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칼럼
임금격차 논란과 ESG 성과 보상
우리나라 기업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열풍이 불고 있다. ESG 경영이 기업의 생존을 좌우할 수 있는 필수조건이 되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3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ESG 전략 수립 시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ESG의 모호한 범위와 개념’이 꼽혔다. ESG가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라는 서로 다른 영역들을 포괄하며 기업마다 사업모델과 전략이 다르기 때문에 기업별로 ESG를 다르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ESG는 제품과 서비스 생산으로부터 발생하는 환경적·사회적 영향의 관리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장기적 가치를 창출하려는 전략과 활동으로 볼 수 있다. 최근 기업들은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이사회와 경영진을 중심으로 ESG 경영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성공적인 ESG 경영을 위해서는 환경, 사회 못지않게 지배구조가 중요하며 경영진의 인식 전환이 전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해관계자의 기대와 요구를 반영한 ESG 경영을 위해서 무엇보다 경영진의 성과 평가와 보상에 재무적 성과뿐만 아니라 ESG 성과를 연계할 필요성이 있다.

하지만 경영진 성과 및 보상에 대한 산정 기준의 변경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지난해 11월 대기업을 대상으로 최고경영자(CEO) 재임 기간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문경영인의 평균 재임 기간은 3.6년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짧은 임기 중에 재무적 성과를 희생하면서 장기적 가치 및 현금흐름을 창출하기 위한 ESG 경영을 요구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경영진에 대한 성과급 지급을 위한 평가를 실시하고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이사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더욱이 우리나라에서는 경영진 보상이 주로 기본급과 단기 성과급 위주로 구성돼 있어 ESG 경영에 따른 장기적 가치 창출을 반영할 수 있는 장기 성과급 운용에 대한 고려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경영진과 직원의 임금격차에 대해서도 ESG 경영 측면에서 논의할 수 있다. 미국은 CEO를 포함한 보수총액 상위 5명의 개별 보수를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2017년부터는 CEO 보수와 직원 보수 중간값의 비율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3년부터 연간 보수지급액이 5억원 이상인 경영진의 개인별 보수 현황을 공시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의 등기이사와 직원의 임금격차는 42배 정도로 나타났다. 이러한 임금격차는 직원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야기해 사기를 저하시킬 수 있으나 오히려 기업의 성장을 주도하는 보상체계로도 볼 수 있다. 임금격차의 적정 수준에 대한 논쟁은 합리적인 임금격차 결정에 중요하지만 임금격차를 경영 성과, 기업 규모 등 경제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정당한 격차와 그렇지 않은 격차로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정성, 투명성에 민감한 MZ(밀레니얼+Z) 세대의 특성을 감안하면 경제적 요인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임금격차를 줄이려는 기업의 노력은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SG 경영은 주주뿐만 아니라 직원, 소비자,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를 아우르는 방향으로 경영해야 한다는 것으로 핵심 키워드는 장기적 가치 창출을 통한 성장이라 할 수 있다. ESG 경영이 구호로만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경영진에게 ESG 성과를 반영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직원들의 성과급 공정성 요구에 대한 정보 공시 강화를 통해 신뢰를 쌓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문두철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