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 끝판왕' 삼성전자
팔당댐 물은 탁하다. 미세한 흙과 이끼 등이 섞여 있어 옅은 황토빛을 띤다. 이 물이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두 시간 만에 ‘초순수(初純水·ultra pure water)’로 바뀐다. 초순수는 유기물과 미생물까지 걸러진, 고도로 정제된 순수한 물을 뜻한다.

삼성전자는 18일 ‘삼성 반도체 블로그’에 초순수 정수 과정을 공개했다. 웹툰 형식으로 제작된 콘텐츠에서는 수달 캐릭터인 ‘달수’가 나와 정수 과정을 소개한다. 나노미터(㎚·1㎚=10억분의 1m) 단위로 제조되는 반도체는 먼지 하나만 가라앉아도 품질에 치명적이다. 이 때문에 반도체 웨이퍼를 세정하고, 절단하는 등의 공정에 초순수가 사용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시설이 있는 경기 기흥·화성캠퍼스는 하루 18만t의 용수를 팔당댐에서 끌어다 쓴다. 이 물을 초순수로 정제하는 과정은 간단하지 않다. 우선 팔당댐 원수에 있는 이물질이 서로 뭉쳐지도록 응집제를 넣은 뒤 멤브레인 필터를 통과시킨다. 이후 두 차례에 걸쳐 활성탄과 열교환기·멤브레인 필터로 정수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단계를 마치면 초순수에 해당하는 물이 된다.

삼성전자는 이후 이온까지 분해해 전기가 통하지 않는 물로 만든다. 추가로 자외선 분해를 통한 살균과 탄산이온 제거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반도체 공정으로 보내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팔당댐에서 충분한 용수를 공급받고 있지만 1L의 물도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용수를 아껴 쓰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용수 재이용량은 하루 16만t으로, 경기 화성시민 85만 명이 하루 사용하는 양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