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일 조합원 총회서 찬반 투표로 결정

기업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차의 운명을 좌우할 자구안이 3천500여명의 조합원 손에 달렸다.

쌍용차 운명 좌우할 자구안…직원들은 '2년 무급휴직' 수용할까
5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노조는 7∼8일 조합원 총회를 열고 쌍용차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 계획의 찬반 투표를 할 예정이다.

앞서 쌍용차는 무급휴직을 기본 2년간 하되 1년간 기술직 50%와 사무관리직 30%에 대해 시행하고 이후 판매 상황을 고려해 무급휴직 유지 여부를 재협의하는 내용의 자구 계획을 마련했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감원 등 인적 구조조정이 빠진 '반쪽짜리' 자구안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다만 정작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2년 무급 휴직'에 대한 반대 의견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쌍용차 사태 당시 해고당한 노동자의 복직이 작년 5월에서야 마무리된 만큼 다시 무급 휴직에 들어가는 것은 가혹하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영난으로 올해 들어 임금의 50%만 받는 상황에서 장기간의 무급 휴직에 불만을 품은 직원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일권 노조위원장은 전날까지 조합원을 상대로 간담회를 열고 자구 계획의 내용과 취지를 설명하며 설득에 나섰다.

쌍용차 운명 좌우할 자구안…직원들은 '2년 무급휴직' 수용할까
총회에서 자구 계획이 절반 이상의 찬성을 얻게 되면 쌍용차는 이를 법원에 제출하고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는 발판으로 삼을 계획이다.

쌍용차는 매각 주간사 선정 작업을 마치는 대로 매각 입찰 공고를 내고, 인수 후보자들로부터 인수의향서를 받은 뒤 예비 실사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의 매각 일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유력투자자였던 HAAH오토모티브가 아직 투자 의향을 철회하지 않은 가운데 국내 전기버스 제조업체인 에디슨모터스, 전기차 업체 케이팝모터스와 사모펀드 계열사 박석전앤컴퍼니 등이 인수 의향을 밝힌 상태다.

문제는 자구 계획이 조합원 총회에서 불발될 경우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쌍용차에 '생즉사 사즉생'(살려고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산다는 뜻)의 각오를 요구하는 등 정부가 쌍용차에 '뼈를 깎는' 고통 분담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자구 계획이 불발되면 정부의 지원 명분도 그만큼 약해질 수밖에 없다.

쌍용차 노조는 그동안 "고통 분담을 할 각오가 돼 있다"며 정부에 쌍용차 경영 정상화를 위한 대출 등의 지원을 촉구해 왔다.

쌍용차 운명 좌우할 자구안…직원들은 '2년 무급휴직' 수용할까
이는 고정비 절감으로 투자 부담을 덜고자 하는 인수 의향자에게도 인수 매력이 감소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쌍용차의 몸집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매각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작년 말 3천700억원 규모였던 쌍용차의 공익 채권 규모는 현재 7천억원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는 당장 지급할 필요가 없는 전 직원의 퇴직 충당금이 포함된 금액으로 실제 채권은 3천700억원보다 줄었다는 것이 쌍용차의 설명이다.

회계 장부상 청산 가치가 높게 나오는 상황에서 쌍용차의 회생과 청산을 결정할 조사위원의 조사보고서 제출 기한은 이달 30일로 순연된 상태다.

쌍용차는 10월 말 우선협상대상자와 가격 협상을 하겠다는 내부 계획을 세웠으나 자구안이 불발되면 이 같은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