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자재 가격이 역사적 고점 수준을 넘으면서 미국 물가상승률이 꿈틀대고 있다.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며 조금씩 오르기 시작한 원자재 값은 글로벌 병목현상이 발생하자 급등했고, 제조업 원가 부담도 커졌다.

한국도 외식물가가 오름세를 나타내며 인플레이션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금속거래소에서 구리는 톤당 1만245.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세계 각국이 돈을 풀고 수요가 회복하면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던 2011년 2월(1만190달러) 수준을 넘어섰다.

지난해 5천달러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2배가 됐다.

같은 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서부 택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65.37달러에 거래됐다.

27달러 안팎이었던 한 해 전과 비교하면 2배 넘게 급등했다.

원자재 가격은 대체로 제품 가격에 전이되기는 하지만 급등세를 온전히 반영하기는 어려워 제조업 채산성에도 악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곡물 가격 상승세도 가파르다.

식음료 제품 주원료인 옥수수는 시카고상품거래소 기준 부셸 당 6.85달러로, 1년 전보다 114% 상승했다.

대두, 밀, 귀리값도 올랐다.

원재료 가격 상승세에 반도체 수급 차질이 겹치며 미국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2%를 기록했다.

식품과 에너지 부문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1982년 4월 이후 39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인 0.9%를 나타냈다.

원자재, 곡물 가격 상승 여파를 빼고 보더라도 경제활동 정상화에 따른 수요 회복이 미국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셈이다.

한국도 인플레이션 전조 증상이 강하지는 않지만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세는 일차적으로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세에 영향을 주는 모습"이라며 "한국은 외식물가에서 인플레이션 징후가 나타나고는 한다"고 말했다.

농산물 등 식자재 공급가격이 오르더라도 비용 부담을 곧바로 소비자에 전가하기 쉽지 않고, 수요가 회복세인지 침체하는 흐름인지에 따라 방향성이 바뀌기 때문이다.

4월 외식물가 상승률은 1.9%로 2019년 6월 이후 22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나타냈다.

2%에 미치지 못해 아직 높은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지난해 11월(0.9%), 12월(1.0%), 올해 1월(1.1%), 2월(1.3%), 3월(1.5%), 4월(1.9%)까지 상승 속도를 높이며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다만 당장 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하는 미국과 한국을 다르게 평가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기에 유동성을 급격히 풀어 경기부양을 했지만, 한국은 기준금리 인하 폭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백신 접종 보편화에 경제활동 회복세가 완연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한 점도 배경이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당장 인플레이션 국면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물가 상승세는 앞으로 계속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역사적 고점' 넘은 원자재…"한국은 외식물가서 인플레 징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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