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 북쉘프-일론 머스크가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든 비결
테슬라 주가의 급등으로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는 기업인이다. 그는 전기자동차 제조업체인 테슬라, 민간 우주탐사업체인 스페이스 엑스, 태양광 발전업체인 솔라시티 등 3개 회사를 창업해 운영하고 있다.

그가 이 같은 사업들에 대한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리고, 생각을 계획으로 구체화시켰던 건 언제부터였을까?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그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제학과 물리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그가 이 시절에 썼던 글들을 보면 이미 20대 초반부터 20여 년 뒤 자신이 이끌어갈 회사들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최고의 창업자들이 젊은 시절에 쓴 글을 읽으면 그가 앞으로 그가 어떤 인생을 살아갈지 예견할 수 있는 강렬한 단서들이 담겨 있는데 머스크도 마찬가지였다.

스물세 살이던 1994년 12월, 그는 수업 과제로 제출했던 <태양광 발전의 중요성>이라는 논문에서 태양광 발전 패널의 재료가 발달하고, 태양광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이 감소하면서 태양광 발전 기술이 훨씬 더 폭넓게 쓰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논문 마지막 부분에서는 가로, 세로 4㎞ 넓이의 공간에 커다란 태양광 발전 패널들을 설치하고 여기에서 얻은 전력을 극초단파 광선으로 변환해 지름이 7㎞에 달하는 거대한 지상용 수신 안테나로 전송하는 미래의 태양광 발전소의 모습을 그렸다. 그가 솔라시티를 창업하기 훨씬 이전부터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그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대학시절 작성했던 또 다른 논문에서는 기존 배터리보다 훨씬 더 효율적인 새로운 에너지 저장 장치가 개발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슈퍼 배터리가 개발되면 일반 배터리보다 100배 이상 빠른 속도로 에너지를 전달하고 충전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가까운 미래에는 기존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설계·제조된 전기 자동차와 비행기, 로켓이 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20여 년 뒤 전 세계 자동차 업계를 휩쓸게 되는 테슬라의 등장을 예고한 글이었다.

이처럼 20대 초반의 대학생 일론 머스크는 글을 통해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사업계획으로 풀어냈다. 태양광 발전이나 슈퍼 배터리 같은 첨단 기술에 대해 다루면서도 이 기술들을 개발하는 돈을 어떻게 마련하고 이 기술들을 활용해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걸 빼놓지 않았다.

그의 논문을 읽은 교수가 “탁월한 재정 계획과 매우 철저한 분석이 돋보인다”고 칭찬했던 걸 보면 알 수 있다. 원대한 미래를 그리는 동시에 이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세부적인 사안들 역시 철저하게 계산하고 챙기는 것은 그를 비롯한 최고의 기업인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이다.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는 미국의 과학기술 전문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애슐리 반스가 쓴 머스크 평전이다. 애초 애슐리 반스는 평전을 쓰기 위해 일론 머스크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단칼에 거절당했다. 하지만 거절에도 불구하고 애슐리 반스는 그에 대한 책을 쓰겠다는 생각을 포기하지 않았고, 머스크와 함께 일했던 동료와 그의 지인들을 비롯해 100여 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해나간다. 애슐리 반스가 자기 주변의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다닌다는 소식이 계속해서 전해지자 일론 머스크는 결국 애슐리 반스가 자신에 대한 책을 쓰는 걸 돕기로 결정한다.
이왕 책이 세상에 나온다면 최대한 정확한 정보를 담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애슐리 반스와 30시간 넘게 얘기를 나눴고 애슐리 반스 역시 300명이 넘는 머스크 주변인들을 인터뷰하면서 일론 머스크라는 인물을 세밀하게 파악해 나간다. 2015년에 출간된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가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머스크 관련 책 중에서 그에 대해서 가장 사실적이고, 입체적으로 그려낸 책으로 평가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5년에 출간된 책이기에 이후 테슬라와 스페이스엑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가 이뤄낸 오늘날의 모든 성과는 그의 과거 위에 서 있다.

이 책에는 일론 머스크의 조상들은 어떤 사람들이었는지부터 시작해 그의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 페이팔을 운영하던 시기, 페이팔을 매각한 뒤 전기자동차 제조업과 우주탐사사업에 뛰어든 계기, 테슬라와 스페이스엑스를 키워나가는 과정 등 그가 태어난 1971년부터 2015년 무렵까지 머스크의 삶 거의 대부분이 담겨있다.

일론 머스크가 스스로의 힘으로 오늘날의 성과를 거둔 비결이 궁금한 독자라면 읽어보길 추천한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