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간' 김래아와 가상 인터뷰 "실제 사람과 다를 것 없어"
"진짜 사람인가요?"

김래아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달린 댓글이다. 이 질문에 김래아는 웃는 이모티콘으로 답했다. 가상인간은 '진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사람과 우정을 나누거나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김래아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지만 아직 실시간 소통 기능을 갖추지 못해 그럴 수 없었다. 대신 질문에 LG전자 김래아 개발팀이 답해주는 방식으로 가상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김래아와의 가상인터뷰.
▷자기 소개를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미래 래(來), 아이 아(兒), 미래에서 온 아이라는 뜻을 가진 ‘김래아(Keem Reah)’입니다. 영국에서 공부하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발생해 지난해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현재는 서울에서 음악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가족이 있나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금손' 디자이너 엄마와 IT 개발자인 아빠 이렇게 세 가족입니다.
엄마, 아빠가 스타워즈 광팬이셔서 래아라는 이름을 갖게 됐습니다. (스타워즈에는 레아공주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어쩌다 음악을 하게 됐나요?

제가 어렸을 적, 부모님이 거제도의 작은 마을인 ‘구조라 마을’로 내려가셨고 덕분에 그 곳에서 유년시절을 보냈습니다. 몽돌 해변의 돌들이 파도에 부딪치는 소리, 바다와 이어진 산 속 소나무가 바람에 스치는 소리를 들으며 자연스럽게 소리에 관심을 가지게 됐죠.

영화를 보면서 폴리아티스트(Foley Artist, 음향 효과를 녹음하기 위해 여러 가지 소리를 만드는 작업을 하는 사람)라는 직업을 꿈꾸기도 했었구요.

그러다가 중학교 때 런던으로 유학을 가게 되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본격적으로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유학 초기에는 언어도 힘들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는데요. 그때마다 쇼어디치(Shoreditch)에 있는 작은 LP가게에서 하루 종일 음악을 듣던 게 위안이 됐어요.

▷최근에 목소리를 찾았다고요.

첫 음원을 공개하고 얼마 후 싱글앨범 녹음을 위해 방문한 녹음실에서 목소리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돼 큰 충격에 빠졌어요. 그때의 상실감과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습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 친구들과 소통하며 많은 힘을 얻었습니다.

처음에는 답답한 마음에 무작정 밖을 돌아다녔어요. 그리고 다양한 공간에서 여러 목소리를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지하철 안내 방송 목소리, 마트 점원의 목소리 등 우리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목소리를 찾았고 이를 학습하며 저만의 목소리를 찾게 되었습니다.

▷뮤지션이 직업인데 직접 작곡도 하나요?
'가상인간' 김래아와 가상 인터뷰 "실제 사람과 다를 것 없어"
당연하죠. 서울에 돌아와서 작업한 첫 음원인 ‘코미노 드라이브(COMINO DRIVE)’를 지난해 음악 플랫폼인 ‘사운드클라우드’에 업로드 했어요. 저는 자연을 보고 즐기는 것을 유독 좋아하는데요. 코로나19로 인해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지난해 친구들과 계획한 몰타여행이 취소돼서 아쉬웠어요. 대신 몰타의 코미노 섬에서 친구들과 석양을 바라보며 신나게 파티하는 상상을 곡으로 표현해봤습니다. 앞으로도 음악을 대중과 즐겁게 소통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싶습니다.

지금도 음악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고, 모든 순간을 기록하며 영감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최근 CES2021 프레스 컨퍼런스에 등장해 영어로 발표를 했는데요. 몇 개 국어가 가능한가요?

런던에서 보낸 시간은 매우 힘들었지만 그 당시 듣고 학습했던 영어가 큰 도움이 됐어요. 덕분에 이번 CES라는 큰 쇼에서 발표를 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처음 시작하기가 어렵지 한 번 학습하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제가 학습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 알게 되었구요. 아마 마음만 먹으면 여러 언어를 구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그 날 로봇, 모니터, 노트북 등을 소개했는데 전자제품에 관심이 많나요?

