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5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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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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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주인이 없다. 누구도 비트코인 가격을 관리하거나 관련 사업을 개발하거나 마케팅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2009년 비트코인 탄생 이후 13년차가 된 현재 세간의 우려와 달리 가치가 0으로 수렴하지 않고 (많은 부침이 있었어도) 우상향해왔다. 비트코인이 어떤 특성이 있길래 주인이 없는데도 계속 살아남는지, 과거부터 지금까지 그 위치가 어떻게 달라져왔는지 알아보자.

비트코인은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익명의 누군가가 2008년에 백서(비트코인의 개념 및 계획에 대한 문서)를 발표하고 2009년에 만든 최초의 가상자산이다. 그는 딱 2100만개의 비트코인만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코딩을 해놨다.

비트코인의 혁신은 디지털 상에서 중간에 누구도 통하지 않고 'Ctrl C + Ctrl V'가 불가능한 개념과 기술을 구현했다는 것이다.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썼는데, 사실 블록체인 기술은 그 전부터 있었다. 사람들에게 큰 반응을 못 끌었던 것 뿐이다. 나카모토 사토시는 여기에 위 3가지 특징을 띈 디지털금융(혹은 돈)이라는 개념을 입혀 각광을 받았다. 그리고 그는 사라졌다. 그가 처음부터 비트코인을 많이 들고 있던 것도 아니다. 나카모토 사토시도 마찬가지로 채굴을 해서 비트코인을 얻었다. 비트코인은 관리자가 없지만 10년 넘게 단 한 번의 사고도 나지 않고 2009년에 코딩해놓은 대로 유지돼 왔다. 주인도 없는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참여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붙으면서 가격도 올랐다.

나카모토 사토시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휘몰아친 2008년에 처음 비트코인을 만들기로 했다. 연준이 갑작스러운 금융위기로 돈을 찍어내기 시작했을 때였다.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지자, 미국 연준이 달러를 찍어냈던 것이다. 이는 중앙은행이 세상에 원래 없던 돈을 찍어내고 돈의 가치를 떨어트려, 실물자산 가치를 되돌려 놓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여기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있었다.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돈을 찍어냈을 때, 중앙은행이 돈의 가치를 과연 얼마나 뒷받침할 수 있을까?'

"전통적인 화폐의 근본적인 문제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화폐의 가치를 함부로 훼손하지 않으리라는 신뢰가 있어야 하는데, 법정화폐의 역사를 보면 그 신뢰가 무너진 경우가 너무 많다."

첫번째 비트코인 블록이 채굴된 직후 비트코인 창시자인 나카모토 사토시가 남긴 말이다.

2100만개만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비트코인은, 현재 약 1900만개 정도가 채굴됐다. 대한민국 인구 약 5000만명 중 한 사람당 0.5개도 가질 수 없는 숫자다. 이 희소성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치에 반영되는지는 이 다음편에 알아보기로 한다.

'희소성'이라는 특징 말고, '탈중앙화'라는 특징도 두드러진다. 중간 개입자가 없다는 뜻이다. 중간 개입자에게 지불하는 수수료도, 들이는 시간도 필요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기술의 발전으로 가능해졌다.

비트코인 거래는 이메일을 주고받는 것과 비슷하다. 이메일을 주고받는 기술이 돈을 주고받는 것으로 발전한 것이다. 첫 인터넷 시대는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후 이메일로, 목소리로(ex. 보이스톡), 영상으로(ex. 페이스톡) 발전했다. 이제 돈, 혹은 가치를 주고받을 수 있다.

중간 개입자의 역할은 무엇이었고, 어떻게 사라질 수 있었을까. 중개자들은 실제로 돈을 받아서 보내는 게 아니다. 이들의 역할은 거래내역을 '온라인 장부에 쓰고, 관리하는' 것이다. 이 과정은 왜 필요할까. 중개자가 없다면, 디지털화된 돈을 'Ctrl C + Ctrl V' 해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중개자가 이를 막아왔다. 문자나 이메일, 영상 등은 인터넷 상에서 복사한다 해도 큰 문제가 없지만, 돈은 다르다.

이런 '이중지불' 문제를 비트코인은 해결했다. 어떤 거래가 발생하면, 비트코인 블록체인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모든 장부에 거래 기록을 남긴다. 다음 거래 때 과거 비트코인 거래 내역을 꼭 검증하게 한다. 검증되지 않는 거래는 할 수가 없다. 이렇게 자발적 검증인으로 구성된 전 지구적 규모의 P2P(개인간) 네트워크를 만들었고, 이들이 금융기관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중개자가 없어지면, 훨씬 싸고 편리하고 정확해진다. 지금은 해외 사람들과도 보이스톡, 줌(Zoom) 등으로 즉각 소통을 할 수 있다. 예전에는 해외에 전화하려고 00700이나 001에 미리 몇 분짜리 통화에 대한 돈을 내고, 국가번호를 치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지금은 그냥 보이스톡 누르면 된다. 돈도 더 안 내도 된다. 와이파이 지역에서 접속하면 끝이다.

희소함이 사라져가는 현재 화폐 제도에 대한 문제제기, 그리고 기술의 발전 위에서 탄생한 비트코인의 가치는 어떻게 매길 수 있을까. 글로벌 금융시장은 비트코인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부터 알아보도록 하겠다.
[한경 코알라] 13년차 비트코인, 무엇을 말하고 보여주는가
쟁글은…
쟁글은 국내외 유일한 가상자산 공시 정보 포털로, 디지털 자산 가치가 국경과 언어를 초월해 거래될 때 보다 투명하게 정보를 볼 수 있도록 정보를 통합·표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쟁글에서는 2000개 이상의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오프체인 및 온체인 정보를 볼 수 있으며, 지금까지 150여개 디지털 자산에 대한 신용도 평가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