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긴장시키는 3%룰…30대기업중 20개 이달 감사 분리선출해야
전경련 "상법 개정 영향 상당"…경영권 분쟁 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개정 상법에 따라 시가총액 상위 30대 기업의 67%가량이 이달 주총에서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감사위원 분리 선출 시 적용되는 이른바 '3%룰'이 일부 기업에선 경영권 분쟁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2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연합뉴스가 시총 상위 30대 기업의 주총 안건과 분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개정 상법 시행으로 30대 기업 중 20개가 감사위원을 이달 주총에서 분리 선출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LG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 등은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을 별도 의안으로 만들어 대상자와 함께 공시했다.

[고침] 경제(기업 긴장시키는 3%룰…30대기업중 20개 이달…)
개정 상법에 따르면 상장사는 감사위원 중 최소 1명 이상을 이사와 분리 선출해야 하고,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이 합쳐 3%로 제한된다.

다만 사외이사를 겸하는 감사위원을 뽑을 때는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에게 각각 3%의 의결권이 인정된다.

상법 개정 전에는 이사 중에서 감사위원을 지정했기 때문에 이사 선임 시 최대 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되지 않았지만, 개정 후에는 감사위원으로 분리 선출되는 이사는 선임부터 '3%룰'이 적용된다.

이에 최대 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상황에서 외국 투기자본 등이 연합해 이해관계자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면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비판이 재계 내에서 제기된다.

유정주 전경련 기업제도팀장은 "기업이 분리 선출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이사회는 적법성을 잃는다"면서 "30대 기업 중 20개가 감사위원을 분리 선임해야 한다는 것은 상법 개정의 영향이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 시 적용되는 '3%룰'로 인해 경영권 분쟁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대주주가 아무리 많은 지분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감사위원 선임때는 의결권이 3%로 제한되기 때문에 다른 주주들이 이전보다 쉽게 경영권 다툼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기업이 한국앤컴퍼니(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지주사)와 금호석유화학이다.

한국앤컴퍼니는 최근 지분 19.32%를 가진 장남 조현식 부회장은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이한상 고려대 교수를 추천하는 주주 제안을 했다.

42.9%의 지분으로 경영권을 가진 차남 조현범 사장에 반기를 든 것이다.

삼촌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박철완 상무도 최근 사외이사 추천, 감사위원 선임 등을 담은 주주제안을 했다.

한편 이달 주총에서 30대 기업 이사회 멤버 243명 중 91명(37.4%)이 교체(재선임 포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삼성전자(54.5%)와 카카오(57.1%), 현대모비스(66.7%), 포스코(66.7%), 삼성물산(66.7%) 등은 이사진 절반 이상이 교체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정주 팀장은 "과거처럼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의 장기간 연임은 어려워 보인다"면서 "변화된 기업 환경에 맞춰 기관투자자와 소수 주주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인사 선임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