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계약 체결·연내 대금 지급 전망…대한항공, 자구 계획 '순풍'
대한항공-서울시, 송현동 부지 매각 합의…연내 계약 마무리
대한항공이 송현동 부지를 서울시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연내 계약 체결과 매각 대금 지급까지 완료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대한항공의 숨통도 다소 트일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31일 국민권익위원회 주재로 대한항공·서울시·한국토지주택공사(LH) 간 송현동 부지 매각을 위한 조정서가 서면 합의 방식으로 체결됐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이 본격적으로 송현동 부지 매각에 나선 지난해 2월 이후 1년 1개월만이자 지난해 6월 권익위에 고충 민원을 신청한 지 약 10개월만에 송현동 부지 관련 대한항공과 서울시의 갈등이 일단락됐다.

지난해 11월 서울시가 계약 날짜를 특정하지 말자고 요구하면서 합의가 성사 직전 무산됐는데, 대한항공이 서울시의 입장을 수용해 이번 조정서에도 구체적인 계약 시점은 명시되지 않았다.

다만, 연내 계약 완료를 위해 당사자들이 최선을 다하기로 합의한 만큼 매각 절차에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서울시의회 의결 등 행정절차에 드는 시간을 고려하면 8월말까지 매매 계약과 교환계약서가 체결되고, 연내에 모든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조정서 체결에 따라 LH는 대한항공으로부터 송현동 부지를 매수하고, 이를 서울시가 보유한 시유지 중 하나와 교환하는 절차가 진행된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해 유휴자산 매각이 시급한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하려는 서울시,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서울 시내 택지를 확보해야 하는 LH가 모두 만족하는 '윈윈' 방식이라는 평가다.

아울러 송현동 부지 매매대금 결정을 위한 절차도 조정서에 명기됐다.

앞서 대한항공은 최소 5천억원에 송현동 부지가 매각될 것으로 추산했지만, 서울시는 보상금액을 4천670억원으로 산정하며 큰 입장차를 보였다.

대한항공과 서울시는 공정한 가격 평가를 위해 4개 법인의 감정평가를 거쳐 감정평가사협회의 심사를 받고, 이를 산술평가해 가격을 결정하도록 합의했다.

대한항공은 4개 법인의 평가를 거치는 만큼 공정하고 적정한 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애초 대한항공과 서울시의 입장차이가 커 절충점을 찾기 쉽지 않았지만, 권익위가 중재 역할을 하며 합의를 끌어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송현동 부지 매각을 둘러싼 대한항공과 서울시의 갈등은 지난해 5월 서울시가 공원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수면위로 부상했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로 인한 시급한 유동성 확보와 채권은행과의 자금지원 약정에 따른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송현동 부지를 민간 매각하려고 했지만, 서울시가 공원화 발표를 하면서 매각에 실패했다.

최근 3조3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성공한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 매각을 통해 4천500억~5천500억원을 추가로 확보하게 됐다.

매각 대금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과 재무구조 개선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기내식·기내면세품 판매 사업을 매각해 8천억원 가량을 확보했고, 사모펀드(PEF) 운용사 케이스톤파트너스에 공항버스 사업인 칼리무진 사업부를 105억원에 매각하며 유동성 위기에 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