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1.5% 오르며 코로나19 국내 확산 직전 수준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정부는 2분기 물가가 더 뛸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통계청이 2일 발표한 소비자 물가동향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16(2015년 수준 100)을 나타냈다. 1.5%의 상승폭은 지난해 1월(1.5%)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 10월(0.1%) 이후 4개월간 0%대를 유지해온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2월(1.1%)과 3월 연속으로 상승폭이 커졌다.품목별로는 긴 장마 등에 따른 작황 부진과 조류인플루엔자(AI) 발병 손실이 겹친 농산물 가격이 1년 전과 비교해 19.2% 올랐다. 파값은 305.8% 치솟았고 사과(55.3%), 고춧가루(34.4%) 가격도 크게 올랐다.국제 유가 상승도 물가를 끌어올렸다. 휘발유(1.8%), 경유(0.7%) 등 에너지 가격이 뛰었다. 지난해 3월(1.3%) 이후 하락세가 이어졌던 공업제품 물가도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으로 0.7% 반등했다. 외식물가도 1.5% 올랐다.전세(1.4%)와 월세(0.6%) 가격이 크게 뛰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월세는 2014년 11월(0.6%)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을 나타냈다. 작년 7월 말부터 시행된 임대차 3법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 관계자는 “전월 대비로는 전세가 0.3%, 월세는 0.1% 올라 최근 주택 임대시장 안정세와 크게 동떨어진 수치는 아니다”고 설명했다.물가 동향과 관련해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현재 추세와 지난해 기저효과를 감안할 때 올 2분기 물가 상승폭은 일시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며 “과도한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를 위해 최근 시내버스 등 공공요금 인상 움직임과 관련된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지난달 경상북도가 시내버스 평균 요금을 16.8% 올리기로 했으며 서울시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지난 2월 기업들의 제품·서비스 생산량이 최근 8개월래 가장 크게 늘었다. 기업 체감경기는 10년 만에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기업을 비롯한 제조업체들의 수출과 생산이 살아나면서 실물경기도 코로나19 침체 터널을 벗어났다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일부 제조업체가 실적 회복을 바탕으로 실물경기에 온기가 돌고 있지만 가계 및 자영업자 경기·고용은 악화일로다. 회복의 온기가 일부 대기업 등 '윗목'에만 머무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생산·체감경기 쑥통계청이 31일 발표한 2021년 2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2월 전(全)산업생산지수(계절조정·2015년 100 기준)는 111.6으로 전달보다 2.1% 늘었다. 월간 증가율 기준으로 2020년 6월(3.9%) 후 가장 높았다. 지난달 산업생산지수는 통계를 작성한 2000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것은 물론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2월(111.5) 수준도 웃돌았다. 제조업 생산이 전달에비해 4.9% 늘면서 전체 산업생산 증가세를 이끌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D램·플래시 메모리를 비롯한 반도체 생산이 7.2%, 화학제품은 7.9% 늘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연속으로 감소했던 서비스업 생산은 1.1% 늘어나면서 반등 조짐을 보였다. 자영업자가 몰린 숙박·음식점 생산이 20.4% 급등하는 등 침체의 터널을 벗어나는 조짐도 보였다. 기업들의 체감 경기도 급속도로 개선됐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전체 산업 업황 실적 BSI는 83으로 전달보다 7포인트 뛰었다. 2011년 7월(87) 이후 최고치인 것은 물론 2003년 1월~2021년 3월 장기평균(76)과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12월(76) 수준도 웃돈다. BSI는 현재 경영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조사한 통계로,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반도체 승용차 석유화학제품 수출이 늘어난 결과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통관기준 잠정치)은 338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12.5% 늘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기준 수출액은 16.1% 증가했다. 3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100.5로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직전인 지난해 1월(104.8) 후 처음으로 100을 넘어섰다. 