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기계적 매도는 없어질 것"
국민연금 국내주식 비중↑…증권가 "순매도 줄이는 효과"

증권팀 = 증시에서 '역대급' 매도 행진을 이어온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의 상한을 높이면서 일단 기계적 매도세는 둔화할 전망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9일 회의를 열어 국내 주식의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범위를 기존 ±2%포인트에서 ±3%포인트로 확대하기로 했다.

올해 국내주식 보유 목표 비중은 16.8%이며, 이탈 허용 범위는 ±5%포인트(전략적 자산배분[SAA] ±2%포인트, 전술적 자산배분[TAA] ±3%포인트)다.

SAA는 자산시장의 가격변동에 따른 목표 비율 이탈을 허용하는 것이고 TAA는 펀드매니저가 추가 수익을 내기 위해 전략적으로 범위를 이탈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말한다.

기금위는 이날 SAA 허용범위를 ±3%포인트로 조정했지만 전체 이탈 범위는 ±5%포인트로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에 TAA 허용범위는 ±2%포인트로 조정됐다.

이에 따라 올해 말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은 16.8%±5%로 변동이 없다.

다만 자산시장 가격 변동에 따른 목표 비율 이탈을 허용하는 전략적 투자 비중 상한이 기존 18.8%에서 19.8%로 높아졌다.

작년 말 기준 국내주식 비중은 21.2%로, 목표비중 16.8%보다 훨씬 높다.

1월 말 현재 비중은 21.0%다.

전체 목표 비중은 변동이 없기에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투자를 확대하는 효과는 없어도 당장 매도하는 주식은 줄어들 수 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목표 비중이 연말 기준이니 한국 주식 목표 비중의 상한을 높여서 남은 기간 격차를 더 좁힌다고 보면 기계적으로 매일 파는 것은 없어진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순매수로 전환하기는 어렵지만 순매도를 줄이는 효과는 있을 것 같다"며 "올해 순매도 규모가 클 것으로 예측됐는데 순매도 규모가 큰 폭으로 감소하고 파는 속도도 유의미하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국민연금이 당장 순매수로 전환하지는 않아도 매도 강도가 약해지면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명지 팀장은 "최근 금리와 달러가 꺾이면서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사고 있다"며 "외국인이 사는 환경이 만들어졌는데 연기금이 팔지 않는다면 개인이 샀을 때 주식이 상방으로 움직일 수 있는 탄력이 훨씬 세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도 연기금은 더 팔지 않고 외국인도 들어온다면 개인 마인드가 더 공격적으로 바뀔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금 운용이 시장에 계속 부정적 영향을 주면 안 된다는 공공성의 원칙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관점에서 최근 국내 주식 매도세가 시장 중립성 원칙을 훼손했는지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내 주식의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좋아진 점도 고려했을 수 있다"며 "국내 주식이 다른 주식보다 가격이 더 많이 올라서 자산 비중이 커진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은 자산 배분 재조정 원칙에 따라 연초 이후 국내 주식 비중을 줄여왔으나 이 과정에서 '기계적 매도'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졌다.

국민연금이 주축인 투자 주체 '연기금 등'은 작년 12월 24일부터 지난달 12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역대 최장인 51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이후 3월 15일과 16일에 순매수로 돌아섰다가 다시 17일부터 지금까지 18거래일째 매도 우위를 지속했다.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이날까지 연기금 등의 유가증권시장 누적 순매도 금액은 17조220억원에 이른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