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 10명 중 7명 "대학등록금 책정, 대학 자율에 맡겨야"
국내외 저명 경제학자 약 70%는 대학 등록금을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학회는 4일 '교육'을 주제로 한 경제토론 설문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설문에는 총 4개 문항에 경제학자 35∼36명이 응답했다.

경제학자 10명 중 7명 "대학등록금 책정, 대학 자율에 맡겨야"
대학 등록금 규제 방식을 묻는 말에 경제학자 36명 중 67%는 '대학등록금 책정을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답했다.

그다음으로 '대학등록금 인상 허용 폭을 지금보다 높여야 한다'(25%)는 답변이 뒤를 이었고, '대학등록금 규제를 현행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답변은 3%에 그쳤다.

권남훈 건국대 교수는 "한편으로 과잉 대학교육을 걱정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등록금을 억제해 대학교육을 쉽게 받도록 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교육의 질을 높이면서 교육 수요가 과도하게 늘어나지 않게 하려면 등록금 수준의 시장조정 기능을 어느 정도 회복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는 "교육 연구환경 악화를 막기 위해 등록금을 고등교육법에 명시된 수준(직전 3개년의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 이하)으로 인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겠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더욱 힘들어진 가계 상황을 고려할 때 당장은 정치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기타' 의견을 냈다.

경제학자 10명 중 7명 "대학등록금 책정, 대학 자율에 맡겨야"
상대평가와 절대평가 두 가지 방식 중 어느 쪽을 지지하느냐는 물음에는 '교육의 타당성이 중요하므로 절대평가를 지지한다'는 응답이 43%, '형평성이 중요하므로 상대평가를 지지한다'는 응답이 17%로 나타났다.

이 문항에서는 '판단 불가'를 택한 비율이 40%나 됐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두 가지 평가를 혼합하는 방식을 지지한다"며 "절대평가를 기본으로 하되 국립대학의 경우 전체 정원의 절반을 일반고등학교 학생들이 내신 등급만으로 입학할 수 있는 전형으로 채우고, 이들은 같은 지역에 소재한 국립대학에만 지원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고 새로운 의견을 냈다.

경제학자 10명 중 7명 "대학등록금 책정, 대학 자율에 맡겨야"
사교육 과열을 완화하기 위한 방법을 묻는 말에는 참여자 36명 중 50%가 '학교 교육의 질을 높이고 기초학력 보장에 대한 책무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입시제도의 설계와 운영에서 사교육비 유발 요인을 억제한다'(25%), '수도권대학 정원 규제 완화 등으로 선호 대학의 입학생 수를 늘려 대입 경쟁을 완화한다'(11%) 등이 뒤를 이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분의 1로 떨어진 고등학생의 낮은 직업 교육 비율과 세계 최고 수준(약 70%)의 대학 진학률에 대해서는 '대학을 줄이는 대신 교육의 질을 고르게 높여야 한다'는 응답이 참여자 35명 중 47%를 차지했다.

'대학과 일반고를 줄이고 직업계고(현 특성화고)를 늘려야 한다'는 응답이 29%로 뒤를 이었다.

경제학자 10명 중 7명 "대학등록금 책정,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국경제학회 '경제토론'은 미국 시카고 대학의 IGM 포럼을 모델로 삼은 것으로, 청람상 및 한국경제학술상을 받은 경제전문가들이 한국 경제 현안에 대한 견해를 공유하는 장이다.

지난해 11월 현재 경제학자 총 72명이 참여 중이다.

/연합뉴스