 비행 지원
데이터 관리로 막힘 없는 하늘길…2042년까지 비행시간 10% 단축
항공 교통량이 늘면서 갈수록 복잡해진 하늘길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관리체계가 도입되고 민·군의 탄력적 공역(空域) 운영이 이뤄지게 된다.

하늘길 운영의 효율성을 이처럼 높이면 2042년까지 국내 항공기 비행시간이 현재보다 10%가량 단축되고, 공항 운영도 수월해져 국내 공항의 출발·도착 정시성(定時性)도 약 20% 향상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와 국방부, 기상청 등 관계부처는 5일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 '제130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가항행계획(NARAE)안'을 논의·확정했다고 밝혔다.

◇ 다각적 지원 시스템 구축…끊김 없고 안전한 비행 보장
국가항행계획은 인공지능·빅데이터·도심 항공교통(UAM) 등 신기술과 새로운 교통수단의 등장으로 변화하는 항공 환경에 대응하고, 과학적 교통관리를 통해 최적의 비행경로를 보장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한국의 항공 교통량은 최근 10년(2009∼2019년)간 연평균 6.3%씩 성장했으며, 2019년 기준 항공운송 실적은 세계 7위(여객 13위·화물 5위) 수준을 기록했다.

앞서 국토부는 2015년 '차세대 항공교통시스템 구축계획(국가항행계획 1.0)'을 수립하고 2차례에 걸쳐 이를 수정·보완했지만, 달라진 기술 수준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인한 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이에 국토부는 국방부, 기상청, 인천·한국공항공사 등 총 17개 유관 기관이 참여하는 회의를 통해 '국가항행계획 2.0'을 마련했다.

이번 계획은 '데이터·시스템 지원을 통한 끊김 없고 안전한 최적의 비행 보장'이라는 비전 아래 5대 추진 전략을 제시했다.

5대 추진전략에는 ▲ 수요자(항공사) 중심의 예측 가능한 공항·공역 운영 ▲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항공교통 관리 ▲ 최적의 항행환경 구축을 통한 수용성 확대 ▲ 신기술·신비행체를 적용한 신항공교통관리 체계 구축 ▲ 포스트 코로나19 대비 항공교통 관리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데이터 관리로 막힘 없는 하늘길…2042년까지 비행시간 10% 단축
◇ 수요자 중심의 예측 가능한 공항·공역 운영
이번 계획에서는 우선 공역 운영의 패러다임이 '관리·통제 중심'에서 '항공사 등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게 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민과 군, 인접국 간 협력을 강화해 공역을 탄력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다.

특히 국가공역시스템을 고도화해 공역 사용계획을 공유하는 등 탄력적 공역 운영 기반을 만들기로 했다.

기존에는 특수목적 공역을 상시 우회하는 곡선 항로로 항공기를 운항해야 했지만, 탄력적 공역 개념을 적용하면 공역을 활용하지 않을 때 직선으로 비행할 수 있게 된다.

또 군과 협력해 인천공항 주변 공역 조정도 검토·추진한다.

이를 통해 인천공항의 시간당 관제 수용량은 현재 75대에서 80대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아울러 항공사에 지연 예상 정보를 사전 제공하는 선제적 관리 시스템을 2025년까지, 관제사의 항공기 출·도착순서 의사결정 지원시스템을 2024년까지 구축하기로 했다.

데이터 관리로 막힘 없는 하늘길…2042년까지 비행시간 10% 단축
◇ 데이터 기반 항공교통관리 체계…최적의 항행환경 구축
항공 정보·비행 정보 및 실시간 교통 데이터의 네트워크화도 추진된다.

그동안 기관·공항별로 따로 수집·분석하던 데이터를 국가 주관 센터에서 종합해 실시간 수용량 예측에 활용하도록 함으로써 항공교통의 정시성을 향상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비행계획을 디지털 방식으로 통합·관리하고, 항공 기상 정보도 디지털 기반의 입체적 정보로 전환해 지상-공중 간 상호 공유가 가능하도록 항공정보 통합관리체계를 개발하기로 했다.