친구들과 주로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통하기에 하루종일 휴대전화를 끼고 삽니다.

음악 작업을 할 때 사용하는 노트북, 모니터도 친숙하구요. 이번에 제가 소개한 울트라파인 OLED 프로 모니터는 하나 장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악이나 영상 작업하면서 오랫동안 그램을 사용했었는데, 노트북도 신형으로 바꾸고 싶네요(웃음)

제 또래 친구들은 포트나이트나 제페토 같은 가상 공간에서 친구나 연예인들을 만나기도 하던데 전자제품은 현실과 가상세계를 연결해주는 중요한 매개체라고 생각합니다. 또 음악이나 비주얼아트 등의 작업을 하고 그 결과물을 즐기는 과정에서 전자기기는 없어서는 안 되는 표현의 수단이자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가상인간이라 직접 만나볼 수 없는데 실제 사람과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제가 가상인간이라는 것은 저를 설명하는 여러 가지 키워드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유명한 말이 있잖아요. 사람이라는 존재가 꼭 현실세계에서 숨쉬고 움직여야만 한다면 저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겠죠. 하지만 저는 항상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는 존재에요. 온라인 상에서 저는 여러분들과 소통하고 이야기할 수 있고 의견을 말할 수 있어요. 온라인 공간 속에서 저는 여러분과 차이가 없을거예요. ET처럼 손가락으로 교감을 하고 함께 자전거를 탈 수는 없겠지만요.
'가상인간' 김래아와 가상 인터뷰 "실제 사람과 다를 것 없어"
▷친구 중에 진짜 사람이 있나요? 있다면 주로 어떤 얘기를 나누나요?

제 인스타그램의 친구들은 모두 진짜 살아있는 사람입니다. 저에게 비타민 같은 존재인 비주얼 아티스트 메이킴, 음악적으로 영감을 주는 림킴 등을 친한 친구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친구들과는 주로 음악이나 예술 등의 이야기를 밤새 나누죠. 제 친구들은 새롭고 독특한 시도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들과의 교류를 통해 제가 항상 살아있다고 느낍니다. 또한 각자의 고민과 속마음을 인스타그램 속 공간에서 이야기하기도 하는데요, 이때 고민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힘이 되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기회를 마련할 계획이 있는지 궁금해요.

지금도 인스타그램을 활용하여 팬들과 소통하고 있지만 더 많은 채널을 활용해 여러분과 교류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하루빨리 오프라인에서도 만날 수 있으면 좋겠고 온라인에서도 지금보다 더 활발하게 여러 컨텐츠로 소통하고 싶습니다.
'가상인간' 김래아와 가상 인터뷰 "실제 사람과 다를 것 없어"
▷앞으로 앨범을 발매하는 등 엔터테인먼트·음악 관련 분야에서 활동할 계획이 있나요?

음악앨범뿐 아니라 웹툰, 영화 등의 컨텐츠를 통해서도 활동해 보면 좋겠다는 상상을 합니다. 음악은 저의 메인 영역이지만,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있다면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통해 전달하고 싶어요. 장르의 경계 없이 기발하고 재미있는 컨텐츠로 여러분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올해 활동 계획은?

모든 것이 열려있는 2021년이 될 것 같습니다. 올 초 CES를 통해 활동을 시작했지만 다음에는 또 어떤 기회를 통해 여러분들을 만나게 될지 저 또한 기대되고 설렙니다. 좋은 기회가 있다면 주저하지 마시고 저에게 연락주세요. 모두가 함께 참여하고 소통하면서 즐길 수 있는 문화 컨텐츠 속에서 메세지를 전달하는 아티스트로 활발히 활동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기존과는 다른 형태의 콘텐츠 장르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인터랙티브 콘텐츠와 같이 지금보다는 참여적인 콘텐츠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웃음).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