이 지수가 100을 웃돈다는 것은 소비자가 경기를 장기 평균(2003~2019년)보다 낙관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최악의 취업난…폐업위기 자영업자 20만 육박안팎으로 경기가 개선되는 신호가 뚜렷하지만 자영업자와 가계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냉골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바깥 활동을 자제하면서 자영업자 체감경기가 워낙 나빠진 탓이다.한은에 따르면 폐업 위기에 놓인 자영업 가구는 작년 말 19만2000가구로 지난해 3월 말(8만3000가구)에 비해 두 배가량으로 늘었다. 이들 가구는 지난해 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를 초과하는 동시에 모든 자산을 팔아도 차입금을 상환하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가계도 일자리 사정이 팍팍해지면서 벌이가 시원치않다. 지난달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 수는 2636만5000명으로 지난해 2월보다 47만3000명 줄었다. 지난 1월에는 무려 98만2000명 감소한 데 이어 감소세가 이어진 것이다. 취업자 감소는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지난해 3월 이후 12개월 연속으로 이어졌다. 외환위기 당시(1998년 1월∼1999년 4월) 16개월 연속 감소한 이후 최장기간이다.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청년 고용불황과 비혼·만혼이 심화하면서 30대 미혼남녀 절반 이상이 이른바 '캥거루족'으로 불리는 부모동거 가구인 것으로 나타났다.통계개발원이 30일 펴낸 'KOSTAT 통계플러스 2021년 봄호'에 따르면 30대 미혼 인구 중 부모와 동거하는 사람의 비율은 54.8%로 집계됐다. 이는 통계개발원이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20% 표본조사)를 바탕으로 20~44세 미혼 인구의 세대 유형을 조사한 결과다.연령집단별로 보면 30∼34세 중 부모와 동거하는 사람이 57.4%, 35~39세는 50.3%로 각각 집계됐다. 40~44세의 경우 미혼 인구의 44.1%가 여전히 부모와 함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미혼 인구를 통틀어 부모와 함께 사는 사람의 비율은 62.3%였다.부모와 함께 사는 미혼 인구의 경우 42.1%가 비취업 상태로 집계됐다. 취업자 비율은 57.9%에 그쳐 경제적 자립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반면 독립적인 경제생활을 꾸려가는 청년 1인 가구는 취업자 비율이 74.6%로 부모 동거 가구보다 16.7%포인트 높았다.주거 형태별로 보면 부모와 동거하는 미혼 인구 가운데는 자가에서 거주하는 경우가 70.7%로 가장 많았다. 그 외 월세(14.8%), 전세(12.1%) 등 순이었다. 반면 미혼 1인 가구는 59.3%가 월세에 사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자가에 거주하는 경우는 11.6%에 불과했다.또 결혼 제약 요인으로는 미혼남녀 모두 '본인 기대치에 맞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남성 18.4% 대 여성 23.4%)를 주된 이유로 꼽았다. 주로 남성이 '소득이 적어서'(15% 대 2.6%), '비용 부담이 커서'(6.0% 대 2.8%) 등 경제적인 사유를 꼽았다.이번 연구지에는 주택 실거래가 분석인 '실거래가를 통해 본 주거 정책과 주택 가격의 변화'(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등) 연구도 실렸다.연구에 따르면 전국 주택 매매건수는 지난해 110만9793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국 호당 매매가(평균)는 2012년 이후 꾸준히 상승해 2020년 역대 최고가(3억3673만원)를 찍었다.이외에도 2000년 7.2%였던 고령인구가 2067년 46.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는 내용의 '고령화 시대, 근거기반 정책을 위한 통계는?' 연구 자료와 빅데이터를 이용한 2015년과 2020년 소비재 특성을 비교한 연구 자료도 함께 수록됐다.박시내 통계계발원 서기관은 "청년층 고용 불황이 지속되고 주택 비용이 상승하는 가운데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 세대에게서 경제적·정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는 캥거루족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