관제장비와 항행 시설을 디지털화·첨단화하고 4D(위도·경도·고도·시간) 개념의 궤적기반 운영으로 효율성도 개선해나간다.

이는 항공교통관제사의 경험과 능력에 의존하던 시스템을 벗어나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항공교통 관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2024년까지 고속·대용량 지상-공중 간 데이터 기반 통신망 등을 구축하고, 한국형 위성항법보정시스템을 통해 항행시스템·항공기 감시 성능도 향상해나갈 방침이다.

조난항공기에 대한 안전관리체계도 국제 수준에 맞춰 구축한다.

데이터 관리로 막힘 없는 하늘길…2042년까지 비행시간 10% 단축
◇ 신항공교통관리 체계 구축…포스트 코로나19 시대 대비
도심항공교통(UAM) 상용화에 대비해 첨단·무인기반 교통관리체계를 마련하고, 관제 업무에 가상·증강현실을 접목하는 등 항공교통 관리의 패러다임이 바뀌게 된다.

내년부터 150m 이하 저고도를 비행하는 드론에 대한 국가 비행정보관리 시스템 설계에 착수하고, 중고도(300∼600m)를 비행하는 기체와 저고도 드론, 고고도 항공기가 조화된 한국형 교통관리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또 인공지능·증강현실 등을 통합한 공항 원격 관제 서비스를 시범 구축하고, 각 관제장비 등을 통합·플랫폼화하기로 했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대비한 항공교통관리 강화 방안도 이번 계획에 담겼다.

우선 직선 비행로 확대를 통해 항공사의 유류비 절감을 지원하고, 관제사 훈련 고도화 등을 통해 관제 서비스 품질도 향상할 계획이다.

또 항공기 이·착륙 시 연료 소모를 줄이기 위해 계단식 상승·강하보다 연속 상승·강하를 유도하고, 야간 시간대 항공기 운항 금지에 따른 회항을 줄여나가는 등 운영을 개선할 방침이다.

주요 관제탑에는 교육 시뮬레이터를 설치·개선하고, 코로나19 방역·비상 대응체계도 강화한다.

데이터 관리로 막힘 없는 하늘길…2042년까지 비행시간 10% 단축
◇ 김포∼제주 63분→57분 단축…인천공항 정시성 76%→92% 향상
국토부는 이번 계획이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관련 부처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이행 사항을 모니터링하고 계획을 보완해나갈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2042년까지 항공기 비행시간은 10%가량 줄어들고, 공항의 정시성은 20%가량 개선될 것으로 국토부는 전망했다.

국내선 김포∼제주 구간 평균 비행시간은 2019년 63분에서 2042년 57분으로, 인천에서 동남아행 비행정보구역 경계선까지 국제선 비행시간은 97분에서 87분으로 단축될 전망이다.

또 인천공항의 정시성은 2019년 76%에서 2042년 92%로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항·공역 수용량이 늘면서 항공교통량은 2배로 늘어나지만, 관제 업무 부하는 되레 경감될 것으로 국토부는 내다봤다.

또 항공교통량이 2배로 늘지만 안전사고는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아울러 항공교통 흐름 최적화를 통해 유류비는 11%가량 아끼게 될 전망이다.

2042년까지 항공편 지연 감소와 운항 시간 단축 등으로 인해 항공사와 공항운영자 등이 거둘 누적 경제 편익은 총 12조1천억 원으로 추산됐다.

또 2042년까지 관련 일자리는 약 9만여 개 이상 창출되고, 탄소 배출량은 3천500만t 이상 저감될 것으로 국토부는 내다봤다.

김용석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국가항행계획을 통해 향후 급증할 항공교통량과 새롭게 등장하는 항공교통 신기술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국민에게 안전하면서 지연이 없는 항공교통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