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사모펀드 피해대책위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전국 사모펀드 피해대책위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최다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이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할 위기에 놓였다. 일각에선 옵티머스 자산운용사의 사기에서 비롯된 사건인 만큼, 판매사에만 책임을 떠넘기는 건 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NH증권 "판매사, 운용정보 취득 원천 불가"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NH투자증권이 판매한 옵티머스 펀드 분쟁조정 신청 2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결정, 투자 원금 전액 반환을 결정했다.

착오 취소는 계약 당사자가 당초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만큼의 중대한 내용을 알리지 않았을 때 계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한 민법 조항이다. 분조위는 ‘공공기관 확정매출채권’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를 만드는 게 불가능한데도 옵티머스자산운용이 관련 펀드를 만들어 사기 행각을 벌였고, NH투자증권이 이를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은 채 판매했다고 봤다.

투자원금을 전액 반환할 경우 NH투자증권은 막대한 비용이 예상된다. NH증권이 판매한 뒤 환매를 연기한 옵티머스 펀드는 35개, 4327억 원 규모다. 이번 조정이 성립되면 NH증권은 개인, 법인 등 일반투자자에게 3078억 원을 반환해야 한다.

NH투자증권 측은 "자사도 옵티머스 사기 펀드의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펀드운용에 관여치 못하도록 운용정보 취득과 열람이 제한돼 사기 운용행위를 조기에 알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특히 자본시장법 제88조를 보면, 운용사는 신탁사의 확인을 받아 3개월마다 판매사를 통해 투자자에 '자산운용보고서'를 제공하게 돼 있지만 사모펀드는 이 조항에 해당되지 않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그간 다자배상안을 요구했던 NH투자증권은 "우리 뿐 아니라 수탁사인 하나은행과 사무관리사인 예탁결제원도 함께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로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옵티머스 신탁업자 펀드 구조는 펀드자산을 보관·관리하는 수탁사(하나은행)와 펀드가격 산출 업무를 수행하는 사무관리사(예탁원), 운용사와 위탁판매계약을 맺고 펀드 판매 업무를 담당하는 판매사(NH증권 등)로 구성돼 있다.

수탁사는 △펀드자산 평가 및 기준가격 산정 △펀드자산 보관·관리 및 투자자 이익 보호 △운용사 지시와 운용행위가 법령·규약·투자설명서를 위반하는지 감시 및 시정 요구 등을 맡고 있다. 사무관리사는 매월 수탁은행과 증권 보유내역을 비교해 이상 유무 점검 및 증빙 자료를 보관한다.
NH증권은 "예탁원으로부터 사모사채가 공공기관 확정매출채권으로 기재된 펀드자산명세서를 받았고 이를 믿고 판매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예탁원 금감원 책임 소재 없나

앞서 금감원은 옵티머스 펀드 관련 제재심의위원회에서 하나은행에 중징계를 의결해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로 넘겼다.

하나은행은 옵티머스 자산운용이 펀드규약 및 투자설명서 내용과 다르게 부실 사모사채를 담았던 사실을 넘기고 투자를 집행, 펀드수탁사로서 선관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금감원은 하나은행이 자본시장법 246조 ‘보관·관리하는 집합투자재산간 거래금지’위반했고 자본시장법 80조 ‘운용지시없는 투자대상자산 취득·처분 등 금지’를 어겼다고 봤다.

예탁원은 옵티머스가 기존 자산에 편입키로 한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아닌 비상장 사모사채를 자산으로 등록해 줄 것과 종목명을 공공기관 이름으로 바꿔줄 것을 요청 받고 별다른 검증절차 없이 그대로 변경해 논란에 서있다. 이들은 현재 검찰 조사와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감독 부실 등의 방조가 옵티머스 사태에 일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옵티머스 자산운용(사진=연합뉴스)
옵티머스 자산운용(사진=연합뉴스)
금감원은 2019년11월 부터 2020년1월까지 옵티머스를 포함한 사모펀드 운용사(52곳) 조사에서 펀드자산현황을 받고도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또 옵티머스 자산운용의 시정조치 유예·종료 과정에서 과도한 ‘컨설팅’을 제공해 논란을 키웠다.

또 당국의 감독 소홀 책임을 판매사에 떠넘긴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감독 소홀 책임을 회피하고 산하기관들에 모든 책임을 떠넘긴 것"이라며 "판매사에게 100% 배상 책임을 묻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어 "옵티머스는 금융영역에서 발생한 사기 사건"이라며 "사기 사건에 대해 당국이 특정 금융회사를 찍어 '모든 책임을 져라' 라고 하는 것은 이상한 방식의 해결 방안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단순히 '몰랐다'고 면죄부를 줄 영역이 아니다"라며 "판매사들의 책임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100% 판매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과도한 책임을 전가시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이어 "판매사에게 책임을 전가한 것은 금감원과 금융위가 너무 무책임한 짓을 한거다"라고 강조했다.

투자업계는 NH증권 이사회가 조정안을 받아들일 지 주목하고 있다. 금감원 분조위 권고는 강제력이 없으며, NH증권과 투자자 양측이 20일 이내에 받아들여야 조정이 성립된다.

NH증권 이사회가 분조위 조정안을 수락치 않으면 투자자들은 민사 소송 등을 통해 분쟁 조정을 해야 한다. 이 경우, 투자자들은 자금 회수까지 약 2년 이상 소요될 수 있다. 수용 시 NH증권은 일반 투자자 기준 약 3000억원의 투자 원금을 물게 된다.

NH증권 관계자는 "이른 시일 내 이사회를 개최하고 수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태동 한경닷컴 기자 na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