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전량 매각 강수…집행임원 영입해 쇄신 나선다
오너가 손 떼는 남양유업, 성난 소비자 마음 되돌릴까
홍원식 전 회장을 비롯한 남양유업 오너가(家)가 모든 지분을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매각하는 '강수'를 뒀다.

지난달 '불가리스 사태'로 촉발된 성난 소비자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 지 관심을 끈다.

2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홍 전 회장 외 2명은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전량인 53.08%를 한앤컴퍼니에 매각하는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양도 대상은 남양유업 주식 37만8천938주로, 계약금액은 3천107억2천916만원이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13일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는 문제의 발표 이후 44일 만이다.

홍 전 회장 측이 이처럼 고강도 처방을 내린 것은 지난달 자신의 사퇴와 이달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연이은 쇄신책에도 불매 운동의 여파가 가라앉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 같은 쇄신책이 연이어 발표됐을 때도 소비자들은 오너 일가가 여전히 회사 지분의 절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따가운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실제로 남양유업의 올해 1분기 실적은 연결 기준 2천309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0.3%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138억원이었다.

올 1분기 경쟁사 매일유업과 빙그레 등이 모두 매출이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남양유업 매각 소식에 소비자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한 누리꾼은 "오너가 때문에 백날 불매할 수는 없고, 대리점주만 불쌍했는데 잘 됐다"고 남겼다.

반면 다른 누리꾼은 "회사 윗선이 바뀌더라도 기업은 그대로인 것 아니냐. 불매는 계속할 것"이라고 적었다.

일각에서는 오너가의 잇따른 경영 실책으로 회사 실적은 곤두박질치고 결국 매각까지 이르렀는데, 홍 전 회장을 비롯한 오너가는 3천억원대의 '돈방석'에 앉은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회사 매각 소식이 전해지면서 '오너 리스크 해소'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남양유업 주가는 급등했다.

남양유업 주가는 이날 오전 9시 17분 현재 전날 종가 대비 29.8% 폭등한 57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 인수를 마무리하는 대로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해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효율화에 매진할 전망이다.

집행임원제도는 의사결정과 감독 기능을 하는 이사회와 업무를 처리하는 집행임원을 독립적으로 구성하는 제도로, 이사회의 감독 기능을 강화하고 집행부의 책임 경영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정재연 세종공장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 체제는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